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와서 한 건 연애밖에 없는데 취업할 때 되니 이제까지 뭐했나 싶어요.”

“그래도 어디 가면 ‘예쁘다, 똑똑해 보인다’는 얘기 듣곤 해서 당연히 취직할 줄 알았죠. 이렇게 다 떨어질 줄은 몰랐어요. 이제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네요.”

“‘그깟 토익’ 하며 무시하다가 제때 점수를 따지 못한 게 이렇게 후회스러울 줄은 몰랐어요. 하반기 공채 시즌이 지난 후 자신감이 떨어졌어요. 졸업이 다가오는데 제 미래는 어떻게 되는 걸까요?”

하지만 꿈 많은 그대여, 이제 그 눈물을 닦길 바란다. 새해를 맞아 새 다짐, 새 각오로 다시 시작해보자. 여기 당신을 위해 ‘저질 스펙으로 취업하는 방법’을 준비했다.
[저질 스펙에서 탈출하는 3가지 방법] 다양한 경험·적정 눈높이·전문영역 갖춰라
시작에 앞서 먼저 밝혀두겠다. 당신이 저학년이라면 시간 많을 때 열심히 필요한 점수를 따 두기 바란다. ‘학점 3.5, 토익 800점, 해당 분야의 자격증’이 대기업 평균 스펙으로 꼽힌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이 기사는 더 이상 학점을 올릴 수 없는 졸업 예정자, 취업이 급한 구직자들을 위해 준비했다. 지금부터 얘기하는 3가지 방법을 마음 속에 새겨넣고 ‘살 길’을 모색해보자.
[저질 스펙에서 탈출하는 3가지 방법] 다양한 경험·적정 눈높이·전문영역 갖춰라
취업을 하기 위해서 먼저 갖추어야 할 것은 자신에 대한 믿음이다. 자신감이 없으면 취업문 뚫기가 더 어려워진다. 자기소개서를 쓸 때나 면접을 볼 때도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다.

‘잘할 수 있다’는 말은 그저 하는 말일 뿐 마음속으로는 ‘난 못해, 하기 싫어’를 외칠 것이다. 또한 위축돼 보이는 모습을 좋게 보는 면접관은 결코 존재하지 않는다.

한 단어로 압축할 수 있는 자신만의 장점을 찾아야 한다. 책임감, 리더십, 성실함, 명민함 등을 글이나 말로 표현해야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자신감을 회복하면 취업에 대한 동기 부여도 뒤따라올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경험’이 필수다. 무엇이든 직접 도전하며 변화를 체험해야 한다. 스스로에게 미션을 던지고 이를 하나둘 해결하는 과정에서 성취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우곤 이우곤HR연구소장은 “자존감을 높이는 데는 활동적인 일을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며 “예를 들어 해병대 캠프 참여나 자신이 좋아하는 환경에서 아르바이트하기 등이 있다”고 조언했다.

또한 “자원봉사, 커뮤니티 활동과 같이 보수가 없는 일에 참여하면 주도적으로 일하는 훈련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 동아리 활동, 영업 활동, 인턴십 등도 훌륭한 경험이 될 수 있다.

스펙이 부족한 사람들이 승부처로 삼아야 할 것은 ‘자기소개서’와 ‘면접’이다. 자신만의 스토리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여러 가지 활동적인 경험을 하면 자기소개서의 주요 에피소드로 활용할 수도 있다.

자기소개서나 면접에서 자주 질문하는 것 중 하나가 ‘힘들었던 경험과 이를 극복한 과정’이라는 점을 기억하자. 자존감이 낮은 상태에서 어떤 과정을 거쳐 어려움을 이겨냈는지 솔직한 경험담을 쓰는 것도 꽤 괜찮은 취업 대비 전략일 수 있다.

어려운 환경에서 갖은 경험을 해본 사람을 선호하는 기업도 있다. 대표적인 곳이 SK텔레콤. 이곳에선 ‘야생형 인재’라 하여 스펙은 초라해도 온갖 경험으로 무장된 이들을 신입사원으로 채용하고 있다.
[저질 스펙에서 탈출하는 3가지 방법] 다양한 경험·적정 눈높이·전문영역 갖춰라
꿈이 큰 것은 좋다. 하지만 머릿속 생각만으론 결코 취업문이 열리지 않는다. 현실을 직시하자. 현재 내가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어디인지를 파악해야 한다.

각종 취업 카페에서 해당 기업 입사자들이 올려놓은 스펙과 자신의 스펙을 비교해보고 대략의 합격선을 파악하는 것이 좋겠다.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필요한 점수를 올리는 것, 둘째는 스펙을 조금만 평가하는 곳으로 지원하는 것이다.

