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을 나온 암탉, 7광구 등

‘수작’ 한국애니메이션 마당을 나온 암탉

한국 장편 애니메이션계가 시작부터 척박했던 건 아니다. 1967년 ‘홍길동’으로 시작해 ‘로보트 태권V’ ‘철인 007’ ‘태권동자 마루치 아라치’ 등으로 이어지는 60, 70년대는 비교적 풍요로웠다.

90년대 중반에도 성인 애니메이션 ‘블루 시걸’과 김수정 원작의 ‘아기공룡 둘리-얼음별 대모험’이 흥행에 성공하는 등 상업적인 가능성을 밝혔다. 2000년대로 접어들면서 애니메이션계의 독보적인 존재 이성강 감독의 ‘마리 이야기’와 ‘천년여우 여우비’가 국내외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공정 자체가 실사 영화에 비해 더없이 길 수밖에 없다는 것, 특정 캐릭터를 바탕으로 하지 않은 창작 애니메이션의 관객층이 얇을 수밖에 없다는 현실이 애니메이션계의 발전을 더디게 했다.
[Cinema] 화제의 영화 미리보기
2011년 여름 한국 장편 애니메이션계가 몇 년 만에 풍요로운 결실을 거두고 있다. 6월 개봉한 ‘소중한 날의 꿈’과 7월 개봉한 ‘마당을 나온 암탉’이 모두 일정 정도 이상의 성과를 거두는 개가를 올렸기 때문이다. 이 중에서도 ‘마당을 나온 암탉’에 거는 기대는 사뭇 컸다.

지금까지 100만 부 이상 판매된 동명의 슈퍼 베스트셀러가 원작이고, ‘공동경비구역 JSA’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시라노:연애조작단’ 등 한국영화계에서 튼튼한 기반을 다져온 명필름이 제작을 맡았으며, 문소리·유승호·최민식 등이 목소리 출연을 했다는 것으로 제작 단계에서 큰 화제가 됐다.

양계장 안에 갇혀 살며 알만 낳던 암탉 잎싹(문소리)은 자신의 운명을 거부하고자 한다. 사흘을 독하게 굶은 다음 기절한 잎싹이 죽은 걸로 오해한 농부는 그녀를 뒷산 웅덩이에 버린다.

간신히 깨어난 잎싹은 숲 속에서 용감한 청둥오리 나그네(최민식)와 수다스러운 수달 달수(박철민)의 도움으로 자유로운 삶을 만끽한다. 잎싹은 주인 없이 버려진 알을 우연히 발견, 정성껏 품는다. 그 알에서 아기 청둥오리 초록이(유승호)가 태어난다.

천연기념물 제524호로 지정된 우포늪을 바탕으로 완성한 영화 속 주 배경인 늪은 한국적인 아름다움으로 가득하다. 2D 애니메이션의 한계를 뛰어넘는 역동적인 비행 시퀀스는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각 동물의 고유 특징을 잘 포착한 캐릭터 디자인 역시 일본이나 미국의 그것과 사뭇 다른 사랑스러움을 과시한다. 암탉과 청둥오리의 종을 뛰어넘는 눈물겨운 가족애, 사춘기 시절 경험하는 정체성 혼란을 뛰어넘는 소년의 용기가 굵직한 축을 이루며 정서적 울림을 극대화한다. 아동용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성인용에 가깝다.


7광구

감독 김지훈
출연 하지원, 안성기, 오지호
[Cinema] 화제의 영화 미리보기
제주도 남단, 7광구의 망망대해에 떠 있는 석유 시추선 이클립스 호. 예상과 달리 시추 작업은 번번이 실패로 끝나고, 결국 본부로부터 철수 명령을 받는다.

본부에서 베테랑 캡틴 정만(안성기)이 투입되고, 해저 장비 매니저 해준(하지원)은 본부의 일방적인 명령에 강하게 반발한다. 대원들이 마지막 시추 작업에 총력을 가하던 어느 날, 갑자기 본부와 통신이 끊기고 이클립스 호에는 이상 기류가 흐른다. 한국 최초의 3D 액션 블록버스터.


블라인드

감독 안상훈
출연 김하늘, 유승호
[Cinema] 화제의 영화 미리보기
여대생 실종 사건과 뺑소니 사고가 연달아 발생하고, 두 사건의 피해자가 동일 인물로 밝혀진다. 사건의 첫 번째 목격자는 시각장애인 수아(김하늘)다.

촉망받는 경찰대생이었던 그녀는 시각을 제외한 나머지 감각기관으로 경험한 당시 사건 정황을 세밀하게 묘사한다. 두 번째 목격자는 난폭한 소년 기섭(유승호)이다. 현장을 두 눈으로 목격한 기섭은 수아와 상반된 진술을 펼쳐 수사를 난항에 빠뜨린다.


카우보이&에이리언

감독 존 파브로
출연 다니엘 크레이그, 해리슨 포드, 올리비아 와일드
[Cinema] 화제의 영화 미리보기
1873년 미국 애리조나주, 과거의 기억을 모두 잃은 채 사막 한가운데에서 눈을 뜬 남자 제이크(다니엘 크레이그).

그는 독재자 보안관 우드로(해리슨 포드)가 절대 권력을 휘두르는 마을 압솔루션에 들어서고, 손목에 채워진 의문의 기계와 자신의 등장을 경계하는 사람들에게서 이유 모를 위협을 느낀다.

그 무렵 인간을 노리는 외계인이 마을에 쳐들어와 무차별 공격을 시작한다. ‘아이언맨’의 존 파브로가 연출을 맡은 변종 SF 웨스턴.


글 김용언 씨네21 기자 eun@cine21.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