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젬베

[내 인생 첫 악기] 영혼을 울리는 악기 ‘젬베’ 올가을 ‘젬베 폴라’가 돼보자!
어쿠스틱 기타 열풍과 함께 세상의 주목을 받고 있는 악기가 있다. 바로 ‘젬베(Djembe)’다. 2009년 ‘슈퍼스타 K’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조문근이 노래와 함께 연주하면서 사람들 눈에 들었고, 최근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인디 듀오 ‘10cm’의 음악에 사용되면서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 어쿠스틱 기타와 함께 연주되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젬베를 조용하면서도 독특한 소리를 내는 악기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젬베는 제대로 연주했을 경우 귀가 울릴 정도로 대단히 큰 소리를 내는 악기다.

젬베의 본래 소리는 낮고 차분한 게 아니라 까랑까랑하고 신나는 강한 음색이라고 할 수 있는데, 어떤 이는 ‘가슴을 뻥 뚫리게 하는 시원한 소리’라고 표현하기도 하고 ‘영혼을 울리는 소리’라고 평하는 사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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젬베는 아프리카 악기다

젬베의 기원은 지금의 기니와 말리 사이의 니제르 강 근처에서 찾을 수 있다. 서아프리카 말리 제국(1235~1645)에서 유래했다고 알려지는데 오래전에는 주술, 제례 등 의식에서 흥을 돋우는 악기의 하나로 사용됐다고 한다.

젬베(Djembe)라는 이름에는 두 가지 설이 있다. 첫째는 ‘jem’이 젬베를 만들 때 사용하는 나무이며 ‘be’가 염소 가죽을 뜻한다는 것으로 젬베 제조와 관련이 있다는 설이다. 둘째는 ‘모으다, 모이다’란 의미의 ‘Dje’와 ‘누구나, 누구든지, 모두’라는 뜻을 가진 ‘be’가 합쳐져 만들어졌다는 설로 젬베 연주 문화와 연관된 것이다(젬베가 한국에 소개된 역사가 깊지 않기 때문에 ‘젬베이’ ‘디젬베’ 등의 이름과 혼용되는 경우가 있는데, 정확한 표기는 젬베가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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젬베의 장점은 뭐니 뭐니 해도 들고 다니기 편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여러 장소에서 쉽게 연주할 수 있다. 그렇다고 음색이 다양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젬베는 베이스, 톤, 슬랩이라는 세 가지 기본 음색을 갖고 있고 이것을 변형 혹은 조합해 다양한 음색과 리듬감을 표현할 수 있기 때문에 소리의 다양성 측면에서 드럼 세트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다. 젬베 하나만 있으면 저음의 베이스부터 고음의 슬랩까지 다양한 소리를 낼 수 있다.

플라스틱 젬베보다 나무로 된 젬베를 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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젬베는 원추형의 나무통에 염소 가죽을 덧씌운 비교적 간단한 구조를 가진 악기다. 여기서 젬베의 소리에 가장 영향을 많이 주는 재료는 나무다.

최근에는 플라스틱 몸체에 섬유 피를 이용해 제작한 플라스틱 젬베(개량형 젬베라고 불리기도 한다)가 많이 보급되고 있지만 제대로 된 젬베 소리를 원한다면 아프리카 수종인 린케, 하리, 이로코, 아카주로 만들어진 젬베를 구매하는 것이 좋다. 이 중에서도 린케로 된 젬베를 많은 전문 연주가들이 선호한다고 한다.

나무통에 덧씌우는 가죽은 말·가젤·어린 송아지의 가죽으로 된 것도 있지만 97~98%가 아프리카 염소 가죽이다. 염소 가죽으로 만든 젬베는 표피에 하나의 희미한 줄무늬가 있는데 이것이 염소의 등뼈 자국이다. 젬베에 사용되는 가죽은 화학 처리를 하지 않기 때문에 이 줄무늬를 통해 좋은 젬베와 좋지 않은 젬베를 구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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젬베는 보통 60~63cm 정도 높이에 33~35cm의 지름, 7~9kg의 무게를 가진 것이 표준이다. 플라스틱 젬베 중에는 지름 8~10인치(20~26cm) 정도의 작은 사이즈가 있지만 크기가 작은 만큼 저음인 베이스 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하기 때문에 되도록 표준 사이즈의 젬베를 구입하는 것이 좋다.

