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음식,숙박…. 이제는 적응 완료!

낯선 곳을 헤매던 방랑기는 접어두고 새로운 문화, 새로운 지식을 접하며 유학의 재미를 깨닫고 있는 3인의 일기는 계속된다! 유학길이나 워킹홀리데이, 교환학생을 계획하고 있다면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적응기를 갖기를 추천할게.









# 미국 유학생 일기


강주형 (De Anza College, Geography, 2)

필리핀 어학연수를 계기로 영어공부에 흥미를 느껴 미국유학을 결정한 영어 성애자. 군복무 때는 영어공부를, 휴가 때는 유학준비를 한 의지의 청년이다. 미국에 조건부입학 제도가 있다는 것을 알고 전역 한 달 만에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유학 3년차.


익숙한 듯 익숙하지 않은 미국생활



[어느 유학생의 일기 ③]  “학구열 퐁퐁 솟는 시간들”


24년 동안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음식을 먹고 자라온 나에게 미국음식은 어려운 도전 과제였다. 미국에 온 후 3개월 동안 한국음식을 먹지 못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항상 학교 카페테리아에서 미국 스타일 음식을 먹으니 한국음식 생각이 정말 간절했다.


한국의 고춧가루가 들어간 음식이 무척이나 그리웠다. 흰밥에 김치만 있어도 밥을 두 그릇은 거뜬히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찾은 방법이 한국친구들과 함께 무작정 시내로 나가는 것!


그렇게 어렵사리 한국식당을 찾았고, 드디어 가게 문을 여는 순간! 코를 스치는 한국음식 냄새에 침샘이 미친 듯이 폭발하기 시작했다. 항상 영어로 주문하다 한글 메뉴판을 보고 한국어로 주문하자니 한국에 있는 기분이 들기까지 했다.



[어느 유학생의 일기 ③]  “학구열 퐁퐁 솟는 시간들”


친구들과 나는 뒷일은 생각도 안하고 가장 한국적인 음식을 주문하기 시작했다. 한국음식이 고팠는지 밑반찬을 게눈 감추듯 순식간에 먹어치웠다. 그 반찬이 얼마나 맛있었는지 밥부터 먼저 달라고 해서 반찬과 함께 한 그릇을 깨끗이 비우기도 했다.


메인 음식이 나오자 친구와 나는 한마디 말도 없이 음식 먹는 데 집중했다. 3개월 만에 처음 한국음식을 먹는 그 맛 이란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최고의 맛이었다.


문제는 그 후. 음식을 다 먹고 계산서를 보니 생각보다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음식 때문에 닥친 첫 번째 큰 시련. 많은 금액에 어쩔 줄 몰라 하는 우리의 모습이 안쓰러웠는지, 주인아주머니는 “유학생들이 공부에 신경 써야지 돈에 신경 쓰면 되겠어?”라며 우리가 먹은 몇 가지 음식은 서비스로 해줄 테니 열심히 공부하라며 격려해주셨다.


머나먼 이국땅에서 오랜만에 한국음식을 먹고 한국인의 정과 맛까지 느낄 수 있어 정말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기분 좋은 하루였다.








# 네덜란드 워홀러 일기


웅쓰

모험을 떠난 지 5개월 째 되는 네덜란드 하루살이. 10여 년 만에 대학을 졸업하고 1년 동안 치킨과 곱창만 먹어대다 불현듯 네덜란드 워킹홀리데이를 결정했다. 사진과 하늘, 여행을 좋아하고, 아이들과 노는 것과 사람 만나는 것을 사랑하며 먹는 것에 예민한 워홀러.


꼬박 하루 걸려 도착한 네덜란드


공항에서 모든 기기의 충전과 짐정리를 마쳤다. SNS에 간이 유서(?)까지 써놓고 공항 밖으로 나왔다. 이왕이면 날이 밝을 때 목적지와 센스 있는 멘트를 적고 차의 속도가 느려지는 최적의 장소를 골라 가는 것. 나름대로 정해놓은 나의 히치하이킹 요령이었으나 이것저것 정리하느라 공항에서 나오니 어느새 아침이었다.


[어느 유학생의 일기 ③]  “학구열 퐁퐁 솟는 시간들”


택시 아저씨에게 길을 물으니 돌아오는 답은 “하이킹? 안될 걸…”이었다. 기차를 타고 가란다. “돈이 없어 선택권이 없다”고 웃어 보이며 다른 장소를 물색했다. 하나같이 미안하다며 손을 흔들고 가는 이들에게 나도 자신 있게 엄지를 치켜들었다. “괜찮다”는 나만의 표현. 네덜란드의 중심지만 생각하던 처음과 달리 시간이 지나며 ‘Out side of Airport’ ‘Crentral or City’로 범위를 넓혔다. 40분 정도 흐르니 차 한 대가 앞에 섰다. 전기기술자이자 부업으로 택배 일을 한다는 마틴의 차였다.

