흩날리는 밤꽃 향이 향기롭게 느껴졌으면


[낭만팬더] 밤꽃엔딩



이러면 안 되는 줄 아는데…. 우리는 질외사정으로 피임해.

질외사정은 피임법이 아니라며 위험하다는 친구의 말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제 습관이 돼서 다른 방법을 쓰기 쉽지 않더라고. 콘돔을 쓰다가도 중간에 휘리릭~ 던져버리고는 하니까.

그런데 말이야. 사실 다 좋은데 마무리가 영 께름칙해. 절정의 순간 휴지로 처리하던 그가 어느 순간부터 내 몸에 자신의 흔적을 남기기 시작했거든.

민망할까봐 그냥 닦고 끝내기는 하는데, 냄새도 나고 찝찝해서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아.




침이든 땀이든 타인의 몸에서 나오는 액체가 내 몸에 묻는다면 유쾌할 리 없다.

하지만 그 모든 분비물이 사랑하는 사람의 것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사랑하는 사람의 모든 것을 알고 싶고 갖고 싶은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니 말이다.

그렇다 할지라도 사실 여자 입장에서 정액은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분비물은 아니다.


우선 여자친구의 몸에 사정하기 전에, 또 정액을 무작정 혐오하기 전에 정액이 무엇인지 알 필요가 있다. 정액은 남자의 몸에서 사정된 액체이고, 정액 속에 정자가 들어있다는 것은 대부분 아는 사실일 것이다.


한 발 더 나가보자. 흔히 정액의 냄새를 ‘밤꽃향기’라고 하는데, 이는 밤꽃에 ‘스퍼미딘(Spermidine)’이라는 특유의 성분이 들어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스퍼미딘’의 어원이 ‘정액(Sperm)’이라는 것만 봐도 정액 특유의 비릿한 냄새가 밤꽃향기와 얼마나 닮았는지 알 수 있다. (고백하건대, 밤꽃에서 정액냄새가 나는지 확인하고 싶었지만, 밤꽃을 찾는 일이 만만찮아 직접 맡아보지는 못했다.)


정액은 정자에 영양을 공급하는, 남자들에게는 매우 소중한 분비물이다. 정자가 여성의 질 안에 들어갈 경우 목적지까지 무사히 이동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마련해주는 역할을 하는 것.

사실 정액이 남자의 몸속에서도 뿌연 색을 띠며 끈적이는 것은 아니다.

사정 직후 정액 속에 포함된 응고인자 때문에 정액이 걸쭉해지는 것인데,

계속 두면 용해되면서 더 묽어지는 것이 정상이다.


이제 고민녀의 고민을 풀어볼 타이밍! 정액은 단백질로 이루어진 정낭액과 전립선액,요도분비액,정자가 섞인 분비물이다. 그래서 ‘피부에 닿아도 괜찮으냐’고 묻는다면, 답은 ‘OK’다.

심지어 정액을 먹는 사람도 있으니 걱정할 것 없다. 그럼 또 질문이 하나 이어진다.

정액을 먹어도 괜찮을까? 마찬가지로 답은 ‘OK’다. 한 온라인 게시판에 ‘정액을 먹으면 여자의 몸에서 난자와 만나 임신된다던데…’라는 고민글이 올라올 정도로 정액 섭취(?)에 대해 오해하는 이가 많다. 정액을 먹는다고 해서 병에 걸리는 것도, 임신이 되는 것도 아니다.

심지어 정액이 우울증을 완화하고, 난소암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보고가 있을 정도니까.

오히려 전문가들은 여자의 몸에 좋을 수도 있다고 말한다.

단, 성병이 없다면.


반대로, 남자의 입장에서 정액을 삼키는 여자의 모습을 보고 자극을 받는 이도 적지 않다.

고마움을 느끼는 동시에 자신의 모든 것을 사랑한다는 느낌을 받는다는 것이 그 이유.

하지만 아무 이상이 없더라도 사정 후 흔적 처리는 둘이 함께 결정해야 할 문제이니 둘 중 한 명이라도 거부감을 느낀다면 하지 말아야 한다. 먹을 필요도, 강요할 필요도 없다.


고민할 것은 계속 ‘질외사정’을 할 것인가의 문제!

책임지지 못할 일이라면 시작하지도 말라고, 힘주어 말하고 싶다.



[낭만팬더] 밤꽃엔딩
낭만팬더 친해지고 싶은 사람과는 야담부터 나눈다는 성진보주의자.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할 은밀한 고민을 의심 없이 털어놓아도 좋을 상대다. 단언컨대 공감능력 갑(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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