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랑 빙수’ 찾아 삼만리

너무 너무 더워 눈에서 땀이 나는 8월. 이럴 때 그 존재만으로도 고마운 이가 있으니, 그대의 이름은 바로 빙수. 생각만으로도 시원~해지고, 달콤한 그 맛에 퐁당! 빠지고 싶은 빙수. 그러나 우리는 ‘더 맛있는 빙수’를 먹고 싶다. ‘더 독특한 빙수’를 먹고 싶다. 장안에 소문난 빙수 찾아 여름여행을 떠나보자.

[핫 플레이스] 빙수야 팥빙수야 녹지 마 녹지 마
서울 압구정동 ‘밀탑’
26년 전통 ‘빙수의 정석’을 아직 못 먹어 봤다고?

스테디셀러(Steady seller)가 베스트셀러(Best seller). 26년 전통을 자랑하는 ‘빙수의 정석’을 만날 수 있는 곳이 있으니, 바로 서울 압구정동 현대백화점 5층에 위치한 ‘밀탑’이다.

그 인기는 번호표를 쥐고 기다리는 사람들 수에서 실감할 수 있다. ‘밀탑’에는 다양한 종류의 빙수가 있다. 그중 밀크빙수(7000원)는 단연 ‘빙수계의 거성’. 밀크빙수의 구성은 단순 그 자체다.

연유가 들어간 얼음에 팥, 그리고 떡 두 조각. 그러나 이 겉모습에 실망할 필요 없다. 빙수를 먹는 순간 모조리 잊게 된다. 밀크빙수의 얼음은 입 안에서 사르르 가라앉듯 녹아내리지만, 그 맛은 사라지지 않고 입 안에서 은근히 퍼진다.

이렇게 맛보다 보면 어느새 빙수는 바닥을 보이고 만다. 팥은 또 어떤가! ‘밀탑’에서 직접 쑨 팥은 뭉침 없이 ‘몽글몽글’하다. 양이 너무 적다고 아쉬워 말자. 팥과 떡은 1회 리필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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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교신도시 운중동 ‘쉐무아’
매혹적인 색과 향기에 홀딱 빠지다

딸기는 붉다. 와인도 붉다. 수줍은 분홍빛인 것도 같고, 강렬한 자줏빛인 것도 같고, 묘한 보랏빛인 것도 같다. 이 매혹적인 색깔들이 빙수에 고스란히 물들어 있다. 바로 딸기와인빙수다.

서판교 카페거리에 위치한 ‘쉐무아’에는 ‘나만 알고 싶은 디저트’로 유명한 딸기와인빙수(1만5000원)가 있다. 카페 ‘쉐무아’는 프랑스어로 ‘우리 집에서’라는 뜻으로 ‘홈메이드(Homemade)’ 디저트로 많은 이에게 사랑받는 곳이다.

이곳에서 판매하고 있는 빙수는 세 가지. 팥빙수와 녹차빙수, 그리고 딸기와인빙수다. 식사 후 디저트로 2명이 함께 먹을 수 있는 양으로, 아름다운 빙수 모습에서 장인의 정성이 느껴지기까지 한다.

‘아삭아삭’ 씹히는 얼음에서는 은은한 와인 향이 느껴진다. 더불어 얼음 안에는 슬라이스된 딸기가 그대로 들어 있다. 혹시 빙수의 아름다운 모습이 아까워서 섞지 않고 먹다가 나중에는 얼음, 혹은 물만 남아 맹맹함을 맛본 적 있지 않은가. 그러나 이곳에선 딸기와인빙수의 아름다운 모습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끝까지 맛을 음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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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신도시 수내동 ‘커피의 정원’
우아한 앤티크 카페에서 우아하게 녹차빙수를

핸드드립으로 유명한 분당 수내동에 위치한 카페 ‘커피의 정원’. 정원을 연상케 하는 입구와 아기자기한 앤티크 소품들이 눈에 띈다.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이곳의 풍경은 여성들에게 단연 인기다.

매장은 두 개 층으로 이루어져 있고, 아담하면서도 따뜻한 조명이 커피와 아주 잘 어울린다. 커피뿐 아니라 빙수로도 입소문을 탄 이곳, ‘커피의 정원’에서 가장 유명한 빙수는 바로 녹차빙수(1만1000원).

일본산 말차로 매장에서 직접 만드는 수제 아이스크림이 올라간 녹차빙수는 깊고 진한 맛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양 또한 쌓이는 높이로 알 수 있듯 아주 푸짐하다. 촉촉한 얼음 위에 단팥이 듬뿍. 그리고 그 위에는 결이 살아 있는 녹차 아이스크림이 올라간다.

더불어 고소한 아몬드까지! 녹차 특유의 쌉싸름함과 달콤한 맛을 그대로 담고 있는 수제 아이스크림이 매력만점이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예쁜 카페에서 수다를 즐기고 싶을 때 녹차빙수와 함께하는 건 어떨까. 이곳에서 만날 수 있는 또 다른 빙수, 커피빙수도 진한 에스프레소 맛을 느낄 수 있는 인기 메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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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북동 ‘수연산방’
시간을 잊은 그곳에는 단호박빙수가 있다네

지하철 4호선 혜화역에서 내려 대학로를 지나 혜화로터리에서 조금 더 위로 올라가면 우리나라 제1호 전통 한방 찻집 ‘수연산방’이 있다. 소설가 이태준의 고택을 증손녀가 전통 다원으로 만든 이곳에는 작은 앞마당이 있고, 내부는 집 형태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오래된 가구와 소품, 소박하지만 단정한 분위기의 ‘수연산방’. 조금은 복잡한 대학로와 다르게 이곳은 한적해서 자리에 앉아 있으면 시간을 잊을 것만 같다. 전통 찻집에서 먹는 빙수는 새롭다.

단호박빙수(1만3500원)는 이곳에서 유일한 빙수지만 꾸준히 사랑받는 메뉴다. 단호박 속을 파낸 앙금과 팥, 그리고 노란 빛깔 아이스크림은 먹기에 아까울 정도로 색이 예쁘다. 그 맛은 어떨까.

눈으로 만족한 것만큼 맛도 뛰어나다. 너무 달지 않아 물리지 않고, 입 안 가득 진하게 퍼지는 단호박 맛이 인상 깊다. 쫄깃한 떡과 대추도 맛볼 수 있다. 인공적이지 않고 건강한 재료들로 만들어 그야말로 웰빙 빙수다.

특별한 날 색다른 빙수를 맛보고 싶다면 이곳의 단호박빙수를 추천한다. 더불어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나마 여유를 챙길 수 있는 시간은 ‘나에게 주는 선물’이 될 것이다.

글·사진 염유진 대학생 기자(명지대 국어국문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