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인턴십 트렌드

한 해를 돌아보고 내년 계획을 수립할 때다. 특히 구직자라면 채용 시장을 눈여겨봐야 한다. 특징을 파악해둬야 효과적인 대비책이 나온다. 김치성 제닉스취업솔루션 대표에 따르면 올 한 해 채용 시장에서 ‘인턴십’은 핵심 키워드였다.

인턴십 경험이 있는 이가 취업에 성공하는 경우가 많았고, 기업들이 인턴사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그렇다면 기업들은 어떻게 인턴사원을 뽑았고, 어떤 프로그램을 제공했을까. 과거를 돌아보고 미래를 대비하자는 차원에서 최근 인턴십 트렌드를 짚어보자.
[2011 인턴하기 좋은 기업]‘채용 전제형 인턴십’ 증가… 전체 규모는 축소 추세
‘양 보다 질’, 2011년 대기업 인턴십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이와 같다. 전체 인턴십 규모는 지난해에 비해 늘지 않았지만, 인턴 제도를 통해 인재를 확보하려는 움직임은 증가했다.

2009년 이후 지난해까지는 인턴십에 실험적인 요소가 강했다. 정부의 인턴십 장려 정책으로 시스템 없이 서둘러 인턴십을 운영하는 곳이 많았다. 정규직 전환 등의 혜택이 미비했다. 때문에 ‘쓰고 버리면 그만이냐’는 ‘건전지형’ 인턴들의 불만이 폭주하기도 했다.

이를 개선하려는 움직임이 커지면서 2011년엔 기업들이 ‘효율성’을 고민하고 더 똑똑하게 인턴십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그저 뽑는 게 능사가 아니라는 인식이 확산됐다. 정규직 전환에 실패한 이들의 불만이 입소문을 타며 오히려 기업 이미지에 타격을 가져온다는 판단에서 규모를 축소하거나 운영을 포기하는 곳도 있었다.

반면 인턴십을 인재 검증 차원에서 적극 활용하는 곳도 적지 않았다. 이들은 적합한 인재(Right People)를 찾거나 고급 인력을 조기 확보한다는 계획에서 인턴십을 채용과 연계하는 비율을 높였다. 서류 전형-인적성 검사-면접 전형의 공채 시스템으로는 판별할 수 없는 ‘진짜 실력’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함께 일해보는 것만큼 효과적인 게 없다는 의도다. 업종에 따라 공채보다 인턴십을 통한 채용을 확대하는 움직임도 있었다.

2011년엔 알짜배기 인턴십만 남는 인턴십의 ‘구조조정’이 일어난 셈이다.
[2011 인턴하기 좋은 기업]‘채용 전제형 인턴십’ 증가… 전체 규모는 축소 추세
분야별 명암 갈려

“인턴십은 구직자와 기업 모두에 효과적인 제도이지만, 프로그램이 구체적이지 않거나 업무 특성상 관리에 한계가 있다면 양쪽 모두에게 유명무실할 수 있다”는 것이 인사담당자들의 공통된 의견.

은행으로 대표되는 금융권이 그렇다. 은행의 주 업무가 고객 접점에서 금전을 다루는 일인 만큼 인턴사원에게 주어지는 역할은 한정된다. 우리금융지주 인사팀 관계자는 “금융 사고와 연계될 수 있어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다른 업종에 비해 인턴 활용도가 낮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면 유통업에서는 인턴십을 적극 환영하는 분위기다. 서비스 업무가 많아 인턴사원이 참여할 수 있는 폭이 넓다. 현장의 어려움을 몸소 겪으며 유통업에 대한 환상(?)을 깰 수 있기 때문에 실제 취업 후에도 적응이 빠른 편이다. 올해 기준 신세계백화점·현대백화점은 신입사원을 100% 인턴십으로 선발하고, 롯데백화점은 60%가량 채용하고 있다.

이 밖에 IT업계가 이공계 인재의 조기 확보 차원에서 인턴십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채용 전제형 인턴십 확대

인턴십을 유지하는 곳은 ‘채용’과 연계하려는 노력을 기울였다. 인턴십 운영에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만큼 대학생 경험 부여 차원보다는 적합한 인재를 선발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난해에는 인턴사원에게 공채 서류 전형 면제 등 가산점 형태의 혜택을 많이 준 반면, 올해는 인턴십 종료 후 평가에 따라 채용 여부를 결정하는 곳이 늘었다. 캠퍼스 잡앤조이 설문조사에서 높은 순위를 차지한 기업들은 모두 채용 전제형 인턴십을 운영하고 있었다.

1위를 차지한 대한항공의 경우 올해 처음 채용을 염두에 둔 하계 인턴십 제도를 운영했다. 이를 통해 인턴사원 50% 이상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하이닉스반도체는 전환 비율이 거의 100%다. 올 상반기 기준 인턴사원 50명 전원이 정규직으로 채용됐다. 기아자동차 또한 “정규직 전환 비율을 점차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유수 대기업을 제치고 인턴하기 좋은 기업 4위를 기록한 대림산업은 올해 인턴사원의 70%가량을 정규직으로 채용했고, 게임 업체 중 유일하게 상위에 랭크된 엔씨소프트는 올해부터 인턴십 채용을 연 2회로 늘렸다. 포스코는 올해부터 인턴십과 공채를 하나로 묶었다. 공채 최종 합격자를 대상으로 3주 동안의 인턴십을 진행했다.


