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리코 한진희 씨

중학교 시절 일본어의 매력에 빠진 후 동시통역사를 꿈꾸던 소녀. 국내 대학 일본어과에 합격했지만 생생한 언어를 배우기 위해 일본 대학에 가고 싶었다는 그녀. 대학 진학 후에도 공부가 그저 좋았다는 모범생. 자신의 특기를 살려 취업에 성공한 한진희 씨의 이야기다.

한 씨는 일본어라는 언어를 경쟁력으로 삼았고 이것은 취업 무대에서 꽤 좋은 스펙이 됐다. 하지만 이것이 전부는 아니었다. ‘사명, 정직, 성실’ 이 세 가지 정신이 그녀를 신도리코 입사로 이끌었다. 추상적으로만 들리는 이 말이 취업과 무슨 상관이 있다는 것일까.
[취업문 이렇게 뚫었어요] “세계시장 개척의 첨병이 되기 위해 일본에서 U턴 했어요!”
한 씨가 취업을 결심한 것은 대학 3학년 들어서다. 당시 치솟던 원엔 환율에 대한 부담과 경제적으로 독립하고 싶다는 마음에 취업을 진지하게 생각했다. 대학 취업 세미나에 참석하고 관련 강의도 들었다. 하지만 곧 고민에 부딪혔다.

“한국인인데 일본 기업을 위해서 열심히 일할 수 있을까, 일하면서 동기 부여가 될까 의구심이 들었어요. 한국으로 취업해야겠다고 생각하고 무작정 국내 기업 홈페이지를 돌아다니면서 정보를 모았죠.”
[취업문 이렇게 뚫었어요] “세계시장 개척의 첨병이 되기 위해 일본에서 U턴 했어요!”
그렇게 찾은 곳이 신도리코였다. 한국 토종 기업이면서 50여 년간 일본 기업과 교류가 있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그는 신도리코 딱 한 곳에만 원서를 넣었다. 그만큼 이 회사에 들어가야 하는 이유가 분명했다.

“특기를 잘 살릴 수 있고 무엇보다 다른 대기업은 이미 세계시장으로 많이 진출한 반면 신도리코는 시장을 넓히는 중이라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을 것 같았어요.”

대개 입사 지원 동기는 ‘개인의 꿈과 목표’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편이다. 한 발 더 나간다면 ‘회사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것 정도. 한 씨의 경우엔 여기에 ‘국가’가 추가됐다.

“자기소개서를 쓸 때 ‘한국에 대한 사명감을 가지고 왔다’는 점을 강조했어요. 일본 대학을 나와 현지 취업이 유리했지만 열정과 의지를 가지고 이렇게 다시 왔다고요.”

타국에서 생활했기 때문에 가능한 생각이었을지도 모른다. 다행인 것은 신도리코의 경영이념이 ‘나라 사랑, 직장 사랑, 사람 사랑’의 삼애정신(三愛精神)에 있다는 점이다. 한 씨가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이유였다.

자신 있게, 솔직하게, 정공법으로

면접은 하루 동안 진행됐다. 작문 시험을 치르고 부서장 면접과 임원 면접을 연달아 거쳤다. ‘해외업무직’에 지원한 한 씨는 언어 특기자 10여 명과 경쟁을 했다. 다들 쟁쟁한 실력을 가지고 있어서 합격을 기대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일본 대학 출신이 여럿 있었는데 다들 훌륭한 대답을 하는 거예요. ‘나는 안 되겠구나’ 싶어서 오히려 마음 편하게 먹고 솔직하게 답변했어요. 부족한 것은 보완하겠다고 하면서요. 꾸밈없이 얘기하다 보니 당당해 보였나 봐요.”

함께 일할 직원을 뽑는 기업 입장에서 정직한 지원자가 눈에 띄지 않을 리 없다. 특히 신도리코는 ‘오랫동안 함께 일할 가족 같은 직원’을 뽑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한 씨는 본인의 실패담과 경험에서 우러나온 생각을 솔직하게 표현했다.

“광고 동아리에서 조장을 한 적이 있어요. 150명 정도 있었는데 한국인은 저 혼자였거든요. 외국인 사이에서 의견을 조합하는 게 힘들었어요. 조원들이 상처받지 않게 말을 해야 하는데 문화가 다르니까 조심스럽고 모국어가 아니어서 잘 표현하는 게 어려웠죠.”

이를 통해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을 절감했다. 한 번 보고 판단하기보다는 한 층 아래에 있는 문화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취업문 이렇게 뚫었어요] “세계시장 개척의 첨병이 되기 위해 일본에서 U턴 했어요!”
외국인과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글로벌 인재’의 필수 자질이기도 하다. 지금도 한 씨는 이를 위해 남다른 노력을 하고 있다.

“일본어를 번역할 때도 직역을 할 수 있지만 어떻게 하면 한국 사람들이 잘 이해할 수 있을까 한 번 더 생각하고 관련 자료를 찾아봐요. 해외 시장과 상황에 항상 관심을 가지고 기사를 찾아보면서 배경을 파악하려고 해요.”

그녀의 성실한 면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인터뷰에 동석했던 홍보실 직원도 “꾸준하고 진득한 사람, 노력하는 인재를 뽑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한 씨 스스로도 본인이 ‘성실한 편’이라고 평가했다.

“일이 주어지면 쉽게 하려는 사람도 있는데 그렇게 하고 싶진 않아요. 하나를 하더라도 제대로 하고 싶다는 생각이에요. 학과 공부도 물론 재밌어서 했지만 전공 서적 이외에 교수가 추천해준 자료들, 참고 서적 등은 되도록 다 읽어보곤 했어요.”

‘노팅힐’이라는 영화 자막의 빈칸을 채우는 영어 시험을 치를 때는 자막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외워버리기도 했다. 지는 것을 싫어하는 성격 때문에 입사 후에 놀림을 받은 적도 있다고 한다.

“신입사원들이 산에서 아침 운동을 하는데 다른 직원이 저더러 ‘이 악물고’ 한대요. 운동신경이 없어서 달리기를 해도 꼴찌를 하는 편이거든요. 그래서 운동을 할 때는 정말 ‘이 꽉 깨물고’ 하는 것 같아요.(웃음)”

인터뷰 중 때로는 본인의 단점을 가감 없이, 웃으면서 얘기하는 그에게서 ‘건강하고 꾸밈없는 내면’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는 바로 스스로에 대한 확신과 자신감에서 나온다. 마지막으로 한 씨가 대학생들에게 강조한 점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남에게 잘 보여야지’ 하기보다는 스스로에게 당당했으면 좋겠어요. 이를 위해서는 스펙을 급급하게 준비하기보다는 평소에 꾸준히 하는 게 중요해요. 무엇보다 즐기면서 하는 게 최우선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신도리코 인재상

신도리코의 인재상은 ‘신의, 창의, 노력’으로 요약된다. 스펙이 아무리 좋아도 이 세 가지 덕목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는 지원자는 탈락시킨다. 신도리코 채용의 특징은 ‘자필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다. 지원자의 열정과 정성을 평가하기 위해 도입한 방식인 만큼 모든 자기소개서를 꼼꼼하게 읽는다. 최종 당락은 면접에서 판가름 나는데, 이때 우석형 신도리코 회장이 면접관으로 직접 참여한다. ‘동반자’를 뽑는다는 생각에서다. 면접과 더불어 ‘작문 시험’을 본다는 것도 특이점이다.


글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사진 김기남 기자 kn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