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대학생활, 이렇게 하면 후회 안 한다-대학생 간담회

솔직하다! 캠퍼스 커플(CC) 실패담도, 학사경고를 받았던 경험도 거침없이 털어놓는다. 지난 2월 18일 오후 2시 충정로의 모 카페. 이 시대의 ‘보통’ 대학생 5명이 모였다. 새내기에게 대학생활에 대한 노하우를 들려줄 이들이었다.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위해 서로 친구인 사람들을 섭외했다. 덕분에 간담회가 진행되는 내내 가식이나 내숭은 찾아볼 수 없었다. “특별히 할 얘기가 없다”면서도 간담회는 예상시간을 훌쩍 넘길 정도로 뜨거웠다.

누구는 ‘현역’으로 새내기가 됐고, 누구는 재수·삼수를 거쳐 학교에 들어갔다. 누구는 동아리 회장을 했고, 누구는 교환학생을 다녀왔다. 누구는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잘리는 수모도 겪었고, 누구는 혼자 떠난 여행에서 대학생활의 의미를 찾기도 했다. 선배들이 들려주는 생생한 대학생활의 경험담을 놓치지 말자. 이들은 곧 머지않은 미래에 여러분의 모습이다.
[새내기 대학생활 백서] “대학생 사전에 ‘실패’란 없어. 뭐든지 도전해봐”
참석자 이수지(연세대 경영 08) / 오주영(한동대 경영경제 09) / 심창섭(동국대 전자공학 07) / 이서현(이화여대 국문 08) / 유두한(연세대 경영 05)


진행) 3월엔 새내기를 모집하는 동아리가 많아. 새내기는 어떤 동아리에 들어가면 좋을까?

수지) 과에서 밴드 소모임과 작곡 동아리 활동을 했어. 경영대에서 교지편집부도 했고. 동아리를 선택할 때 ‘어떤 걸 할까’ 하고 고민하진 않았어. 그냥 충동적으로 하고 싶으면 했어. 그래서 ‘어떤 동아리가 좋냐’는 질문을 받으면 좀 이상하게 느껴져. 좋은 동아리는 내가 가서 만들어가는 것이지 좋은 곳을 선택하는 게 아니거든.

주영) 대학에 늦게 들어가서 새내기 때도 마음 놓고 놀지 못했어. 늦은 만큼 공부에 신경 써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거든. 그래서 적당히 타협하면서 시간을 많이 뺏기지 않는 동아리를 찾아서 가입했던 게 아쉬워. 동아리는 자기가 원하는 취미 생활을 즐길 수 있는 기회인데….
[새내기 대학생활 백서] “대학생 사전에 ‘실패’란 없어. 뭐든지 도전해봐”
서현)
나는 낯을 많이 가려서 처음엔 동아리에 들어가는 게 겁났어. 사람 만나는 게 두렵다고 스스로를 가뒀던 것 같아. 다행인 건 늦게라도 동아리에 들어가서 사람을 만나기 시작한 거야. 나는 독서토론 동아리에서 활동했는데, 1학년이라고 동적인 활동만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 자기 성향에 맞는 동아리를 찾아가는 게 중요해.

수지) 동아리는 어디나 처음 가면 어색하지. 하지만 같이 활동하다 보면 끈끈해져. 내 경우에는 밴드 공연을 준비하면서 소속감이 생기는 걸 느꼈어. 그 후엔 불편한 마음이 사라지고 언제나 갈 수 있는 곳이 됐지.

창섭) 나는 1학년 때 힙합 동아리에 들어갔었어. 그런데 중간에 시들해져서 그만둔 게 후회돼. 관심 없는 분야는 애초에 시작을 말고 이왕 할 거라면 끝까지 하는 게 좋을 것 같아.

수지) 다양하게 해보되 너무 많은 활동은 하지 않는 게 좋겠어. 여러 동아리에 가입해 발만 걸쳐두는 사람도 많거든. 하지만 동아리 활동을 통해서 뭔가를 얻으려면 어느 정도 헌신이 필요하다는 걸 기억해야 해.

