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 다 내 자식이다. 솔로몬의 법정에 선 애플의 주장이었다. 애플은 일 년 전에 삼성을 제소했다. 삼성의 아이 ‘갤럭시’와 자기 아이 ‘아이폰’이 너무 닮았다는 것이 이유였다. 갤럭시와 아이폰은 IT업계의 아역스타로 그들이 벌어들이는 수익은 엄청났다. 애플이야말로 내 자식을 훔쳐갔다. 삼성은 억울해하며 애플을 역제소한 바 있다. 삼성과 애플의 자식 쟁탈전에 세간의 관심이 모아졌다.

“닮긴 닮았군.” 갤럭시와 아이폰은 흡사한 외모로 전부터 구설수에 올라 있었다. “한배에서 낳은 자식이 아니면 저렇게 닮을 리 없지.” 사람들이 수군거렸다. 다른 루머도 있었다. 삼성이 애플의 자식을 몰래 복제했다는 것이었다. 갤럭시와 아이폰은 매해 업그레이드되어 컴백했는데 데뷔 때부터 닮았던 둘은 활동을 재개할 때마다 점점 비슷해져 갔다. 루머가 무성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 8월 24일 드디어 판결이 내려졌다. “삼성은 애플에 손해배상금 10억5000만 달러를 지불하라.” 애플의 완전한 승리였다. 애플은 미소 지었고 삼성은 판결을 인정하지 않았다. “아이폰이 미국 애라고 편들어준 거 아냐?” 아이폰이 월드스타라면 갤럭시는 한류스타였다. 한국의 몇몇 언론에서 평론의 공평성에 문제를 제기했고 대중들 사이에서 논란이 확산됐다. 애국주의가 사태를 똑바로 보지 못하게 하고 있다고 반박하는 측도 있었다.
[이종산의 이슈탐정소] 삼성vs애플 그리고 솔로몬
논란은 쉽게 식지 않았고 새로운 루머가 돌기 시작했다. “솔로몬은 솔로몬이 아니다.” 판결을 내린 솔로몬이 솔로몬의 복제라는 루머였다. 솔로몬은 솔로몬이 아니무니다. 사람이 아니무니다. 정말일까. 탐정소에서 TV와 신문으로 쟁탈전을 관람하고 있던 나는 솔로몬을 찾아가보기로 했다.

그런데 솔로몬이 어디 살지? 나는 일단 계속 걸어갔다. 거리는 광고판들로 가득했다. 스타의 얼굴이 화면 가득 박혀 있는 광고판이었다. 갤럭시와 아이폰의 얼굴이 가장 많았다. 닮긴 닮았네. 문득 광고판의 얼굴들이 구별되지 않았다. 갤럭시와 아이폰뿐만이 아니었다. 중국과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스타들의 얼굴과 유럽 출신 스타들의 얼굴도 서로 비슷했다.

아이폰이 데뷔하고 성공을 거둔 이래로 애플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소송전의 중심에 있어왔다. 빠른 속도로 서로를 복제하는 전쟁판에서 ‘진짜’를 찾는 것이 가능할까. 이런 판국에야 솔로몬도 솔로몬이 아닐지 모르겠군. 나는 어디에 사는 솔로몬을 찾아가야 할지 알 수 없어졌다.



시사 키워드 다시 읽기
애플 vs 삼성 특허 분쟁
-2011년 4월 15일, 애플은 삼성의 ‘갤럭시S’ 등이 애플의 고유 디자인과 기능에 대해 7건의 특허를 침해했다며 미국 산호세 법원에 소장을 제출.

-일주일 만인 2011년 4월 21일, 삼성이 애플의 ‘아이폰’이 4건의 삼성 통신기술 특허를 침해했다며 한국, 일본, 독일 법원에 역제소.

-애플과 삼성은 9개국에 걸쳐 50여 개 소송 진행 중.

-애플은 주로 아이폰의 고유 디자인과 ‘밀어서 잠금 해제’ ‘사진 손으로 확대’ ‘손으로 화면 넘기기’ 등 사용자 인터페이스(UI) 기능에 대한 특허 침해를 주장.

-삼성은 주로 데이터분할전송, 전력 제어 및 전송 효율, 무선데이터통신 등 통신 관련 기술의 특허 침해를 주장.

-2012년 8월 24일, 미국 산호세 법원은 삼성에 10억5000만 달러 배상하라고 1차 평결.

-국내외에서 판결의 공평성과 특허의 인정 범위에 대해 논란 확산.



사건의 여파를 추적하는 이슈탐정소장. 잡글이라면 다 쓰는 잡문쟁이. 한량 생활에는 염증이 나고 샐러리맨이 되기는 두려운 졸업 유예자로 캠퍼스를 어슬렁대고 있다. rolely@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