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갱방지법

휴대폰 구입을 앞두고 있나요?

호갱 기자가 말하는 호갱 방지법



용산전자상가 휴대폰매장
/김병언 기자 misaeon@20121224..
용산전자상가 휴대폰매장 /김병언 기자 misaeon@20121224..



단통법 시행 하루 전이었던 2014년 9월 30일, 갑작스럽게 휴대전화가 먹통이 됐다. 아예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전화기 고장은 곧 업무와의 단절을 의미했기에 새 법 시행 직전이어서 보조금이 거의 없다는 직원의 안타까운 조언에도 ‘울며 겨자 먹기’로 기기 값에서 단 10만 원만 할인받고 새 휴대전화를 개통했다.


할부금이 비싼 것도 억울한데 여기에 조건까지 붙었다. 3개월간 87요금제를 써야 한다는 것. 그런데 아무리 봐도 이상한 이 조건을 이상하다고 느낀 건 불과 며칠 전이었다.


문제는 페이백, 금요일 밤 10시에 입금하겠다고?


6개월 만에 휴대폰을 가입한 신촌의 매장을 다시 찾았다. 그리고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다고 따졌다. 도대체 왜 87요금제를 쓰게 된 것인지. 직원은 “데이터와 통화를 무료로 쓸 수 있는데 뭐가 이상하냐”고 반문했다.


평소 34요금제를 고집하던 기자에게 무제한 혜택이라니. 확인 결과 개통 당일 87요금제에 대한 페이백(할인금액을 현금으로 되돌려주는 방식)으로 13만 원을 돌려줬어야 하는데 ‘잊어버렸다’는 이유로 주지 않았던 것이다. 계약서상에도 페이백에 대한 언급이 없어 그 존재를 몰랐던 것.


먼저 찾아가지 않았다면 끝까지 받지 못했을지도 모르는 돈이었다. 사흘 뒤인 금요일까지 13만 원을 돌려주겠다는 약속을 받고 돌아왔다. 그리고 약속한 날 오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시 전화를 걸었는데 웬걸, 그때 그 직원은 ‘생전 처음 듣는 이야기’라는 반응이다. 알아보고 다시 회신해 주겠다는 말에 전화를 끊고 기다렸지만 전화는 오지 않았다.


20분쯤 흘렀을까? 기다리다 못해 다시 걸었다. 그랬더니 이제 막 전화하려던 참이었단다. 그러고는 오후 10시까지는 보내겠다고 한다. 왜 10시냐고 물으니 매장 전산 시스템상 모든 결제는 10시에 일괄진행되기 때문이란다. 그렇게 또 몇 시간이 흘러 약속한 10시가 됐지만 역시 소식이 없다. 10시 10분쯤 전화를 걸었다. 결과는? ‘뚜… 뚜… 뚜…’


법도, 설득도 아닌 ‘우격다짐’으로 받아내야 하는 페이백


이쯤 되니 오기가 생겼다. 더 이상 돈이 문제가 아니었다. 본사에 ‘10시 결제’라는 시스템이 있는지 문의했다. 그런 건 없단다. 페이백의 경우 각 매장에서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제도여서 본사의 결제 시스템과는 상관없으며, 직원이 계좌로 입금하면 된단다. 즉, 퇴근해버리면 그만인 밤 10시가 아니라 당장이라도 결제가 가능했던 것이다.


다음날 오전, 매장 오픈 시간에 맞춰 다시 전화를 걸었다. 어라? 처음 듣는 목소리다. 무슨 일인지 다시 설명해 달란다. 그러더니 자기는 담당자가 아니라 알아봐야 하겠다며 다시 전화를 주겠다고 했다.


20분을 더 기다려 봤다. 역시 전화는 없었다. 다시 걸었다. 또 지금 막 전화하려던 참이었단다. 그러고는 오후 9시까지 입금해주겠단다.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 결국 10분간의 우격다짐 끝에 돈이 입금됐다.


이처럼 페이백의 경우 판매점에서 암암리에 운영하는 소위 ‘불법’ 지원제도여서 법적으로 보호받기 어렵다. 그래서 판매점에서 차일피일 지급을 미룰 경우 중간에 포기해버리는 소비자도 상당수다. 일부 판매점의 경우 이 점을 악용한다.


즉, 페이백이란 개통 당시에는 그럴 듯하게 들리지만 당연히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실제로 돈이 내 계좌에 입금되기까지는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 수도 있는 제도라는 의미다.


단통법 시행 5개월째, 휴대전화 안전하게 구매하려면?


현재 대부분의 휴대폰 단말기는 고가의 기기 값에 다양한 명목의 지원금이 붙어 할인된 금액으로 판매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처음부터 기기 값을 높게 올린 뒤 지원금을 이용해 저렴하게 이용하는 듯한 착각을 들게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울러 지원금 자체도 완전한 혜택이 아닌 위약금의 다른 이름일 뿐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종천 전국이동통신협회(KMDA) 이사는 “단통법 시행 후 출시 15개월 이상 된 단말기에 지원금 상한이 없어졌지만 그만큼이 위약금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종천 이사는 이어 “최근 프리미엄패스?식스플랜 등 여러 가지 이름의 요금제 약정 프로그램도 많은데, 최초 가입 후 6개월 후 다른 요금제로 변경해도 위약금이 변동되지 않는다는 것을 유념하라”고 말했다.


그는 또 “단말기유통법 하에서는 중고 단말기나 자가 단말기에 대해 12% 이내, 1년 이상 약정의 경우 단말기 지원금에 상응하는 추가 요금할인 혜택이 있다”며 “간단한 검색이나 SNS 활용이 목적이라면 중고 단말기 및 15개월 이상 된 단말기를 구매하면 통신비를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도희 기자(tuxi0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