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모글루 대표

책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은 책을 보거나 출판하거나 저술하거나 편집하는 행위에 대해 계속 새로운 도전을 이끌어 낸다. 모글루는 책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시도하는 회사다. 쉽게 말하면 인터랙티브 전자책 업체라고 할 수 있지만 여기에는 기존 전자책이나 종이책과 다른 차별점이 있다. 누구나 자신의 책을 만들 수 있다. 기존 전자책이 텍스트 위주라면 모글루는 동영상·애니메이션·사진·음악·효과음 등을 넣어 종합적인 멀티미디어 전자책을 만들 수 있는 플랫폼이다.
모글루를 취재하기 위해 만난 김태우 대표는 1988년생이다. 처음 만나면 대학생으로 생각할 정도다. 그는 왜 이렇게 어린 나이에 창업을 했을까. 김 대표가 창업을 한 시점은 작년 10월. 만 스물두 살 때다. 카이스트 06학번인 김 대표는 수학과에 입학했지만 산업공학과 경영과학을 복수로 전공했다.

“제가 좀 욕심이 많은가 봅니다. 다양한 경험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 왔는데 대학 다닐 때도 한 가지 전공에 만족하지 못했어요.”

그가 처음부터 사업을 생각했던 것은 아니었다. 2008년 ‘경영학 개론’ 수업을 들을 때 그는 사업의 가능성을 처음으로 발견했다고 한다.

“수업 과제가 사업을 실제로 해보는 것이었는데 지금의 소셜 커머스와 비슷한 것을 했습니다. 당시 7000원짜리 영화표를 4000원에 싸게 사서 5000원에 팔았는데 주문이 너무 많이 밀려와 본업인 학업이 안 될 것 같아 일찌감치 마감했습니다.”

어떻게 영화표를 싸게 샀을까. “해당 영화 배급사를 찾아가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광고를 해주겠다고 하고 영화표를 싸게 얻었죠. 그때 사업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했습니다.”

그의 말대로라면 지금의 소셜 커머스 모델과 거의 같은 방식이다. 이런 생각을 했다는 것 자체가 사업에 대한 상당한 재능을 보여주는 일화가 아닐까.
실리콘밸리에 간 스물세 살 창업가

그는 졸업 후 실리콘밸리에 있는 벤처캐피털인 SK텔레콤벤처스에서 인턴 생활을 했다. 그때 김 대표는 실리콘밸리에서 창업하는 많은 젊은이들을 만나면서 20대 초반의 나이에 창업하는 것이 일상적인 그곳의 분위기에 놀랐다고 한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기에 계기가 만들어졌다. 그는 작년 5월께 벤처 창업을 준비하는 젊은이들이 모여 아이디어를 사업화하는 스타트업 위크엔드 제1회 모임 때 사업을 위한 첫발을 내딛게 된다.

이 모임에서 SK커뮤니케이션즈(SK컴즈)에 다니고 있던 김남수 씨와 미국인 라일리 크리스 씨 등을 만났다. 원래 김 대표는 이 대회에서 이들과 같은 팀에 있지 않았다. 이들의 아이디어와 구성 멤버들을 보고 이들과 함께하기로 마음먹었다고 한다. 당초 사업 아이디어를 낸 김남수 씨가 기술 개발을 맡고, 크리스 씨가 해외 사무소 운영을, 김 대표가 경영을 맡기로 했다.

당시 스타트업 위크엔드에서 김 대표가 준비했던 아이디어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의 일종인 스틱톡이었다. 김남수 씨 등이 준비했던 아이템은 지금의 모글루였다. 물론 지금 그대로의 방식은 아니었다. 그 당시 이름은 ‘액티브 스토리 텔러(Active Story Teller)’. 김 대표가 더 가능성이 있다고 봤던 것은 ‘액티브 스토리 텔러’였다.

모글루는 움직임(Motion)과 접착제(Glue)의 합성어다. 여러 가지 움직임을 붙여 자신만의 책을 만들 수 있다는 회사의 기본 콘셉트를 회사명이자 서비스명으로 정한 것이다. 이름 그대로 모글루는 움직이는 영상과 소리를 기반으로 누구나 쉽게 디지털 책을 만들 수 있는 툴이다. “개발자가 아닌 사람도 마우스를 이리저리 움직여 드래그 앤드 드롭(Drag & Drop)만으로 전자책을 만들 수 있는 서비스입니다.” 김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설명과 함께 아이패드를 꺼내 모글루 플랫폼에서 만든 책 하나를 보여줬다. 캐릭터를 터치하자 움직이는가 하면 음악 소리도 흘러나왔다. 아이패드를 기울일 때마다 캐릭터들이 움직이는 등 다채로웠다.

이런 책을 일반인들이 만들 수 있을까. 모글루는 우선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한 플랫폼을 만들었다. 전문가들을 위한 오픈 플랫폼 서비스는 개인 작가나 출판사 등이 사용료를 내고 플랫폼을 이용하도록 하는 것이다. 플랫폼 이름은 모글루빌더. 이를 통해 만들어진 인터랙티브 e북은 모글루 자체 앱스토어인 모글루북스를 통해 판매된다. 한 번 다운로드될 때마다 14%가 모글루 수익이 된다.

기존 출판사들과 계약해 기존의 콘텐츠를 인터랙티브 e북으로 만드는 서비스는 이미 수익 모델로서 실현되고 있다. 능률교육은 모글루와 계약하고 어린이 교육 관련 전자책을, 동양문고는 굿모닝 일본어 시리즈 등을 만들었다. 최근에는 영진닷컴이 이 툴을 사용해 인터랙티브 요리책 ‘카페 러너(Cafe Lunner)’를 내놓았다.

모글루는 일반인들도 책을 만들 수 있는 플랫폼을 선보일 계획이다. 시기는 내년으로 예정돼 있다. 기본적으로 세팅돼 있는 프로그램을 이어 붙이면서 스토리와 간단한 툴만 갖고 누구나 자신의 책을 만들 수 있게 하겠다는 것.
모글루는 인터랙티브 e북의 주 무대로 미국을 생각하고 있다. 한국에서 큰 시장이 되리라고는 생각지 않고 있다. 미국에서도 이 사업은 아직 시작 단계에 있다는 것이 그로선 좋은 기회다.

“미국에 테일스프링 등 관련 업체들이 있긴 합니다. 하지만 이들도 역시 본격적인 사업을 위해 준비하는 단계입니다. 비슷하게 출발선에 있다는 뜻이죠. 남이 한 것을 따라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장을 보고 선도적인 서비스를 시도할 수 있다는 것이 좋습니다. 그런 점 때문에 미국에서 오히려 기회가 생기고 있고요.”


처음부터 해외시장에 초점

모글루는 최근 미국 현지법인 설립도 완료해 랜덤하우스와 펭귄 등 유명 출판사와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창업 멤버인 크리스 씨가 미국 법인의 대표를 맡았다. 뉴욕에 사무실을 냈다.

책을 만드는 툴을 사람들에게 제공하고 그 툴을 다운받는 것에서만 모글루가 매출과 수익을 올리는 것은 아니다. 자체적인 스토어도 만들어 전자책을 거래하고 나라별로 특화하는 것까지 생각하고 있다.

“이 시장이 활성화되고 많이 다운로드되는 전자책의 사례가 나오면 인터랙티브 광고도 가능해집니다.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기회는 무궁무진합니다.”

글 임원기 한국경제 IT모바일부 기자 wonkis@hankyung.com│사진 김기남 기자 kn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