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삼성맨의 글쓰기] 글쓰기에 앞서 ‘생각쓰기’를 하라

<삼성맨의 글쓰기> 우종국 지음┃한국경제매거진┃270쪽┃1만4000원


지하철 노선도를 만약 텍스트로 표시한다면 어떻게 될까. 누가 그런 바보 같은 짓을 하느냐고 반문하겠지만 ‘삼성맨의 글쓰기’는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짓이 그렇다고 꼬집는다.


저자는 ‘복잡성 총량의 법칙’을 제시하고 있는데, 생산자와 소비자가 부담하는 복잡성의 총량은 동일하기 때문에 생산자가 고민을 많이 하면 할수록 소비자는 단순해진다는 내용이다.


이를테면 자동변속기가 나오면서 운전자는 클러치 조작의 복잡성을 떠안지 않아도 됐지만 자동변속기의 구조는 수동변속기에 비해 엄청나게 복잡하다.


스티브 잡스가 엄청난 복잡성을 떠안았기 때문에 두 살짜리 아기도 아이패드를 직관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이 책은 지금 한국의 직장 현실은 의미 없는 자료로 가득한 보고서와 프레젠테이션으로 가득하다고 일갈한다. 그리고 이것이 한국이 만드는 상품·서비스의 경쟁력이라는 점을 꼬집는다.


저자는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말한 “단순함은 궁극의 정교함이다(Simplicity is ultimate sophistication)”라는 말을 인용하며 단순해지기 위해서는 엄청난 고민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 책은 최근의 글쓰기 책의 유행에 편승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정작 글쓰기 일반론에 대해서는 시시콜콜 설명하지 않는다. 글은 생각을 담는 그릇에 불과하기 때문에 글에 앞서 생각쓰기가 중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쉽고 재밌고 독창적인 글을 쓰기 위해서는 먼저 쉽고 재밌고 독창적인 생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를 위해 ‘맥락’, ‘단순성’, ‘공감’, ‘경제성’이라는 네 가지 생각쓰기 원칙을 제시한다.


올해 하반기부터 삼성그룹 입사 시험에 직무 적합성 평가가 도입되는데, 이공계가 아니면 직무 에세이가 필수 전형이 된다. 이 책은 삼성 입사 전형 가이드를 표방하면서 취업 준비생들에게 지금의 기업에서의 경쟁력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설명한다. 그러나 일반 직장인들이 읽어도 도움이 될 만한 내용들이 많다. 상품·서비스를 ‘사용가치’와 ‘비사용가치’라는 개념을 들어 ‘왜 에르메스 버킨백은 1000만 원이 넘고 남대문시장에서 파는 핸드백은 5만 원밖에 못 받는지’를 설명한다.


즉 지금은 단순히 사용가치가 아니라 비사용가치를 위해 소비하는 시대라는 것이다. 삼성을 비롯한 한국의 기업들이 추구해야 할 가치는 비사용가치라고 시종일관 강조하고 있다.‘단순성’을 강조하는 저자의 주장처럼 구어체의 쉬운 문체로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는 점은 이 책의 또 다른 장점이다.


이정흔 기자 viva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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