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4인과 '도시락 토크' 가진 신용한 대통령직속 청년위원장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 신용한 위원장은 공직에 몸담기 훨씬 전부터 청년들의 취업과 진로에 남다른 관심을 가져왔다. 그는 청년들과 함께 밤을 지새우며 인생 상담을 하는 ‘고민타파 무박2일’ 행사를 9년째 하고 있다. 초기에는 그의 대학 후배들이 주 대상이었으나, 지난해 10월 청년위원장을 맡은 뒤에는 전국의 청년들을 대상으로 올해만 벌써 세 번이나 행사를 열었다.


청년위원회는 20·30대 청년들의 취업·창업 및 인생 문제 등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경청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을 마련하고자 2013년 7월 설립된 대통령 직속기구다. 신용한 위원장은 최근 진로와 취업에 대해 고민하는 대학생 4명과 함께 ‘도시락 토크’ 시간을 가졌다.



신용한 대통령직속 청년위원장의 변



신승렬(대전대 3): ‘고민타파 무박2일’ 멘토링은 어떤 것인가.

2006년 봉사활동 때 만난 대학생 12명과 이듬해 MT를 간 것이 출발이었다. 벌써 254명이 멘토링을 거쳐 지금은 사회의 리더로 활동하고 있다. 멘토링 원칙도 있다. 개인적인 비밀은 절대 보장하고, 조언을 하기보다 인생 선배로서 경험을 공유하자는 거다. 함께 이야기하지만 결론은 멘티에게 맡긴다. 멘토링의 핵심은 티칭이나 코칭이 아니다. 같이 느끼고 성장하자는 거다.


김민아(경희대 4): 취업은 안 되고 고민만 많아진다.

나도 청년위원장으로서 매일 ‘자아정체성’을 고민한다. 제대로 가고 있는 것인지 옳은 길인지 혹시 청년들의 앞길을 방해하는 것은 아닌지 날마다 고민하고 흔들릴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하지만 큰 줄기는 갖고 있다. 큰 틀이 세워져 있으면 흔들려도 빨리 돌아올 수 있다. 인생은 정해진 길이 없고 정답도 없다. 매일 30초라도 어떻게 살 것인가, 무엇을 위해 공부할 것인가 고민한 사람의 미래는 분명 다르다. 매일 근본적인 질문을 할 필요가 있다.


방역주(연세대 4): 위원장님도 흔들린다고 말씀을 하시니 놀랍다.

성공한 사람들은 특징이 있다. ‘산전수전공중전’까지 겪어 내공이 꽉 차 있다는 것이다. 그 내공이 쌓이는 동안에는 남들이 알아주지 않는다. 중도에 좌절하면 성공에서 멀어진다. 그러나 지루한 자신과의 싸움을 계속 하다보면 자신감이 쌓이고 어느 순간 ‘퀀텀점프’를 하게 된다.


친구들이 삼성에 갈 때 난 중소기업에 갔다. 34세에 회장실 사장으로 발탁됐다. 힘든 시간을 보내다 보면 운도 따라온다. 기회는 준비된 사람에게만 온다.




신용한 대통령직속 청년위원장의 변

신용한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 위원장(가운데)과 대학생들이 ‘도시락 토크’를 하면서 취업과 진로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신경훈 한국경제신문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신 위원장은 충북 청원 출신으로, 5남매 중 장남이다. 아버지는 그가 중학교 1학년 때 쓰러져 23년간 몸져누웠다가 세상을 떠났다. 그는 어려운 가정형편에 주말에는 늘 밭일을 해야 했지만 어머니의 아픔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며 가슴 깊은 곳에 묻어둔 기억을 꺼냈다.


“평생 용돈을 안 주셨던 어머니께서 어느 날 500원을 주시면서 동생들과 맛있는 것을 사먹고 오라는 거예요. 철없던 마음에 나갔다 왔는데 툇마루에서 어머니가 농약을 앞에 두고 계셨어요. 마음속의 아픈 기억입니다. 힘들 때마다 그때 어머니 마음을 생각하면 이겨낼 수 있어요.”


그는 “힘들 때마다 금강변에 나가 노래를 크게 부르곤 했는데, 그 덕인지 목소리가 굵고 크다”며 “인생의 힘든 일들이 오늘의 나를 만든 자양분이 됐다”고 말했다.


백예지(한국외국어대 졸): 입사 서류조차 통과하지 못해 괴롭다. 여성들의 취업은 더 힘들다.

대학 취업률을 보면 인문계는 46%, 이공계는 67%, 상경계는 57%다. 그런데 여대 최고 취업률이 48%다. ‘지여인(지방대·여성·인문계)’이란 유행어가 있다. 여성에게 인턴·아르바이트 기회조차 주지 않는 기업이 꽤 있다.


30대 그룹 인사담당 임원을 만날 때마다 ‘지여인’에게 기회를 달라고 간절히 호소하고 있다. 최근 육아·출산으로 인한 경력단절 여성을 채용하는 시간선택제 일자리가 늘고 있다. 시대 흐름이다. 공공기관과 사기업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김민아: 졸업유예자가 많다. 어떻게 보나.

현대차에 입사한 한 지방대 여학생이 있다. 이 학생은 1·2종면허와 대형면허, 심지어는 트레일러 면허까지 땄다. 트레일러에 컨테이너박스를 효율적으로 적재하는 방법과 운송 효율을 연구했다. 휴학을 하면서 자신만의 킬러 콘텐츠를 만든 것이다. 킬러 콘텐츠를 쌓기 위한 휴학은 찬성하지만 일반적인 스펙을 쌓으려고 하는 휴학은 반대다.


신승렬: 첫 직장이 중요하기 때문에 가급적 대기업에 들어가고 싶다.

대기업의 대졸자 신규채용 비율이 8.6~8.7%다. 100명 중 8~9명만 대기업에 입사하는 것이다. 90% 이상이 중소기업에 근무하게 된다. 그런데도 대기업에 목을 매는 가장 큰 이유는 임금격차라고 생각한다. 대기업 임금 기준을 100이라고 했을 때 중소기업 정규직은 53.8로 나타났다. 심지어 대기업 비정규직(65.6%)보다도 낮다.


임금격차를 줄이지 않고 마냥 눈높이를 낮추라는 것은 안 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격차를 줄이도록 청년위가 노력할 것이다. 이것이 어른들이 해야 할 일이다.


방역주: 불필요한 스펙 없이도 취업할 수 있는 길을 열어달라.

기업은 호흡주기가 짧다. 깜박 졸면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글로벌 기업 삼성조차 날마다 위기를 외친다. 기업들은 이런 전쟁터에서 살아남기 위해 유능한 사람을 뽑을 수밖에 없다. 구직자는 스펙이라고 하지만 회사는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난제를 해결할 직무능력을 갖춘 사람을 뽑게 돼 있다. 청년들이 준비할 수 있도록 각 기업에 원하는 직무역량이 무엇인지 적시해 달라고 하고 있다.



신 위원장은 다음달 젊은이들의 취업 고민을 담은 자작곡을 발표한다. 신 위원장은 “현실이 힘들고 어려워도 자신의 길을 믿고 전진한다면 그 길이 열릴 것이라는 응원의 메시지를 담았다”며 “청년들이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는 그날이 빨리 와서 청년위원회가 더 이상 필요 없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