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문 이렇게 뚫었어요

“자격증이 없다고요?” 인터뷰 도중 기자가 놀라 던진 질문이다. 그는 정말 하나도 자격증이 없다. 학부생 시절 그의 전공은 경제금융학.
금융 3종 세트라 불리는 증권투자상담사, 파생상품투자상담사, 펀드투자상담사 중 하나 정도는 있을 법한데, 그것조차 없다.

전쟁터 같은 취업 시장에서 그가 선택한 무기는 자격증·인턴십 경력 같은 천편일률적인 것이 아닌 ‘프레젠테이션 스킬’이다.

2009년 ‘랑세스-한경 프레젠테이션 챌린지’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프레젠테이션에 남다른 능력을 보인 그는 이를 바탕으로 2011년 새해가 밝아오기 5일 전인 지난해 12월 27일 STX메탈에 당당히 발을 들였다.

박정모 씨의 취미는 ‘복싱’이다. 체력 단련을 목적으로 시작했지만 그가 얻은 것은 체력뿐 아니라 ‘주먹을 피하려면 주저 없이 주먹을 향해 다가가야 한다’는 삶의 소중한 교훈이었다.

“막상 피하려고 뒤로 몸을 젖히면 오히려 주먹을 맞습니다. 주먹을 향해 다가가야 피할 수 있죠. 위기가 찾아오면 무작정 피하기보다는 적극적으로 극복하는 자세가 중요하다는 것을 복싱을 통해 배웠습니다.”

정면 대결을 자처하는 그의 ‘승부사 기질’은 대학 시절 그에게 많은 경험을 하게 했다. 기숙사 간부를 맡았던 대학 시절, 저조한 참여로 어려움을 겪던 기숙사 축제는 그가 도전 정신을 발휘한 케이스다.

“당시 홍보부장을 맡으며 20m짜리 대형 플래카드를 제안했습니다. 학우들의 관심을 고취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어요. 하지만 예산 부족 때문에 큰 플래카드는 만들기 어렵다는 내부 의견이 많았습니다. 저는 포기하지 않고 기획사와 협상을 했고 결국 플래카드를 걸 수 있었습니다.”

행사는 최대 인원 동원이라는 성공적인 결실을 맺었지만 지나치게 의욕을 앞세워 일을 추진한 나머지 부서원들과 사소한 마찰을 빚기도 했다. 그는 이를 통해 일을 추진하는 데 앞서 주위 사람부터 이해시켜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한다.

이와 비슷한 일이 ‘한국은행 통화경시대회’를 준비하는 동안 생겼다. 방대한 경제 현상을 다뤄야 하는 대회 특성상 모든 팀원의 헌신은 필수 요소였다. 하지만 작업이 절반 정도 진행됐을 때 팀원 두 명이 개인 사정을 이유로 작업에서 제외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는 당연히 다른 팀원들의 반발을 샀고, 그는 막걸리와 파전을 준비해 탈퇴하려는 두 팀원을 데리고 학교 뒷산에 올랐다.

“어색했던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노력한 것이 효과를 봤는지 팀원들의 얼어붙었던 마음이 풀리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마음을 열고 대화를 시작하니 어느새 해결책이 마련되더군요. 이후 팀원들이 단결해 결과물을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상대를 이해하고 설득하는 과정이 프레젠테이션과도 같은 맥락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전국 최대 규모 프레젠테이션 대회에서 우승하다
그가 대상을 수상했던 ‘랑세스-한경 프레젠테이션 챌린지’는 한국에서 가장 큰 프레젠테이션 대회 중 하나다.

2009년 이 대회 참여 당시 그는 졸업을 앞두고 있었다. 남들은 취업 준비에 여념이 없을 시기지만 그는 ‘졸업 전 그간 학교에서 배웠던 지식을 총동원해 실력을 발휘해보자’는 취지로 참여를 결심했다고 한다.

“비즈니스와 관련한 모든 주제를 다룰 수 있는 것이 이 대회의 매력이었습니다. 다양한 분야의 전공자들과 진검 승부를 펼칠 수 있는 것이 마음에 들었어요. 그간 여러 대회에 참가했었지만 이렇게 실감나고 긴장감 넘치는 분위기에서 발표할 기회는 없었습니다.”

같은 학과 4명으로 구성된 그의 팀 ‘고백(Go Back)’이 선택한 주제는 ‘미국발 금융위기에 따른 중소기업 비즈니스 환경 조성을 위한 정책 제안’이었다. 대부분 대기업 마케팅을 주제로 참여했던 것과 달리 그의 팀은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던 중소기업 자금 문제를 다뤘다.

“‘비즈니스는 마케팅이다’라는 틀을 깨고 싶었어요. 다른 참가자들이 대기업에 집중할 때, 중소기업의 근본적인 문제에 집중했습니다. 자금 문제를 수치로 명확하게 보여주면서 해결책을 장·단기적인 관점을 통해 제시하는 것이 프레젠테이션의 목표였습니다.”

