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사랑받는 새내기가 되고 싶다면?

1년간의 힘든 수험 생활을 마치고 대학생이 된 새내기 P군. 정들었던 교복 대신 입학 기념으로 받은 새 옷을 입고 학교로 향한다. 대학생이 되자 많은 것이 바뀌었다. 불과 몇 달 전 고등학생 때 지하철을 타면 출근길의 회사원과 등굣길의 학생들에 치여 고생했지만 대학에 들어온 지금은 점심께 첫 수업이 있는지라 편히 앉아서 가기도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수업이 아닌 ‘강의’를 듣게 됐으며 교과서 대신 ‘교재’를 들고 다닌다. ‘공강’이라는 신개념 쉬는 시간도 생겼다. 대학은 자유라더니 정말 그렇다고 느낀다.

다만 한 가지 걱정스러운 변화가 있으니 바로 ‘인간관계’다. 수험 기간 동고동락했던 친구들은 모두 뿔뿔이 흩어졌고 그 빈자리엔 ‘동기’와 ‘선배’가 비집고 들어왔다. 첫인상은 오래가는 법.

처음부터 좋은 이미지를 심어준다면 대학생활 동안 적어도 인간관계에서만큼은 스트레스를 많이 덜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술자리, MT, 동아리에서는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는다. 어떻게 해야 사랑받는 후배로, 동기로, 나아가 선배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까.
[새내기 대학생활 백서]후배들이여, 선배 손에 물 묻게 하지 말라
Part 1 술자리 : 전설이 될 필요는 없다

학기가 시작되면 술 마실 일이 많아진다. 선배나 동기가 사적으로 부르기도 하고 개강총회와 같은 공식 행사에 나가는 일도 많아진다. 고등학교 때부터 술을 즐겨 한 사람도 있겠으나, 대부분의 경우 이 시기부터 본격적으로(?) 술을 접하게 된다.

지금까지 알코올과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살았던 터라 소량만 마셔도 쉽게 취한다. 게다가 ‘술자리에서 선배가 주는 술은 다 받아야 한다’는 말을 어깨너머 들은 터라 피하기가 쉽지 않다. 자칫 잘못하면 머리끝까지 술에 취해 실수하기도 쉽다.

하지만 대학 문화가 많이 바뀌었다는 점을 명심하자. 예전에야 ‘강압적으로 술을 마시게 하는 문화’가 있었다지만 최근에는 ‘적당히, 그리고 알아서 마시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고려대 생명공학부 이상화 씨는 “사실 선배 입장에서 취한 후배들을 책임지는 것은 힘들다”고 토로했다.

“그만 마시라고 말려도 ‘저 안 취했어요’ 하며 주정 부리는 후배들 추스르는 것은 고역”이라며 “아무리 선배가 주는 술이라도 더 이상 마시지 못하겠으면 적당한 선에서 스스로 자제할 것”을 당부했다.

특히 많은 사람이 함께하는 술자리일수록 더욱 조심해야 한다. 술자리에서 만들어진 이미지는 꽤 오래가기 때문이다. 적당한 선을 지키지 못하고 술에 약한 모습(길거리에 피자를 만든다든지, 길거리를 노래방 삼는다든지 하는 것들)을 보인다면 다음 날 전과 달라진 주위의 시선과 대우를 느낄 수도 있다. 술을 마셨든 마시지 않았든 주위에 폐를 끼치는 것은 그리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성균관대 경제학부 이호민 씨는 “자기 주량과 맞는 사람을 만나는 것도 중요하다”고 했다. 어느 조직이나 그렇듯 대규모의 인원이 끝까지 함께 친한 경우는 드물고 시간이 지나면 소수의 인원으로 나뉘어 따로따로 친하게 된다. 이런 술자리를 통해 자기의 주량과 비슷한 사람을 만나야 후에 술 때문에 고생하는 일이 적어진다는 얘기다.
[새내기 대학생활 백서]후배들이여, 선배 손에 물 묻게 하지 말라
Part 2 연애 : CC, 할 땐 좋은데… 깨지면?

사람과 사람의 만남에 어찌 정형화된 형태가 있겠느냐만 몇 가지 형태의 연애 루트가 있다. 크게 학내 연애(흔히 캠퍼스 커플, 약칭 CC)와 학외 연애로 나뉘는데, CC의 경우 ‘함께 있을 수 있는 시간이 길다’는 최강의 장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학생이 선호한다. 단 한 가지 단점이 있다면 ‘헤어지고 난 후가 걱정’된다는 점.

