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의 일상은 생각보다 괜찮다”


스물아홉, 그리고 마흔둘, 군대 두 번 간 방송인 서경석

방송인 서경석. 사진=허태혁 기자


<진짜 사나이>라는 TV 프로그램을 보면서 많이 궁금했다. 군대에 두 번 가고 싶을까? 그것도 이미 불혹을 넘긴 나이에 20대 초반과 어울려야 하는 상황에서. 심지어 나이 어린 선임의 반말까지 감수하면서. 나이?체력, 모든 것이 한계로 다가오는 순간에도 결코 포기하지 않고 ‘열외 없이’ 훈련에 참여했기에 궁금증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었다. 방송인 서경석, TV에서 본 모습 그대로였다. 대학생기자들과 두 시간 남짓 인터뷰를 진행한 그가 어느 순간 편한 선배로 느껴졌다.


뒤늦게 안 사실이 하나 있다. 그의 첫 군 입대는 열여덟 살 때였다는 것이다. 당시 육군사관학교에 입학했던 서경석은 그해 중퇴했다. 수석입학이었기에 포기하기가 쉽지 않았지만, 그는 자신의 길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단호히 결정을 내렸다.


서경석 씨는 “청춘이 가진 특권은 선택과 결정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시기에 1~2년 늦는 것은 인생 전체에서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젊은 시절 자신에게 맞는 일이 무엇인지 찾는 것이 더 중요하다. 어떤 일이 나에게 맞는지 경험을 통해 판단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재수를 거쳐 입학한 서울대에서 그는 또다시 삶의 변화를 맞는다. 대학 3학년 때 개그맨 공채시험에 응시해 합격한다. 이를 통해 그의 인생 방향도 바뀐다. “대학 2년을 정신없이 보내고 3학년이 되자 미래를 고민하게 됐다. 되든 안 되든 도전해보자는 마음으로 MBC 개그맨 공채시험에 지원서를 냈다.”


제4기 MBC 개그콘테스트에서 금상을 받으면서 개그계에 입문한 그의 행보는 놀라웠다. 신인으로서 동료 개그맨 이윤석과 함께한 코너가 대박을 터뜨리면서 그는 단박에 인기 연예인이 됐다. “좋은 파트너와 제작자를 만난 것이 큰 도움이 됐다”는 그는 그해 가을, 방송 일을 자신의 천직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개그맨의 길을 걷게 됐다. 서씨는 “당시 내 인생의 방향을 바꾸어도 될 만하다고 판단을 내렸다”고 회고했다.


<진짜 사나이> 택하고 삶의 변화를 맞다


스물아홉, 그리고 마흔둘, 군대 두 번 간 방송인 서경석


<진짜 사나이>는 그의 인생에 또 다른 변화를 가져다준 프로그램이다. 서씨는 “지난 21개월의 촬영은 20년 방송생활 중 손가락에 꼽을 수 있는 사건이다. 정말 다양한 경험을 했다. 나의 삶을 돌이켜보게 해줬다.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지, 계획하고 점검해보는 시간이 됐다”고 했다. 그는 그 기억들을 남기기로 결심했다. 그때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고, 글들이 모여 최근 <스물아홉 마흔 둘>이라는 책으로 발간됐다.


“‘스물아홉, 마흔 둘’은 인생에서 고민이 많을 나이다. 대학에 갓 입학했던 열아홉 살도 마찬가지다. 이 책은 독자와 함께 그 고민들을 나눠보자는 생각에서 기획했다. 내 삶의 방식을 읽고 자신의 삶과 비교해봤으면 좋겠다.”


<진짜 사나이> 출연을 앞두고 서씨 역시 많은 고민을 했다.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서씨는 “카메라 앞에서 진짜 내 모습이 잘 나올 수 있을까? 그게 연기가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그러나 반대로 생각하니 편해졌다. 이것이 계기가 돼서 그런 걱정을 오히려 극복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처음에는 어차피 방송인데 정말 군대처럼 다 할까 하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일주일간 군인들과 똑같이 생활했다”고 덧붙였다.