진행) 새내기들은 선배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몰라 고민할 때가 많아. 사랑받는 후배가 되는 법이 있을까?

주영) 학교에 늦게 들어간 나는 다른 동기들이 ‘언니, 오빠’ 하고 부를 때 혼자 ‘선배’라고 해야 하니까 안 친한 느낌이 들었어. 그것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밥 사달라는 말을 많이 못 해본 게 아쉬워. 지금 새내기로 돌아가면 선배들에게 더 적극적으로 다가갈 것 같아.

수지) 인사성 밝은 후배들이 좋아. 학기 초에 교양 수업을 듣고 나왔는데 모르는 번호로 연락이 와 있었어. 강의실에서 나를 본 후배가 먼저 연락을 해온 거지. 그 후 수업에서 만나면 자리도 같이 앉고 시험공부도 같이 하면서 더 친해졌어.

두한) 후배들이 날 어렵게 대하길 바라는 건 아닌데 그렇다고 갑자기 어느 순간 말을 놓는 후배들은 당황스럽더라. 선후배 사이에서 호칭 정리하는 것도 어려운 문제거든. 특히 재수나 삼수를 해서 나이가 같을 경우에, 다른 후배들과 같이 있는 자리에서 다른 애들은 존댓말을 쓰는데 그 후배만 반말을 쓰면 대화가 어색해지더라고.

진행) 술을 처음 접하는 새내기들은 학기 초 계속되는 술자리가 두려울 거야. 어떻게 하면 잘 적응할 수 있을까?

수지) 학기 초 술자리에서 술도 잘 마시고 분위기를 잘 이끄는 아이들이 소위 ‘주류’로 인정받곤 해. 난 그 분위기에 끼지 못해서 처음엔 스트레스를 받았어. 하지만 잘 보이려고 괜히 무리할 필요는 없어. 자기 페이스대로 가는 게 중요해. 잘 마시지 못하는 후배들이 ‘오버’하면 오히려 선배들은 부담스러워하거든.

창섭) 공대는 술을 많이 먹일 거라는 편견이 있어서 처음엔 겁이 났어. 그런데 강압적인 분위기가 아니더라. 선배들도 괜히 후배에게 술 먹여서 나중에 쓰러지면 누가 먹였냐는 원망을 들을 수 있으니까…. 그걸 알고 난 뒤에는 술자리 부담감이 없어졌지.

주영) 술자리에 가면 자리 선택이 중요해. 술을 강권하는 선배 옆은 피하는 게 좋아. 술자리에서 하는 게임도 잘하면 좋지. 자리를 잘 선택하면 많이 마시지 않고도 술자리를 즐길 수 있어.

진행) 대학에 들어왔으니 공부도 잊지 말아야지. 학점 관리는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두한) 새내기 때는 하고 싶은 게 많아서 공부를 잘 안 하게 되더라. 술도 먹어야지, 연애도 해야지…. 전부 공부랑은 거리가 먼 것들이잖아. 게다가 부모님이 성적에 대해서 뭐라고 안 하시니까 부담이 없지. 학점이 아무리 바닥이어도 오르고 있는 것만 보여드리면 ‘아, 우리 애가 공부를 하는구나’ 생각하시니까.

서현) 우리 학교는 여대라서 그런지 출석률이 100%에 가까워. 다른 학교처럼 새내기 땐 출석만 하면 B 학점 이상 나온다는 건 나한텐 상상도 못할 얘기야. 리포트 내거나 시험 볼 때도 다들 열심히 하기 때문에 웬만큼 해서는 점수를 잘 받을 수 없거든. 학점을 잘 받으려면 교수님의 의향을 읽는 게 중요해. 리포트를 쓸 때도 시험을 볼 때도 교수님이 원하는 내용을 찾아야 해. 내가 쓰고 싶은 말만 쓰면 안 돼.
[새내기 대학생활 백서] “대학생 사전에 ‘실패’란 없어. 뭐든지 도전해봐”
수지) 새내기 때는 교양 위주로 수업을 듣게 돼 있어. 깊이 있는 수업을 듣기 힘들어. 대부분 대형 강의인 데다가 수업 내용도 개론 수준이거든. 난 교양 과목도 일부러 내가 관심 있는 전공과목으로 찾아 들었어.