꼭 익명으로 처리해 달라고 부탁한 신촌 모 대학의 Y군은 지금까지 4번의 연애가 모두 CC였던 케이스. 처음은 신입생 시절 같은 과 동기, 다음은 동아리 동기, 그 다음은 학회 후배, 마지막은 다른 과 선배였다.

‘등굣길=데이트하러 가는 길’이라는 매력에 매번 CC를 해왔지만 그의 수많은 동아리 이력에서 파악되듯 이별 후 항상 뒤처리가 골치 아팠다고 한다. 뒤에서 수군거리는 것은 그나마 참을 만했지만 정을 두고 활동했던 동아리·학회와 어쩔 수 없이 멀어지게 되는 것이 쓰디쓴 이별만큼 힘들었다고 한다.

이런 경우 보통 어느 한쪽이 그 모임에 출석하지 않는 것으로 매듭지어지는데 Y군은 “그 친구에게 더 이상 나쁜 짓을 하기 싫어 그냥 내가 안 나가고 만다”고 했다. 그 조직의 다른 사람들에게 안 좋은 이미지로 굳어진 것은 당연한 일. ‘젊은 나이에 많은 사람과 만나봐야 한다’는 말도 일리가 있지만 그것이 CC라면 조금 깊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CC를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학생도 있으니 ‘여대생’이 대표적이다. 성적 소수자가 아닌 이상 캠퍼스 커플은 옆동네 이야기다. 그러다 보니 외부 활동을 많이 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여대생의 또 다른 특징이다.

대표적인 것이 대학연합 동아리. 입수한 어느 대학연합 동아리의 경쟁률을 살펴보면 30명을 뽑는 신입 기수 모집에 73명이 지원, 이 중 절반 가까운 32명이 여대 재학 중인 학생이었다고 한다.

이 동아리 회장은 “실력과 인성 위주로 선발하려고 노력하지만 성별 및 학교 배분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여대생들이 불리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뒷이야기를 알려주기도 했다.

Part 3 MT : 무엇이든 ‘솔선수범’하라

MT에서 가장 보기 싫은 후배 유형은 ‘뺀질이’다. MT 인생 6년차라는 경희대 사회학과 김선화 씨는 “장 볼 때 동기들끼리 놀고 있고, 장 보고 나서는 짐 들지 않으려고 이리저리 도망 다니는 후배가 가장 밉다”고 했다.

많은 인원이 참석하는 만큼 각종 먹을거리와 술·음료 등의 마실 거리, 분위기를 띄울 놀이 도구 등 들고 가야 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닌 MT 때 눈치 살피며 힘 한번 아끼려는 것은 밉상이다. 또 “같은 여자지만, 특히 여자 후배들이 이런 경우가 많다”며 “작은 것이라도 좋으니 하나쯤은 도와주는 것이 좋다”고 했다.

인하대 공대 이호석 씨는 “남자들이 힘자랑하려고 일부러 여성들이 들고 있는 짐을 뺏는 경우도 있다”면서 “먼 길 혼자 들고 가는 것이 안쓰러워 보이면 옆에서 말동무라도 해달라”는 부탁을 했다.

보통 1박 2일로 진행되는 MT는 다음날 뒷정리에서 이미지가 결정되기도 한다. 성균관대 경제학부 박종민 씨는 “선배가 뒷정리하고 있는데 계속 자고 있는 후배들이 많다”는 점을 지적했다. “내가 설거지하고 있는 것을 두 눈 빤히 뜨고 앉아서 바라보는 후배도 있었다”며 “선배들이 치우고 싶어서 치우는 것이 아니라 후배들에게 시키기 뭐해서 움직이는 것”이라고 했다.

선배들이 나서기 전에 먼저 움직이는 것이 가장 좋지만 몸이 정 힘들면 선배가 움직일 때 같이 치우는 모습만 보여도 좋은 후배로 각인된다는 이야기다. 덧붙여 이 한마디가 기쁘다고 했다. “선배는 쉬세요, 저희가 치울게요.”
[새내기 대학생활 백서]후배들이여, 선배 손에 물 묻게 하지 말라
[선배들이 귀띔해주는 몇 가지 팁]

1. 삼수생 호칭은 어떻게 할까?

