삼성 창의성면접, 30분~1시간 준비시간

‘컵의 활용도’ 등 전공과 무관한 문제 나온다

인사담당자, 획기적이면서도 실현가능한 답변 내놔야



삼성본사 스케치
/허문찬기자  sweat@  20080128
삼성본사 스케치 /허문찬기자 sweat@ 20080128



삼성그룹이 지난해 하반기, ‘창의성면접’을 새로 도입했다.


삼성의 면접은 직무적합테스트, 직무역량면접(PT면접), 임원면접, 창의성면접으로 이뤄진다. 직무적합테스트는 컴퓨터로 실시하는 인성검사로, 삼성은 지원자들에게 면접 전 이 시험을 보게 해 면접관에게 참고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모든 면접은 하루에 치러진다. 이중 창의성면접은 삼성이 지난해 3급 채용전형을 대거 개편하면서 함께 새로 추가한 시험이다. 작년 하반기 첫 시행한 만큼 이 면접에 대한 지원자들의 궁금증도 컸다.


첫 응시자들의 전언에 따르면, 이 면접은 당초 회사 측의 공지대로 ‘토론면접’에 가까웠다. 삼성은 기존에 토론면접을 운영했으나 지난 2013년, 상반기 공채를 앞두고 이를 폐지한 뒤 PT형식의 직무역량면접과 임원면접만 가져갔었다.


창의성면접의 문제는 면접 당일 주어진다. 문제를 받으면 30분~1시간 동안 준비를 한 뒤, 30분간 발표와 함께 면접관과 문답을 하는 형태다.


문제는 전공과는 관련 없는 주제로 구성된다는 게 삼성그룹 한 계열사 채용담당자의 설명이다. 지난해 면접을 보고 온 구직자들 역시 “주제가 전공과 무관한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또 사회이슈 등 예측 가능한 주제도 아니다 보니, 미리 대비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삼성 채용담당자와 응시경험자 대부분의 이야기다. 자세한 내용은 회사가 지원자들에게 문제를 공개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보안서약서’를 쓰게 해 알려지지 않고 있다.


한 구직자는 “‘문제 해결 방안’에 대해 물었고 제시한 해결책에 대한 피드백과 함께 또 다른 관점에 대한 이야기 등을 주고받았다”고 후기를 전했다.


또 다른 구직자는 “전혀 예상하기 힘든 문제가 주어지는 데다 면접관이 답변에 꼬리를 물고 계속 질문하기 때문에 여기에 맞받아칠 수 있는 순발력이 더 필요한 것 같다”며 “말 그대로 창의성을 묻는 만큼 너무 경직된 자세로 준비하는 게 오히려 불리할 것 같다”고 했다.


대학 채용설명회에 참석한 그룹의 한 계열사 채용 담당자도 “창의적이면서도 획기적인 답이 필요하다”며 “하지만 실현 가능성이 더욱 중요하기 때문에 아무리 답이 창의적이어도 허무맹랑하거나 구체적이고 논리적인 실현 방법이 나오지 않으면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없다”고 조언했다. 이 담당자는 이어 “그러나 당락을 좌우할 만큼 비중이 큰 시험은 아니기 때문에 부담은 갖지 말라”고 덧붙였다.


삼성의 모든 면접은 면접관 3∼4명에 지원자 1명으로 구성된다. 직무역량면접은 PT 형식의 발표면접으로, 지원자의 전문성을 집중적으로 파악하는 시험이다. 대개 ‘회사의 사업 프로젝트’나 ‘마케팅 활성화 방안’ 등에 관해 제시되는 세 가지 주제 중 하나를 골라 30분 동안 발표 준비를 한 뒤 10~15분간 면접관 앞에서 발표를 하게 된다. 발표를 마치면 면접관들과 5~8가지 정도의 문답을 나누는 방식으로 면접이 끝난다.


임원면접은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바탕으로 한 면접이다. 서류전형 단계에서 비교적 평가 비중이 낮다고 알려진 에세이에 대한 문답도 여기에서 이뤄진다.


이도희 기자(tuxi0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