[어느 유학생의 일기 ③]  “학구열 퐁퐁 솟는 시간들”



마틴 덕분에 무사히 도착한 시내 중심가. 여전히 나는 돈은 없고 시간은 많았다. 중심 중에서도 중심인 센트럴 역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부터 한참을 걷기 시작했다.


날씨도 좋고, 히치하이킹에도 성공해 기분이 좋기는 한데, 짐이 무거웠다. 하루살이 생존 박스가 나를 짓눌렀지만, 그렇다고 포기할 수도 없는 법. 네덜란드 전통 빵을 보며 한 번, 누텔라 잼 상점에서 두 번 침을 흘리고 치즈상점 앞에서 결국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어느 유학생의 일기 ③]  “학구열 퐁퐁 솟는 시간들”


마음을 추스르고 한참을 걸으며 이것저것 파악하기 시작했다. 사람이 많이 다니는 곳, 장사를 하면 좋을 장소, 상점에서 파는 셀카봉의 가격 등. 학교에서 10년 동안 배웠던 경영학을 드디어 써먹는 순간!


하지만 책에서도 나오지 않았던 변수는 화장실이었다. 화장실은 유료였다. 스타벅스에 가서 몰래 일을 처리하려 했으나 문 앞에는 떡하니 비밀번호를 눌러야 하는 키가 걸려있었다. 맥도날드도 마찬가지.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마침 일자리를 구하는 식당이 있어서 들어가 봤지만 이력서를 달라는 말에 좌절하고 말았다. 미리 준비하지 못한 부분이었다. 그래도 화장실은 기분좋게 공짜로 해결할 수 있었다.











# 미국 교환학생 일기


김용선(University of Central Missouri)

영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고 싶은 욕심에 미국 교환학생을 신청해 떠난 열혈 여대생. 다섯 살에 떠나온 미국에서 한 번쯤 공부해보고 싶은 욕심도 있었다고. 올해 2학기까지 수학 예정.


이런 수업이라면 매일 해도 좋아!


영문학 수업도 듣지만, 한국 대학교에서는 들을 수 없었던 다양한 교양수업을 듣는다. 특히 흥미가 있는 수업은 ‘사진입문(Introduction to Photography)’. 카메라에 대한 기본지식을 배우고 포토스토리 찍기, 알파벳 모양 사물 찍기 등 매주 창의적인 과제를 수행해야 하는 수업이다. 이 수업은 지난 가을 구입해 고이 모셔두기만 했던 나의 미러리스 카메라가 빛을 보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이제는 카메라를 들고 캠퍼스를 거니는 게 일상일 정도.

[어느 유학생의 일기 ③]  “학구열 퐁퐁 솟는 시간들”

한국이었으면 절대 불가능했을 아침 9시 수업이지만, 매시간 새로운 것을 배우고 시도하는 일이 항상 기대돼 단 한 번도 지각한 적이 없다. 또 교수님 소개로 ‘Photo Society’라는 동아리에도 들어가 혼자서는 시도해보기 어려운 실험적인 사진을 찍기도 했다.


얼마 전에는 암실에서 직접 촬영한 흑백사진 인화까지! 대학교에서 교양수업으로 이런 수업을 받는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어느 유학생의 일기 ③]  “학구열 퐁퐁 솟는 시간들”
‘Outdoor Skills’이라는 수업도 흥미롭다. 한국 학교에 흔히 있는 야영수업이라고? 그렇지 않다. 물론 야영에 관한 것들도 배우지만, 캠핑의 역사부터 녹지공간의 중요성 등 이론을 배우기도 한다. 양궁,사격 같은 야외활동들은 수업의 재미를 배로 끌어 올렸다.


올림픽 때 텔레비전 중계를 통해서만 보던 양궁을 직접 쏘기도 했고, 사격장에서 엽총(Shotgun)을 쏘기도 했다. 한국 양궁의 힘을 보여주고 싶었으나… 활은 내 마음처럼 움직여주지 않았다.


그래도 엽총의 쾌감은 엄청났다. ‘탕’ 하는 총성과 함께 엽총의 반동에 몸이 뒤로 살짝 기울어질 때의 그 느낌이란! 이번 학기가 끝나려면 아직 한 달이 남았지만, 한 달 동안 또 어떤 새로운 경험을 할지 매우 기대된다.








온라인에디터 jobnj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