재수생은 보통 친구 사이가 되는 경우가 대다수지만 삼수생은 참 애매하다. 4수·5수생은 정말 손윗사람 느낌이 나지만 삼수생은 손위 느낌과 친구 느낌이 섞여 있기 때문이다. 삼수생 호칭은 소속 대학별로 전통적으로 규정된 곳도 있고 그렇지 않은 곳도 있으니 주위 눈치를 살피거나 선배에게 물어봐 해결하는 것이 좋다. ‘존칭을 쓰지만 말은 놓는 방법’도 있다. 예를 들면 “형, 어제 수업 필기 노트 좀 빌려줘”.

2. 선배가 자꾸 권하는 술 피하는 방법

예부터 전해오는 술 피하는 비법이 몇 가지 있다. 첫째는 종교를 이용하는 방법. 기독교처럼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이 미덕인 종교’를 믿는다고 하면 아무리 하늘 같은 선배라도 강권하기 힘들다. 하지만 그 이후 모임에 불려나갈 일이 현저히 줄어든다는 점은 참고할 것.

또 다른 방법은 ‘보약을 먹는다’고 하는 것이다. 어느 정도 거짓말인 것은 선배도 눈치채지만 ‘그래도 혹여…’라는 생각에 술을 권하지 않는다. 하지만 평생 보약 먹는 것도 아닌지라 대학 내내 쓸 수 있는 방법은 아니라는 점에 유의할 것. 눈치를 살펴 술을 잘 못 마실 것 같은 선배들 옆에 앉는 것도 상책이다.

3. 팀플에서 나쁜 소리 듣지 않는 방법

팀플에서 욕먹지 않는 방법은 사실 간단하다. ‘시간 엄수’와 ‘책임 완수’ 두 가지만 지키면 된다. 이 정도만 해도 최소한 중간은 간다. ‘나 하나쯤 늦어도 괜찮겠지’라는 생각은 절대 금물. 자기가 맡은 일이 늦어지면 전체 프로세스가 그만큼 늦어진다는 점을 명심하자.

저학년 학생에게서 볼 수 있는 특징 중 하나가 ‘지나친 의욕으로 자신이 감당 가능한 수준을 넘어서는 것’. 열심히 하려는 것은 칭찬할 일이지만 ‘과유불급’ 넉 자를 꼭 기억하자.

물론 토론에서 ‘No’를 외칠 수 있는 것도 중요하지만 반대하는 이유와 그에 대한 대안을 충분히 생각한 후 말하는 것이 좋다. 팀 미팅에 지각해놓고 “지금까지 무슨 얘기 했었어요?”라며 자신만을 위해 다시 브리핑해 달라는 것도 염치없는 짓. “늦어서 죄송합니다”라고 말한 후에 눈치껏 내용을 파악하는 편이 훨씬 낫다.

4. 선배와 친해지는 방법

인사만 잘해도 좋은 후배라는 소리 듣는다. 고개만 까딱하는 인사보다는 공손한 자세로 인사하는 것이 당연히 낫다. 그렇다고 90도 각도로 인사하면 오히려 ‘쟤 왜 이래’ 할 수 있으니 가벼운 목례 정도로 하고 “잘 지내셨어요?”라고 한마디 하면 된다.

선배에게 자주 연락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선배는 언젠가 꼭 한 번은 필요한 존재다. 그럴 때 불쑥 연락해 부탁하는 것보다 미리 친해져 둬야 부탁하는 쪽에서도, 부탁받는 쪽에서도 어색하지 않다.

누군가에게 먼저 다가서는 것은 어려운 일. 하지만 그것을 넘어서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따라 결과는 천지 차이다. 이때 대표적으로 사용되는 것이 “선배, 밥 사주세요”. 선배와 친해질 수 있는 기회이면서 밥값도 절약할 수 있는 두 마리 토끼 사냥법이다.

다만 비싼 패밀리 레스토랑으로 가자고 조르거나 지나치게 자주 사달라고 하면 오히려 싫어하니 적당한 수준을 유지할 것. 어차피 새내기나 선배나 소득 수준은 같다.

글 양충모 기자 gaddjun@hankyung.com·@herejun(Twit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