과제가 많고 수업 내용이 어려워도 그 수업을 즐겼다면 학점이 낮아도 기분이 나쁘지 않더라. 난 학사경고를 받은 적도 있는데 나중에 재수강해서 다 메웠어. 필수 과목이 아니라면 교양은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를 찾는 기회로 삼으라고 권하고 싶어.

주영) 나는 전공을 정하지 않고 학교에 들어갔는데, 새내기 때 전공 기초 과목을 여러 개 들으면서 나한테 맞는 전공을 찾을 수 있었어. 1학년 때는 가능하면 다양하게 수업을 듣는 것도 좋은 것 같아.

창섭) 수업 들어가기 전에 항상 교수님께 비타민 음료를 챙겨드리는 친구가 있어. 질문도 적극적으로 하는 편이야. 나중에 보니까 학점이 잘 나오더라. 교수님과 친해져서 안 좋은 점은 없는 것 같아. 단 하나 있다면 친구들의 시기와 질투?

주영) 수업을 듣고 나서 교수님께 한 학기 동안 가르쳐 주셔서 감사하다고 이메일을 보낸 적이 있어. 또 볼지 안 볼지 모르지만 간단히 인사를 전하는 것도 교수님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방법인 것 같아.

진행) 대학생 때는 자유 시간이 많은데, 학교 공부 외에 어떤 경험을 해보면 좋을까?

두한) 연애를 해봐야지. 특히 캠퍼스 커플(CC)은 공학에 다니는 학생들이 누릴 수 있는 낭만이야. 수업도 같이 듣고 공부도 같이 할 수 있으니까 학교생활이 배로 즐겁지. 대신 사귀다 헤어지면 주변 사람들의 수군거림을 견딜 각오를 해야 할 거야. 나도 과 동기와 사귄 적이 있는데 지금은 아픈 기억이지.

주영) 아르바이트를 해봤으면 좋겠어. 돈의 소중함도 알게 되고 어떻게든 삶에 영향을 받게 되는 것 같아. 난 공연장에서 티켓팅 아르바이트를 했었는데 손님 응대하는 일이 쉽지 않더라. 내가 만난 진상 손님 중에는 표를 잃어버려놓고 표를 안 줬다고 화를 내는 사람도 있었어. 만만치 않은 사회를 접하면서 깨달은 게 많았지.

창섭) 나는 인턴십을 했던 게 기억에 남아. 전공을 살려서 한 공업고등학교에서 조교를 했었거든. 원래는 선생님을 하고 싶은 생각이 없었는데 그곳에서 일하면서 교사라는 직업에 관심이 생겼어. 인턴십이나 아르바이트 경험을 진로를 찾는 기회로 삼아도 좋을 것 같아.
[새내기 대학생활 백서] “대학생 사전에 ‘실패’란 없어. 뭐든지 도전해봐”
두한) 지난해 프랑스로 교환학생을 다녀왔어. 해외에 나가본 것이 대학생활하면서 제일 잘한 일 같아. 외국에 나가 보면 느끼는 게 많거든. 한국에선 다들 경쟁하느라 바쁜데 외국에선 여유롭게 지내면서 지나온 시간을 돌아볼 수 있고, 다른 문화를 접하면서 시야도 넓힐 수 있어. 학교 공부보다 더 많은 걸 배운 기분이야.
[새내기 대학생활 백서] “대학생 사전에 ‘실패’란 없어. 뭐든지 도전해봐”
창섭) 자기만의 취미를 만들라고 말하고 싶어. 나는 운동이 취미야. 웨이트 트레이닝도 하고 자전거도 타고, 축구팀에서도 뛰고 있어.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으니까 생활에 중심이 잡히는 것 같아. 학교 밖에서 동호회 활동을 하면서 다양한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것도 장점이지.

