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취업을 희망하는 사람들에게 ‘금융 3종’은 필수 자격증으로 통한다. 증권투자상담사, 파생상품투자상담사, 투자자산운용사 자격증을 말한다. 하지만 금융 3종을 취득한다고 해서 금융권 입사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너나없이 자격증을 취득하다 보니 입사 지원 시 변별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남들과는 좀 더 차별화된 나만의 금융 스펙은 없을까. ‘똑’ 소리 나는 금융 스펙을 쌓으려면 ‘대학생 모의투자대회’가 지름길이다. 대회 수상자에게는 장학금, 해외 금융시장 탐방, 인턴십 등의 파격적인 기회가 주어진다. 웬만한 금융 관련 자격증과는 비교할 수 없는 혜택이다. 미래의 투자왕을 향한 첫걸음, 모의투자대회의 모든 것을 담았다.

모의투자대회? 그게 뭔데?

모의투자대회는 주식, 선물옵션, 채권과 같은 금융 관련 상품에 모의 투자하여 수익률을 내는 대회다. 보통 증권사들이 자체적으로 모의투자대회를 연다. 키움증권, 동양종합금융증권 등이 대표적이다.

경제 관련 단체가 주관하는 대회도 있다. 금융투자협회, 한국경제교육협회는 매년 언론사 등과 함께 모의투자대회를 개최한다. 2009년부터는 부동산 관련 모의투자대회도 생겼다.

대회의 주관사는 다르지만 운용 방식은 비슷하다. 참가자들은 지급받은 사이버 머니로 정해진 기간 중에 올린 수익률로 순위를 가린다. 보통 주식을 투자 대상으로 삼는다. 참가자는 각 대회의 주관 금융사가 지원하는 HTS(홈 트레이닝 시스템, 개인 PC에서 직접 주식 매매를 할 수 있는 프로그램)를 다운로드하고 기대주를 설정한다.

그들은 기대주의 변동 추세를 지켜보다가 적절한 타이밍에 매점, 매수를 반복해 수익률을 내야 한다. 대회의 성패는 기대주 설정을 위한 정보력, 정확하게 치고 빠지는 결단력, 수익률 감소 위험을 줄일 수 있는 분산 투자 능력 등으로 판가름 난다.

혜택도 다양하다. 대부분의 대회는 상장과 상패, 장학금 그리고 해외 금융기업 탐방 기회를 준다. 별도의 전형을 거치지 않고 인턴을 채용하는 대회가 있고 수상자만을 대상으로 인턴 전형이 이뤄지는 대회도 있다. 또한 정규 인턴 채용 과정에서 서류 전형을 거치지 않고 바로 면접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수익률 1위를 향한 ‘별들의 전쟁’ - 한경 스타워즈
[대학생 모의투자대회의 모든 것] '똑' 소리 나는 '금융 스펙'…금융 3종보다 낫네!
한국경제신문과 금융투자협회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한경 스타워즈는 세 번의 예선대회를 연다. 세 번의 예선으로 상위 100명, 총 300명의 결선 진출자를 뽑는다. 예선대회 참가자는 주최 측에서 제공하는 온라인 증권교육 한 과목을 대회 마감일까지 80% 이상 이수해야 한다.

증권교육은 ▲주식투자의 전략 ▲금융상품(펀드)의 이해 ▲채권투자 전략 ▲파생상품 따라잡기▲펀드의 이해와 투자 전략으로 짜여 있다. 금융투자협회 주관 자격증 보유자는 증권교육 이수 대상에서 제외된다.

2010년 3월에 시작된 ‘제5회 GS칼텍스배 한경 스타워즈 대학생 투자대회’는 9월 6일부터 11월 5일까지 세 번째 예선대회가 진행 중이다. 대회 시작 후에도 선착순 3500명까지는 참가 신청이 가능하다.

결선은 2010년 11월 22일부터 2011년 1월 28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수상자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그야말로 ‘파격’적이다. 결선대회 상위 1~4위 입상자에게는 대회 후원사인 하나대투증권의 인턴 기회가 주어진다.

또 인턴과정 이수자에 한해 정규직 채용 면접을 실시할 예정이다. 그 밖의 부상으로는 장학금(은상까지 3명), 해외 금융시장 탐방(동상까지 4명), 상장과 상패(장려상까지 10명) 등이 있다.

100명에게 상을 주는 대회가 있다? - 키움증권
[대학생 모의투자대회의 모든 것] '똑' 소리 나는 '금융 스펙'…금융 3종보다 낫네!
올해로 7회를 맞은 키움증권 대학생 주식 모의투자대회는 대학생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대회 중 하나다. 모의투자대회를 통틀어 가장 많은 대학생이 참가하며 수상자도 가장 많다. 지난 7월 한 달 동안 열린 제7회 대회에는 국내외 대학생 8000명이 참가했다.

