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패션의 새로운 패러다임 제안하는 '더뉴그레이'
일반인 아저씨의 매력을 찾아라 '아저씨즈'

[한경잡앤조이=조수빈 기자] “카메라 밖에서만 있다가 직접 카메라 앞에 서니 쑥스럽네요.” 더뉴그레이가 발간한 잡지를 손에 들고 카메라 앞에 선 권정현 대표는 ‘아빠의 프로필 사진은 왜 멋이 없을까?’라는 의문을 가지고 남성 패션에 새로운 방향성을 제안한 더뉴그레이의 대표다. '남성 패션이 가지고 있던 나이간 경계를 허물고 그냥 ‘남성’ 브랜드를 공유할 수는 없을까.' 더 뉴그레이는 그러한 시도를 한국에 처음으로 가져온 새로운 콘텐츠이자 비즈니스다.
권정현 더뉴그레이 대표. 사진=이승재 기자
권정현 더뉴그레이 대표. 사진=이승재 기자
청년과 장년의 구분 허무는 블렌딩 프로젝트 ‘더뉴그레이’
권 대표의 창업 욕심은 대학 때부터 시작했다. 원자력과 컴퓨터공학을 전공했던 그는 꾸준히 어떠한 아이템으로 창업할지 고민을 이어왔다. 권 대표는 평소 좋아하던 패션으로 시작할 수 있는 아이템을 찾던 중 패션 디렉터이자 시니어 모델인 닉 우스터의 사진을 보게 됐다.

피티워모 패션쇼에 참여한 닉 우스터의 스냅샷에는 특이한 점이 있었다. 스냅샷에 함께 찍힌 주변인은 닉과 비슷한 연배인 중년보다 2~30대 청년들이 한참 많았다. 권 대표는 서로의 나이를 잊게 만드는 닉 우스터의 젊은 분위기를 일종의 프로젝트로 담아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더뉴그레이를 구상하기 시작했다. 특히 한국은 나이를 기준으로 분리된 문화적 장벽이 커 청년층과 장년층이 섞이기 힘들다. 권 대표는 그러한 문화의 블렌딩을 위해 ‘패션’을 소통의 창구로 활용했다.

첫 작업은 ‘시니어 꽃할배’라는 시니어 인플루언서 프로젝트였다. 은퇴 후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내고 카페를 창업하신 백발의 할아버지가 첫 모델이었다. 자신의 옷을 빌려드리고 가로수 길에서 촬영을 하며 시작됐다. 권 대표는 시니어 꽃할배를 이어나가던 중 일반인을 대상으로 사업을 확대한다면 더 다양한 사례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 ‘아버지 메이크오버’라는 아이템으로 피보팅(Pivoting, 비즈니스 모델 전환)했다.
권정현 더뉴그레이 대표. 사진=이승재 기자
권정현 더뉴그레이 대표. 사진=이승재 기자
아저씨들로 만드는 ‘HIP’한 콘텐츠 ‘아저씨즈’
“투자자분들이나 협업사들과 이야기 하다보면 부딪히는 부분들도 분명 존재해요. 저희가 만들어 나가는 브랜드는 시니어만을 위한 것은 아니에요. 처음부터 나이에서 오는 장벽을 없애려고 시작한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For senior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것이 또 다른 장벽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조심스럽거든요.”

시니어를 타깃으로 했던 기존의 브랜드는 현재 어려움을 겪고 있다. 흔히 어덜트 캐주얼이라고 붙여진 컨셉의 브랜드는 더 이상 시니어들이 찾지 않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젊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권 대표는 브랜드 역시 타깃 소비자 층과 함께 나이를 먹는다고 지적했다. 특히 패션의 경우 유행이 빠르고 소비 트렌드도 바뀌기 때문에 고정되어 있으면 이미지도 낡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권 대표는 “남성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 그런데 백발의 할아버지가 모델인 것뿐이다. 특정 소비자를 타깃팅하는 순간 새로운 것을 시도하기 힘들다는 것을 이해시키려 한다”고 말했다.

그렇게 제안한 새로운 사업 모델은 ‘일반인 아저씨 메이크오버’, ‘아저씨즈’와 같은 콘텐츠다. 메이크오버 프로젝트는 기업 협업 프로젝트로 기업이 원하는 인원만큼의 신청자를 받는다. 일반인 모델이 섭외되면 현장에서 헤어 및 스타일링, 길거리 스냅사진과 인터뷰 순으로 진행된다. 한 프로젝트당 2~3주 정도 소요되며 프로젝트 동안 진행된 광고로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다. 더뉴그레이의 프로젝트는 많은 기업들의 러브콜을 받으며 올해 다양한 형태의 협업으로 공격적인 영역 확장에 나설 예정이다.

또 다른 콘텐츠는 틱톡, 릴스와 같은 동영상 플랫폼과 인스타그램 등의 SNS 서비스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인플루언서 ‘아저씨즈’다. 현재 활동하는 아저씨즈는 틱톡 15만, 인스타그램 5만 팔로워를 기록하며 급격히 성장하는 추세다. 권 대표는 “단순한 모델을 양성하는 아카데미가 아니라 나이에 상관없는 패션 인플루언서로 아저씨들이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더뉴그레이에서 활동하는 아저씨즈. 사진=더뉴그레이
더뉴그레이에서 활동하는 아저씨즈. 사진=더뉴그레이
시니어 모델 시장 앞으로는 어떨까
시니어 모델의 사업적인 전망은 어떨까. 권 대표는 시니어들의 활발한 취미 시장으로서의 확장으로서는 충분히 성장할 수 있는 시장이라고 봤다. 더뉴그레이는 시니어들의 퍼스널 브랜딩을 돕고 SNS에서 자신만의 미디어를 구축할 수 있는 인플루언서부터 인플루언셀러까지 양성하고 있다.

권정현 대표는 앞으로의 목표로 주요 콘텐츠인 ‘아저씨’의 다각화를 꼽았다. 올해는 시니어뿐만 아니라 농부, 직장인 등을 대상으로 한 색다른 메이크오버도 계획 중이다. 또한 더뉴그레이의 사업적 목표를 가져가는 남성복 브랜드 런칭도 기획 단계에 있다. 권 대표는 “그레이 패션 콘텐츠 채널로서 글로벌 진출을 진행하고 있다. 세계 각국에서 활동 중인 멋진 시니어 인플루언서들을 모아 글로벌 팬들을 위한 멋진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며 앞으로의 포부를 밝혔다.

subin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