서현) 혼자 시간을 보낼 줄 아는 것도 중요해. 대학생활을 하다 보면 정신없이 바쁘다가도 어느 순간 공허해지는 때가 있거든. 그럴 땐 혼자 여행을 떠나거나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면 도움이 되더라.
[새내기 대학생활 백서] “대학생 사전에 ‘실패’란 없어. 뭐든지 도전해봐”
진행) 대학에 들어온 뒤에도 진로에 대한 고민은 계속되지. 미래 계획은 어떻게 세우는 게 좋을까?

수지) 난 고등학생 때 대학만 가면 세상을 다 가질 줄 알았어. 막상 대학에 들어오니 아무것도 가진 게 없더라. 오히려 여기서부터 다시 시작이라는 생각이 들어. 대학생활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우리 삶은 충분히 달라질 텐데 단지 좋은 대학을 못 갔다는 사실만으로 좌절하는 친구도 있었어. 그런 모습을 보면 안타까웠지.

서현) 취업이나 진로에 대한 고민이 커지면서 1학년 때부터 고시에 매달리는 애들도 많이 봤어. 그렇게 한 길만 고집하는 친구들의 문제점은 실패했을 때 대책이 없다는 거야. 경험해보니 삶은 꼭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만 흘러가지 않더라. 1~2학년 땐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다양한 경험을 해보는 게 좋을 것 같아.

주영) 인문계의 경우 자기 전공에 너무 얽매이면 오히려 힘들어져. 적성보다는 점수에 맞춰 전공을 선택한 경우가 많아서 딱히 어느 분야에 흥미를 느끼는지 잘 모르고 있거든. 세상에 수많은 직업이 있는데, 우리가 아는 직업은 한정돼 있다는 점도 진로 선택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인 것 같아. 전공 안에 자신을 가둘 필요 없이 시각을 넓혀서 이것저것 해보는 게 좋지 않을까.

두한) 나는 졸업하고 창업을 하려고 해. 아르바이트하면서 회사 생활을 경험해보니 나와는 잘 맞지 않더라. 얼마 전에 마음이 맞는 친구를 만나서 동업하기로 했어. 우리 모두 주변 사람들의 말에 휩쓸려서 자기의 꿈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어. 경쟁을 하다 보면 자꾸 불안해지니까 나 자신보다 남들만 보게 되거든. 대학에서 많은 경험을 하면서 나만의 꿈이나 인생관을 가지게 됐을 때 그것을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어.

진행) ‘대학은 ㅇㅇ이다’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서현) 대학은 ‘새벽’이다. 대학만 가면 다 끝일 것 같지만, 사실은 아직 동이 트기 전이지.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생활하면 곧 해가 뜨는 순간이 올 거야.

창섭) 대학은 ‘기회’다. 이제 공부만이 아니라 다른 것들을 경험할 수 있는 인생의 ‘큰 기회’가 온 거라고 생각했으면 해.

수지) 대학은 ‘실패가 없는 곳’이다. 학사경고를 받아도 그건 성적이 낮은 거지 실패가 아니야. 토익 점수가 낮아도 그건 점수가 안 나온 거지 실패가 아니야. 각자 길이 다르고 자기가 남긴 발자취가 다른 것일 뿐 대학에선 실패가 없다고 생각해.

주영) 대학은 ‘특권’이다. 대학생일 때는 아무리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잖아. 대학생이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경험을 하기도 쉽고.

두한) 대학은 ‘보루’다. 대학에선 뭐든지 경험할 수 있지. 그런데 이 시기가 지나가면 이런 시간은 다시 오기 힘들 거야. 모든 기회가 주어진 인생의 가장 좋은 시기에 우리도 열심히 발전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해.


진행 양충모 기자 gaddjun@hankyung.com·@herejun(Twitter)│정리 김보람 인턴기자 bramvo@hankyung.com│사진 김기남 기자 kn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