기타, 우쿨렐레는 초보자의 경우 저가의 악기를 구입해 연습하다가 어느 정도 수준이 되면 고가의 악기를 구매하는 것이 낫지만, 젬베만큼은 다르다. 한국 최고의 젬베 연주가로 손꼽히는 이영용 씨는 “제대로 된 소리를 내지 못하는 젬베를 사용한다면 연습 때 세게 때리거나, 손을 밖으로 빼는 등의 좋지 않은 버릇이 든다”며 “소리가 좋지 않은 플라스틱 젬베보다는 다소 비용이 들더라도 좋은 소리를 가진 아프리카산 젬베를 구매하라”고 권했다.


젬베의 기본은 베이스·톤·슬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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젬베 연주에는 세 가지 기본 연주법이 있다. 첫째는 ‘베이스’다. 가볍게 젬베의 가운데를 두드리는 것으로 낮고 둔탁한 소리를 낸다. 둘째는 베이스보다 조금 높은 소리를 내는 ‘톤’이다. 젬베의 가장자리를 손바닥을 이용해 두드리는 것인데 이때 엄지손가락은 젬베 밖에 위치해야 한다.

셋째는 ‘슬랩’이라는 높은 소리를 내는 주법으로 톤처럼 젬베의 가장자리를 두드리는 것은 같으나 손바닥 전체가 아닌 손가락 끝을 사용하는 것이 다르다. 전문 젬베 연주가들의 연주를 보면 눈으로는 톤과 슬랩을 구별하지 못한다고 하니 연습할 때 이 점을 유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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젬베를 배우는 가장 좋은 방법은 학원에 등록하는 것이다. 이 씨는 “최근 인터넷 동영상을 통해 학습하는 경향이 있지만 손가락의 미세한 움직임에도 소리 변화가 두드러지는 젬베의 특성상 기본만이라도 제대로 익히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또 올바르지 않은 연주 방법을 정식 연주법이라고 소개하는 영상도 많으니 인터넷 동영상을 보고 젬베를 익히는 것은 피하자. 학원에 등록할 여건이 되지 않는다면 교육용 DVD나 제대로 된 교재를 통해 배우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그리고 전문 젬베 연주가가 아닌 인디 뮤지션의 영상보다는 마마디 케이타(Mamady KeⅠta), 파무드 코나테(Famoudou Konate) 등 젬베 대가들의 연주 영상을 자주 보는 게 도움이 된다.


이영용 젬베 연주가의 추천 교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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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VD : Mamady Keita Rythmes Traditionnels du MANDINGUE

현존하는 최고의 젬베 연주가 ‘마마디 케이타’가 직접 가르쳐주는 DVD 교재다. 거장의 목소리와 손 모양을 통해 기초부터 차근차근 배울 수 있다. 아쉽게도 한글로 번역돼 있진 않지만 영어 자막은 제공된다.

Book : A Life for the Djembe

마마디 케이타가 작곡한 현대 리듬을 선별해 소개한 책. 부록으로 제공되는 CD에 21개의 다양한 리듬을 담아 좀 더 상세하게 알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젬베 연주의 기본이자 가장 어려운 부분은 바로 톤과 슬랩을 제대로 내는 것이다. 사실 각종 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동영상 중에는 세게 두드려서 억지로 비슷한 소리를 내려고 하거나 손을 밖으로 빼는 방법으로 이 소리를 구현하는 경우가 있는데, 모두 그릇된 연주법이다. 소리가 제대로 나지 않는 것도 그렇지만 손가락 부상을 입을 염려가 있기 때문이다.

글 양충모 기자 gaddjun@hankyung.com·@herejun(Twitter)
사진제공 나모리 Djembe Shop(www.djembe.kr)
도움말 이영용(젬베 연주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