후자의 대표적인 곳은 중견·중소 기업이다. 대기업에 비해 총무, 인사, 재무 등 여러 분야에서 능력을 펼칠 기회가 많다는 것이 장점이다. 중견·중소 기업 중에서도 소위 ‘알짜 기업’이 많이 있다. 지난해 11월 중견기업연합회에서는 대졸 초임연봉 2700만 원 이상 중견 기업 272곳의 리스트를 공개했다.

이 중에는 연봉 3500만 원을 웃도는 기업도 적지 않았다. 또 CAMPUS Job&Joy의 ‘이래서 중소기업 택했다’ 코너에는 바텍, 에듀윌, 한국폼텍, 씨유메디칼시스템 등 우수 중소기업이 소개된 바 있다. 중소기업청이 발간한 ‘행복지수 1등 기업’이라는 책에는 복리 후생이 좋은 우수 중소기업 30여 곳이 소개돼 있으니 이를 참고하는 것도 좋겠다.

중소기업에 입사할 때 ‘스펙’은 중요한 요건이 아니다.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상진 박사는 “중소기업에서는 오히려 스펙을 많이 갖출수록 부담스러워한다”고 말했다. 이유인즉 사람 한 명을 뽑아서 업무를 가르치는 데 들어가는 돈이 3년간 평균 1억 원인데 이후 대기업으로 이직을 하면 회사가 곤란하다는 것이다. 이 박사는 “좋은 스펙을 가지고 있기보다는 해당 분야에서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는 열정과 포부를 가진 사람을 더 선호한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에 들어가고 싶다면 채용 시스템이 대기업과는 다르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주로 서류와 면접 전형으로 신입사원을 채용하기 때문에 무엇보다 면접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몇몇 대기업이나 치르는 직무적성검사나 집단토론면접 연습에 투자하는 것은 시간 낭비다.

또한 적극적인 자세를 취할 필요가 있다. ‘취업뽀개기’와 같은 커뮤니티는 대기업 공채 위주로 정보가 제공되기 때문에 ‘잡영’ ‘잡코리아’ ‘사람인’과 같은 취업 포털을 다양하게 검색해야 고급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중소기업은 수시 채용을 많이 하므로 관련 사이트를 즐겨찾기해 놓고 틈날 때마다 들여다보는 것이 좋다. 자신의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해당 기업의 인사담당자에게 보내는 적극적인 구직 활동도 취업에 도움이 될 것이다.
[저질 스펙에서 탈출하는 3가지 방법] 다양한 경험·적정 눈높이·전문영역 갖춰라
박승오, 홍승완이 쓴 ‘나의 방식으로 세상을 여는 법’에 따르면 구직자와 채용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취업 요소가 서로 다르다. 설문조사에서 구직자의 47%는 가장 중요한 구직자의 노력으로 ‘지식’을 꼽은 반면 채용자는 49%가 ‘가치관’이라고 답했다. 구직자 입장에서는 스펙이 좋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뽑는 사람의 관점에서는 비전과 가치관을 관심 있게 본다는 것이다.

좋은 회사를 선택하는 것 이상으로 중요한 것이 스스로에게 맞는 직무의 선택이다.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과 잘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를 알아야 오랫동안 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힘든 근무 여건 속에서도 지속적으로 동기 부여를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저질 스펙에서 탈출하는 3가지 방법] 다양한 경험·적정 눈높이·전문영역 갖춰라
궁극적으로는 ‘전문가’로 성장하기 위함이다. 꿈을 향해 가는 방법은 여러 가지인데 좋은 스펙으로 높은 연봉과 큰 규모의 기업에 단번에 입사하는 길도 있지만 반드시 그것만이 정답은 아니다.

점차 경력을 쌓으며 전문성을 키우는 길도 있다. 해당 분야에서 직무 역량을 쌓으며 전문가로 인정받으면 더 좋은 환경에서 일할 기회가 열리고 연봉도 높일 수 있다.

가치관은 여러 검사 도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동국대 취업지원센터 김수현 씨는 “모든 구직 활동에 앞서 ‘자기분석’을 통해 원하는 직무를 파악해야 한다”며 “간단하게는 고용노동부가 운영하는 홈페이지 워크넷(www.work.go.kr)에서 직업선호도 검사를 해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를 통해 얻은 결과를 가지고 자신만의 커리어 맵을 만들어보자. 예를 들어 ‘유통업’에 관심이 있다고 하면 관련된 기업과 자신이 갈 수 있는 기업을 그려보고 그에 필요한 준비 계획을 세우는 것이다. 실천력이 떨어지는 사람이라면 스터디를 꾸리거나 사회에 진출한 멘토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겠다.


글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