20대, 무엇을 해도 괜찮은 나이


스물아홉, 그리고 마흔둘, 군대 두 번 간 방송인 서경석

인터뷰를 함께한 대학생기자. 왼쪽부터 이시은(단국대 나노바이오의과 2), 이희주(가천대 영미 2), 지연주(단국대 국문 3).


방송을 통해 다시 입대한 그는 병영에서 만난 청춘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그들은 밝고 긍정적이었다. 서경석 씨 세대보다 더 낭만을 즐겼고, 호기심도 가득했다. 자기만의 재능을 가진 친구들도 많았다. 그는 청춘들에게 “취업이 어렵다고 너무 기죽거나 억눌려 있지 않았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새로운 것이 사회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 그 역할을 하는 것이 청춘이다.” 그가 청춘들에게 바라는 자세다.

만약 20대로 돌아간다면 그는 무엇을 하고 싶을까? 그는 전공인 프랑스어 공부, 많은 사람 만나기, 20대에 즐길 수 있는 운동하기 등을 꼽았다. 그리고 ‘본분’의 중요성을 말했다. “지금 와서 돌이켜보니 어떤 나이든 그 나이에 맞는 일이 있다. 학생 때는 공부가 본분이다. 자신에게 주어진 것에 최선을 다해야 나중에 성과를 볼 수 있다.”


서경석 하면 친구인 이윤석 씨를 빼놓을 수 없다. 두 사람의 우정이 대단하다는 평을 자주 듣는다. 서씨는 “우리 두 사람은 정말 많이 다르다. 취미도 달라 서로 자주 만나고 연락하는 사이는 아니다. 하지만 서로 너무 잘 믿는다. 사람들이 어떻게 그렇게 오랫동안 만날 수 있느냐고 묻는데, 서로 다른 점을 보완해 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의 좌우명은 ‘인내는 쓰다. 그러나 그 열매는 달다’라고 한다. “평범한 문장이라고 생각했던 말이 인생을 되돌아보면 정답이다. 어떤 일을 하든 쓴 과정을 거치면 달콤한 결과를 가져다준다. 그 문장이 인생을 함축적으로 담고 있다.” 그는 “인생에서 가장 불행한 것 중 하나는 고통을 안 겪어본 것이다. 사람은 힘든 시기를 겪고, 그것을 극복하면서 성장 한다”고 했다.


그는 입버릇처럼 ‘괜찮은 사람이 되자’는 말을 하고 다닌다. “연예인으로 살면서 든 생각 중 하나가 다른 사람들로부터 ‘그 사람 괜찮다’는 말을 듣는 것이었다. 듣기 쉬운 것 같지만 굉장히 듣기 어려운 말이다.” 그는 지금도 ‘괜찮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한다.


“서경석이라는 이름에 나만의 의미를 부여해 봤다. 서경석(徐京錫)은 ‘천천히 서울로 가서 주석과 같은 인물이 되라’는 의미다. 천천히 서울로 올라가는 것까지는 이뤘는데, 아직 주석과 같은 인물은 되지 못했다.” 그가 말한 주석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주석과 구리가 합쳐져 청동이 되듯, 항상 동료와 함께함으로써 의미 있는 존재가 되고 싶다.”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서는 순간, 그가 업무를 보던 책상에서 그 의미를 곱씹을 수 있었다. 마흔넷, 여전히 새로운 준비를 한다는 서경석 씨. 그는 현재 ‘누군가를 가르치는 일을 하고 싶다’는 꿈을 키워가는 중이다.


서경석

1972년생

1990년 육군사관학교 중퇴

1991년 서울대 불어불문학과 입학

1993년 MBC 제4기 개그콘테스트 금상

1999년 MBC 코미디대상 대상

2013년 MBC 방송연예대상 PD상

2014년 MBC 방송연예대상 최우수상

2015년 <스물아홉 마흔 둘> 집필



이진호 기자 jinho23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