까다롭게 뽑고 엄격하게 평가

기업은 구직자에게 자선 사업을 하지 않는다. 인턴십 후 정규직 전환 비율이 늘어나는 배경에는 까다로운 선발과 평가가 있다. 인턴십을 인재를 뽑는 방법으로 삼으면서 그만큼 엄격한 기준이 등장한 것이다. 공채 프로세스와 동일하게 인턴십을 뽑는 것은 기본이고, 여기에 ‘과정 평가’가 더해지는 식이다.

기아자동차는 인턴사원 선발 시 서류 전형, 인적성 검사, 임원·실무 면접, 영어 면접 등을 치른 후 인턴 실습을 실시한다. 대한항공도 대졸 공채 선발 기준과 동일한 기준을 적용해 인턴사원을 선발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인사팀 직원은 “공채 선발 과정을 다 거치고, 업무 투입 후 현업 부서의 평가가 추가로 포함된다”며 “세밀하게 관찰하기 때문에 인턴사원 입장에선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입사를 하면 적응력이 뛰어나다”고 말했다.

이런 밀착 평가를 위해 ‘멘토 제도’를 도입하는 곳이 많다. 대한항공, 하이닉스반도체, 기아자동차, 대림산업, 포스코, 롯데백화점 등에서 운영 중이다. 부서의 팀장이나 실무자가 멘토가 되어 인턴사원에게 직접 과제를 주고 밀착 지도를 하며 업무 능력, 조직 적응력, 성격 등을 평가하는 것이다. 매일, 혹은 정기적으로 멘토 보고서를 쓰도록 프로그램을 구축한 상태다. 이우곤 이우곤HR연구소장은 “이전에는 인턴십을 했느냐 안 했느냐의 정량적 평가가 주를 이뤘다면 이제는 어떻게 했느냐의 정성적 평가가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구직자 입장에서 멘토는 평가자이면서 가장 가까운 조언자라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2011 인턴하기 좋은 기업]‘채용 전제형 인턴십’ 증가… 전체 규모는 축소 추세
액티비티 프로그램 확대

기업에게 인턴십은 양날의 칼일 수 있다. 대학생에게 직무 경험 기회를 제공하고 인재를 가려내는 장인 반면, 자칫 프로그램이 부실하거나 가치를 부여하지 못할 경우 기업 이미지를 해치기도 한다. 한 명 한 명이 ‘살아 있는 입’인 만큼 인턴사원을 각별히 신경 쓰는 이유다. 요즘 기업들은 업무 이외에 친목 도모의 장, 액티비티 활동을 프로그램에 추가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기업에 대해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주면, 정규직 전환 여부에 관계없이 인턴사원들이 비공식 홍보대사가 되기도 한다.

대림산업은 하계 인턴십 최종 합격자를 대상으로 ‘포스트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함께 봉사활동을 가거나 홈커밍데이를 열어 팀원과 지속적인 교류를 하도록 하고 있다. 자기계발비, 장학금 등도 지급한다. 하이닉스반도체는 올해 다양한 액티비티 활동을 인턴십 프로그램에 추가했다. 지난해 인턴십 수료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반영해 체육대회를 열고, 직원들과 공식적으로 대화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기아자동차의 경우 ‘기아타이거즈 데이’를 열거나 공장견학, 봉사활동을 다녀오기도 했다. 이렇게 인턴사원과 스킨십을 시도하는 노력은 내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인턴십과 공채, 차이가 뭐야?
[2011 인턴하기 좋은 기업]‘채용 전제형 인턴십’ 증가… 전체 규모는 축소 추세
이런 질문을 던져볼 수 있겠다. 공채 못지않게 깐깐하게 뽑는다면, 차라리 공채에 올인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엔씨소프트, 하이닉스반도체와 같이 신입 공채와 인턴십 모집을 동시에 진행하는 곳도 있다. 정답은 없지만, 인턴십의 목적을 살펴보면 전략을 세울 때 도움이 될 수 있다. 인턴십에는 업무 능력, 조직 적응력 등을 직접 지켜보며 검증하겠다는 의도가 다분하다. 따라서 스펙보다는 ‘가능성’을 중시하며, 선발 후에는 ‘과정 중심’으로 평가를 한다.

선발 단계에서 공채에 비해 스펙보다는 직무 관심도, 과거 경험, 비전 등을 더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대림산업의 경우 열정을 보기 위해 자기소개서를 PT 형식으로 대체하기도 했다. 정우진 SK텔레콤 HR팀장은 “특히 전국 단위 사업장의 경우 인턴십을 통해 지방대 학생을 많이 보충했다”고 말했다. 또한 인턴십은 기업 간 우수 인재 조기 확보 경쟁이기도 하다. 재학생이라면 인턴십을 적극 활용해볼 만하다. 생각보다 일찍 취업에 성공할지도 모른다.



기업은 구직자에게 자선 사업을

하지 않는다. 인턴십 후 정규직 전환 비율이

늘어나는 배경에는 까다로운 선발과 평가가 있다.

인턴십을 인재 뽑는 방법으로 삼으면서

그만큼 엄격한 기준이 등장한 것이다.


글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