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강 공포증 극복하기


졸업을 앞둔 대학생 A씨.

이번 학기 울며 겨자 먹기로 영어 강의를 신청했다. 전공과목 중 4과목 이상을 영어 강의로 듣도록 한 졸업 요건 때문이다. 더 이상 미룰 수 없어 듣고는 있지만 영어로 토론이라도 하면 외국에서 살다 온 학생들의 들러리가 되기 일쑤여서 매 시간이 고역이라며 울상짓는다.

국제적 역량을 키워준다는 취지와 달리 글로벌 열등감만 키우게 된다며 영어 강의 자체를 꺼리는 이가 많다. 그러나 자신이 없다고 포기해버린다면 평생 영어를 피해 다녀야 할지도 모르는 일. A씨와 같은 영어 강의 공포증 환자들을 위해 특급 처방전을 준비했다. 에세이 작성법부터 프레젠테이션 방법, 중간·기말고사 공부법까지 분야별 영어 강의 완전 정복 노하우다.
영어 강의피할 수 없다면 정복하라
영어 강의가 불리하다는 편견을 버려

고등학교와 달리 대학에서는 해외 거주 경험이 있는 학생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발음부터 남다른 친구들의 영어 실력에 주눅이 드는 건 당연지사. 하지만 이 열등감에 굴복해버리면 영어 강의(이하 영강)에 정을 붙일 수 없다. 아무리 열심히 공부해도 ‘네이티브’처럼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먼저 인정하자.

영어를 두려워하는 이들이 쉽게 간과하는 것은 영강에서 영어는 ‘수단’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과목의 성패를 결정짓는 건 수업 내용의 이해도. 원어민이라고 해도 전공 학술 용어를 익히고 개념을 이해하는 별도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영어 실력이 조금 부족하다면 시간을 좀 더 들여 공부하면 된다. 영강에서 요구하는 몇 가지 특성을 알고 있다면 에세이를 쓰거나 발표할 때 헤매는 일도 줄어든다. 영어에 기 눌리지 말자. 대신 영어를 똑똑하게 이용하자.



프레젠테이션 형식만 알아도 절반은 성공

말하기 과제만 없어도 괜찮을 것 같은데 불행하게도(?) 열에 아홉 이상은 발표 과제가 있다. 수업에서 다루는 주제에 대해 설명하거나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 말하는 형식이다.

영강을 꺼리는 학생의 대부분은 영어 말하기를 겁내는 이들이다. 하지만 영어로 발표를 해본 적이 없다고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영어 발표에는 일종의 형식이 있기 때문이다. 발표를 시작할 때 하는 말, 각 파트의 도입부에 하는 말, 주제문을 이야기할 때 하는 말이 정해져 있다. 발표할 내용이 정해졌다면 정해진 형식에 내용을 넣어 외우기만 하면 된다. 의외로 많은 학생들이 이 틀을 따르지 않아 준비할 때 막막함을 느끼고 발표 후에도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다. 프레젠테이션 형식을 자세히 알고 싶다면 시중에 나와 있는 프레젠테이션 서적을 참고할 것.



교수님이 주는 ‘사인’을 읽어라

강의를 듣다 보면 교수님이 특별히 많이 사용하는 표현이 있다. 새로운 용어를 설명할 때, 강조할 내용이 있을 때, 다른 내용으로 전환할 때 흔히 쓰는 말이다. 학생들에게 ‘시그널을 준다’고도 이야기하는데 이런 말들을 미리 파악해둔다면 수업의 흐름을 따라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교수님이 이런 말 할 때 놓치지 말자
오늘 수업에서 다룰 주제를 설명할 때
● In today’s lecture~
● What I’d like to discuss~
● The subject in this class~

새로운 용어를 정의할 때
● The term refers to~
● ( ) is known as~
● The term, ( ) is generally used to mean~

중요한 내용을 강조할 때
● I want to stress~
● It’s important to remember that~
● Don’t forget that~

새로운 내용으로 전환할 때
● I’d like to move on to~
● So let’s turn to~
● The next point is~
영어 강의피할 수 없다면 정복하라
설명이 어렵다면 녹음해라

영어 듣기가 익숙하지 않다면 예습은 필수다. 그날 수업에서 배울 내용을 미리 읽어보고 중요한 요점을 파악하는 것만으로도 강의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일상적인 회화와 달리 강의에서는 전공 관련 학술 어휘가 많이 나오므로 모르는 단어는 미리 뜻을 찾아보는 것도 좋다.

교수의 말이 빠르거나 모르는 어휘가 많아서 설명을 전부 이해하지 못했다면 수업 내용을 따로 녹음해 받아쓰기를 해보자. 받아쓰기는 부족한 영어 듣기 실력을 보완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공부법이다. 수업에서 미처 이해하지 못한 부분을 반복해서 들으며 놓쳤던 부분을 채워나간다면 복습도 하고 듣기 실력도 키우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에세이에선 주장을 먼저 써라

기본 틀이 중요한 것은 에세이를 쓸 때도 마찬가지다. 영어 글쓰기에 자신 없는 사람들은 문법 지식이 부족하다는 점을 이유로 들지만 사실 한국 학생들이 에세이에서 감점을 당하는 이유는 영어 에세이의 기본 형식을 지키지 않기 때문이다. 대부분 결론을 뒤에 쓰는 미괄식으로 리포트를 쓰는 데 반해, 영어 에세이는 철저히 두괄식으로 작성해야 한다.

각 문단의 시작 부분에 주장을 먼저 쓴 뒤 그 문장을 설명하는 근거를 나열할 것. 도입-본론-결론으로 이어지는 큰 틀을 구성할 때도 두괄식이 기본임을 기억하자. 완성된 에세이를 퇴고할 때는 ‘한국식 영어 표현’이 없는지 거듭 확인하자. 한국에서만 쓰이는 표현을 영어로 직역한 경우 외국인들이 이해하기 힘든 문장이 되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CNN, Economist와 같은 해외 언론 기사에서 쓰이는 고급 표현들을 간간히 사용하면 훨씬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시험공부는 용어 정리를 중심으로

영강 시험 문제는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학생들이 듣는다는 것을 감안해 주요 개념 위주로 쉽게 출제되는 경향이 있다. 핵심적인 부분만 알고 있으면 답을 쓸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다른 전공에 비해 시험 준비가 수월한 편이다. 수업에서 나온 용어들을 정확히 내 것으로 소화하겠다는 생각으로 공부하자.

서술형 시험이라면 주요 키워드를 뽑아 그것을 설명하는 글을 미리 써보자. 문장을 복잡하게 만들려는 욕심은 버리는 것이 좋다. 주어, 동사, 목적어만 있어도 충분히 의미 전달이 가능하다. 괜히 잘 알지 못하는 수식어를 덧붙이다가 문법에 어긋나거나 어색한 표현이 될 수 있다. 대신 문단 안에서 같은 내용이 반복될 때 똑같은 단어를 쓰기보다 비슷한 표현으로 조금씩 바꾸어 사용하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도움말 김평은(한동대 국제관계학 4) 전남 장성 출신, 순수 토종 한국인으로 스스로 영어공부법을 익혀 토플 970점을 달성했다. 영어 강의가 많기로 소문난 한동대에서 A학점을 놓치지 않는 똑소리 나는 ‘영강의 달인’이다.



글 김보람 기자 bramv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