이 중에서 대상(1명), 금상(1명), 은상(1명), 동상(7명), 우수상(90명)을 시상한다. 상위 수상자 3명은 장학금과 함께 키움증권의 자산운용팀과 리서치센터에서 겨울방학 동안 인턴으로 일하게 된다. 그들은 별도의 채용전형을 거치지 않는다. 동상 입상자(10명)까지는 키움증권에서 제공하는 해외 금융기업 탐방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다.

제7회 대회에서는 영남대 경영학과 3학년 강기수 씨가 159.96%의 수익률을 기록해 1위를 차지했다. 2위와 3위는 각각 129.76%와 118.62%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여름방학을 이용해 홍콩과 상하이의 금융기업을 탐방했던 강 씨는 “홍콩의 대북증권 애널리스트를 만나 해외시장의 흐름을 배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국내 최초! 부동산 모의투자대회 - 부동산 뱅크

부동산 뱅크는 지난 2009년 제1회 대학생 부동산 모의투자대회를 개최했다. 주식이 아닌 부동산 관련 모의투자대회는 이 대회가 국내 최초다. 참여하는 학생들은 총 6억 원의 사이버 머니를 지급받고 부동산 뱅크의 가상투자센터인 ‘캠퍼스네오넷’에서 투자한다.

거래 횟수는 총 5회이며 매입할 부동산은 전국의 ‘아파트’다. 투자할 수 있는 주택 수는 제한이 없으며 한 번 매입한 부동산은 계약 취소를 할 수 없다. 매입가는 부동산 뱅크가 지정한 날짜로 삼는다. 투자 수익금은 매매시세 차익에서 양도세, 중개수수료, 취등록세, 대출이자를 합한 가격을 뺀 값으로 결정한다.

투자 수익금이 많은 상위 19명에게는 총 500만 원의 상금이 지급된다. 1~3위 수상자 중 2명은 약 3개월간의 능력 평가 기간을 거쳐 부동산 뱅크에서 인턴과정을 밟는다. 인턴을 수료한 학생들은 부동산 뱅크의 직원 공채 시 특별 채용된다.

부동산 뱅크 정보사업본부 현관명 이사는 “대학생들이 실제 매매를 체험하고 올바른 투자 습관을 배울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며 “대회를 통해 부동산 투자와 시장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가 높아질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학생 부동산 모의투자대회는 내년 상반기에 2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대학생 모의투자대회의 모든 것] '똑' 소리 나는 '금융 스펙'…금융 3종보다 낫네!
최종 심사는 투자 리포트로 - 대학생 경제유니버시아드 대회
[대학생 모의투자대회의 모든 것] '똑' 소리 나는 '금융 스펙'…금융 3종보다 낫네!
한국경제교육협회, 이데일리, NHN이 공동으로 주최하고 이트레이드 증권이 후원하는 제12회 대학생 경제유니버시아드 대회가 지난 7월 19일부터 9월 30일까지 참가 신청을 받았다.

이 대회는 모의투자게임, 경제·정책논술, 잉글리시 경제퀴즈, 창업 아이디어 공모전, 경제포토 공모전 등 총 다섯 부분으로 구성됐다.

모의투자게임은 9월 6일부터 10월 11일까지 5주간 진행됐다. 대회 참가자는 사이버 머니 5000만 원의 자산으로 누가 더 건전한 방법으로 최고 수익률을 내느냐를 겨뤘다.

누적 수익률 상위 20명에게는 본선 진출 기회가 주어졌다. 최종 선발된 20명은 10월 29일 여의도 SIF교육원에서 투자 시 시장상황 분석, 운용 전략, 종목 선정 및 DATA 분석, 매매 결정기준 등이 상세하게 들어간 투자 리포트를 제출했다. 그리고 전문가들 앞에서 이를 발표함으로써 투자 능력을 검증받았다.

작년 대회까지는 수상자만을 대상으로 별도의 인턴 전형이 이뤄졌지만 올해부터는 모의투자게임 참가자 전원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인턴 채용인원은 한국경제교육협회 2명, 이데일리 2명, 이트레이드 증권 2명 등 총 6명이다. 대상부터 장려상까지 10명의 수상자에게는 인턴 지원 시 가산점이 차등 부과된다.

투자왕 발굴 프로젝트 - 동양종합금융증권
[대학생 모의투자대회의 모든 것] '똑' 소리 나는 '금융 스펙'…금융 3종보다 낫네!
동양종합금융증권은 한국경제TV와 공동으로 2010년 3월 29일부터 5월 20일까지 개인 투자자 및 대학생을 대상으로 제9차 주식 및 선물옵션 실전투자대회, 투자왕 발굴 프로젝트를 개최했다.