발상의 전환은 심사위원과 관중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이것은 그들에게 대상(지식경제부 장관상)을 안겨줬다.

“대회를 준비하면서 밤을 많이 새웠어요. 배가 고프니까 야식으로 컵라면을 많이 먹었는데, 한번은 컵라면에 물을 붓고 기다리는 동안 잠깐 토론을 한다는 것이 어느덧 3시간을 훌쩍 넘긴 적이 있어요. 차가운 국물 속 면이 퉁퉁 불어버려 결국 못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한 기업에만 도전해 멋지게 합격

‘무(無) 자격증’과 더불어 기자가 또 한 번 놀란 것은 2010년 하반기 취업 전선에서 그가 지원한 회사가 지금 근무하는 STX메탈 한 군데였다는 점이다. 2010년 하반기 4년제 대졸 구직자의 평균 입사지원 횟수는 16.6회. 하지만 그는 2개월 동안 이 회사에만 매달렸고 취업 성공의 결실을 맺었다. 한 군데만 지원한 이유를 묻자 “그만큼 원한 부서와 회사였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신입사원에게 많은 기회를 주는 대표적인 기업이기 때문이에요. 그만큼 빨리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죠. 평균 연령 35세의 젊은 기업인 만큼 빠르고 역동적이라는 점도 제 열정을 불러왔습니다.”

실제 채용에서 그가 갈고닦았던 프레젠테이션 능력은 또 다른 스펙으로 작용했다. 그는 “특히 면접에서 도움된 것 같다”고 술회했다. 프레젠테이션은 자격증 하나 없던 그가 ‘남들과 다른 인재’를 넘어서 ‘남들보다 돋보이는 인재’로 평가받은 이유였다.

“많은 지식, 뛰어난 스펙, 빛나는 아이디어를 갖고 있어도 정확히 전달하고 설득하는 능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면접에서 승리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담력·순발력·유연성·정확한 발성 등 취업준비생이라면 한 번쯤 고민하고 겪게 되는 문제를 프레젠테이션 대회 경험을 통해 해결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PT 면접뿐 아니라 압박 질문이 많이 등장하는 인성 면접, 토론 면접에서 당황하지 않고 대처할 수 있었던 것은 모두 프레젠테이션 경험 때문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프레젠테이션을 잘하는 사람은 없을 터. 프레젠테이션 달인인 그에게 비결을 물으니 “나도 무대에 공포를 갖고 있던 사람 중 하나”라며 “연습은 긴장을 극복하게 하는 열쇠”라고 말했다.

“두려웠던 만큼 누구보다 발표할 기회를 많이 가지려고 했습니다. 2년 동안 80회 이상의 프레젠테이션 기회를 스스로 만들었고 실전을 통해 살아 있는 노하우를 쌓을 수 있었습니다.”

그 노하우 중 하나는 연습을 ‘수치화’시키는 것. A4 용지에 빈칸 150개를 만들어 연습 횟수와 시간을 기록했고 마지막 10번은 동영상을 찍어 몸짓과 억양을 꼼꼼히 체크했다고 한다. 초등학교 때부터 경남 창원에서 살았기에 오래도록 몸에 배어 있던 사투리도 이때 모두 고쳤다. 사람들이 가장 알아듣기 쉬운 음색과 명확한 발음을 갖기 위해 수도 없이 연습을 거듭했다고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대본을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대본에 의존하면 청중의 반응에 둔감해지고 암기한 것이 맞나 틀렸나를 더 생각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프레젠테이션의 생명력은 ‘자연스러움’입니다. 처음 연습할 때는 어렵지만 일정 기간이 지나면 자연스러운 프레젠테이션을 할 수 있어요.”

마지막으로 신입사원 박정모 씨에게 꿈을 물었다. ‘원가장이’라는 다소 생소한 답이 들려왔다.

“회사 멘토께서 ‘원가쟁이’가 아닌 ‘원가장이’가 되라고 말씀해주셨어요. 제가 현재 근무하고 있는 팀이 ‘원가관리팀’이거든요. 제품을 구성하는 원자재의 원가를 파악하는 것이 주업무인 곳이죠. ‘쟁이’가 어떤 기술자를 말하는 것이라면 ‘장이’는 그보다 더 높은 곳에서 전체를 꿰뚫어보는 사람입니다. 제조회사 특성상 원가 관리가 회사 이익과 직결되는 만큼 원가에 관해서만큼은 누구도 따라올 수 없을 경지에 오르고 싶습니다.”

PT 달인이 말하는 ‘프레젠테이션 수칙 3가지’

1. 발표를 위한 발표를 하지 마라
2. 30초 내로 승부를 내라
3. 너무 잘하려고 하지 마라


글 양충모 기자 gaddjun@hankyung.com·@herejun(Twitter)
사진제공 STX메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