이 대회는 ▲프리미어 리그 ▲넘버원 리그 ▲영파워 리그 ▲마이파트너 리그 ▲ELW 리그 ▲선물옵션100 ▲1500 리그 등 총 7개 리그로 구성됐다.

이 대회에서 대학생이 참가할 수 있는 리그는 영파워 리그다. 영파워 리그는 예탁자산 50만 원 이상의 대학생 및 19세 이상 30세 미만의 고객이면 참가할 수 있다.

리그 참가자 중 전체 수익률 1~10위 수상자들은 동양종합금융증권 입사 시 서류 전형이 면제된다. 동양종합금융증권 김승철 마케팅 팀장은 “각 리그별 모의투자대회와 젊은이를 위한 투자대회인 영파워 리그는 주식 매매 기량을 뽐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대학생 모의투자대회의 모든 것] '똑' 소리 나는 '금융 스펙'…금융 3종보다 낫네!
[인터뷰] 제4회 한경 스타워즈 대상 김태완 씨

“모의투자대회는 건전한 투자 능력을 시험하는 무대”
[대학생 모의투자대회의 모든 것] '똑' 소리 나는 '금융 스펙'…금융 3종보다 낫네!
2010년 8월 창원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김태완 씨는 제4회 한경 스타워즈 대학생 투자대회 전반기 대상 수상자다. 그가 기록한 수익률은 262.56%로 2위와는 80% 이상 차이가 났다. 그는 대학 시절 금융권 취업을 위해 관련 수업만 집중적으로 수강했다.

경영학과 수업 중 생산·제조 분야는 수강신청조차 하지 않았다. 물론 ‘금융 3종 세트’로 불리는 금융 관련 자격증도 갖고 있다. 그는 “수상자에게 주어지는 인턴십을 통해 실제 업무를 경험할 수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Q 대회에 참가한 계기는?

A 자격증보다는 투자대회 입상 경력이 더 활용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특히 수상자에게 주어지는 인턴 기회가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았다. 평소 학과 수업도 금융 관련 수업만 몰아서 수강했기에 관련 지식을 시험해볼 수 있는 기회로도 삼고 싶었다.

Q 다른 모의투자대회 참가 경험은?

A 무턱대고 아무 대회나 참가하지 않았다. 우선 미수거래(돈을 미리 당겨서 투자하는 행위)를 할 수 없는 모의투자대회를 선별했다. 미수거래가 있는 대회는 개인의 능력보다는 ‘한방’에 1위로 결정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미수거래가 허용되는 모의투자대회에서 배당 금액만으로는 입상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1억 원의 배당금이 있다고 가정하면 보통 미수거래로 2억을 당겨서 3억가량을 투자한다.

실패하면 대회에서 입상하기 어렵지만 성공하면 45%의 수익 배당을 받는다. 꼴찌에서 단번에 1위로 뛰어오를 수 있다. 능력을 검증하기 위해서라도 미수거래가 없는 한경 스타워즈를 선택했다.

Q 한국투자증권에서 인턴 생활은 어땠나?

A 수상자들에게 주어지는 인턴 기회는 ‘무조건’적이지 않았다. 정규 인턴 채용 때 지원자들과 똑같은 전형 과정을 거쳤다. 24명의 정규 전형 지원자와 함께 면접을 봤다. 물론 모의투자대회 수상 경력이 많은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

한국투자증권에서 지난 8월 16일까지 6주 과정으로 인턴을 했다. 인턴 업무는 기존의 신입사원들과 똑같은 업무였다. 고객 서비스에서부터 자산관리, 영업에 이르는 폭넓은 업무를 경험했다. 관련 교육도 일과 동시에 이뤄졌다.

회사에서는 2명의 차장급 지정 멘토를 붙여줬다. 멘토들은 1명씩 돌아가면서 교육과 평가를 담당했다. 돌이켜 보면 한국투자증권에서의 인턴 생활은 실무 경험을 쌓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

Q 모의투자대회를 100% 활용하는 비법이 있다면?

A 모의투자대회는 시장을 예측하는 것이 힘들고 어렵다는 것을 깨닫는 과정이다. 고수익을 내기 위해 미수거래를 반복한다면 수익률을 높일 수는 있겠지만 대회를 통해 얻는 것은 하나도 없다. 모의투자대회를 건전한 투자 능력을 시험하는 무대로 활용해야 한다.


이재훈 인턴기자 hymogood@hankyung.com│사진제공 각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