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해·공군' 직업으로 어때?

지난 9월 중순, CAMPUS Job&Joy가 후원하는 취업박람회가 서울 8개 대학에서 열렸다. 행사장은 국내 굴지의 대기업과 중견·중소기업 학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100여 개 부스가 설치돼 있는 가운데 유독 눈에 띄는 곳이 있었다.

‘육군’ ‘해군’ ‘공군’이 그 주인공. 학사 장교 모집을 위해 캠퍼스를 찾은 것이다. 취업박람회장에 군대가 온다? 그렇다. 군대도 어엿한 일터요, 군인은 전문직이자 공무원이다. 군대를 ‘의무’로만 생각했다면 눈을 크게 떠보자. 지금부터 직업으로서의 군인을 낱낱이 파헤쳐본다.
[Special Report] 공무원이자 전문직…‘거 참 매력 있네’
연세대 화학과를 수료한 손영현 씨는 2007년 공군 학사 장교에 지원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국가 발전에 기여하는 일을 하고 싶었다. 졸업을 하고 친구들은 취업을 했지만 손 씨는 군대에 원서를 넣었다. 막상 일을 시작하니 보람을 느끼면서 적지 않은 월급을 받을 수 있었다. 그는 얼마 전 장기 근무 신청을 했다.

이팔청춘 대학생들에게 입대는 단지 국방의 의무에 불과했다. ‘군대 간다’는 말은 곧 ‘청춘의 부재’와도 같았다. 갖은 방법을 동원해 군대를 피하려 했다가 덜미를 잡힌 사례는 기사에서 충분히 접했다. 그런데 손 씨처럼 군대에 자진해서 가는 사람들이 있다. 그것도 몇 단계의 시험을 치러가며 힘든 경쟁을 뚫고서 말이다.

이들에게 군대는 ‘의무’가 아닌 ‘선택’이다. 대한민국 군인을 직업으로 삼는 것이다. 개중엔 의무 복무를 위해 지원하는 경우가 있지만 기간이 완료된 후 연장 신청을 하기도 한다. 요즘과 같이 취업난이 극심할 때는 그 수치가 더 증가한다고 한다.

여성의 경우 군 복무 의무가 없기 때문에 지원 동기가 좀 더 일자리에 맞춰져 있는 편이다. 최근 여대에서는 또 다른 장교 입문 코스인 ROTC 유치를 놓고 한판 경쟁이 붙기도 했다. 이들이 이렇게 군대에 들어가고자 하는 이유는 뭘까.

무엇보다 군인을 직업으로 택하면 국가 안보와 세계 평화를 위해 일한다는 자긍심을 가질 수 있다. 동시에 특수 공무원으로서 안정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 진급 경쟁이 있긴 하지만 기업에 비해 신분 보장이 잘되는 편이다.

또 국가지원으로 국내외 대학에서 학·박사 학위를 딸 수 있고 군인아파트 등 주택도 주어진다. 많은 직장인이 ‘내 집 마련’에 연봉의 상당 부분을 쏟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무료로 제공되는 관사가 큰 혜택으로 다가올 것이다. 학사 장교는 간부급에 속하기 때문에 또래에 비해 일찍이 리더십과 관리자로서의 역량을 키울 수 있다.
[Special Report] 공무원이자 전문직…‘거 참 매력 있네’
일반적으로 4년제 대학 졸업생은 학사 장교(사관후보생) 모집에 지원할 수 있다. 삼군(육군·해군·공군) 모두 대학 졸업생을 대상으로 사관후보생을 모집하는데 그중 공군은 일 년에 두 차례 각각 일반 전형과 특별 전형으로 나눠 신청을 받고 있다.
[Special Report] 공무원이자 전문직…‘거 참 매력 있네’
특별 전형은 해당 분야의 특기자를 뽑는 경로다. 특별 전형 Ⅰ은 주로 어학 특기자(통·번역 요원), 기계·전산·항공 등 연구 인력(항공기술연구소 소속), 석사학위·교사 자격증 소유자(교육 담당) 등을 모집하고 특별 전형 Ⅱ는 조종을 제외한 공군의 전 직군에서 모집한다.

일반 전형에서는 성적순으로 직군을 나누기 때문에 적성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해, 해당 분야에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필기시험 없이 뽑는 전형이다.

관련 전공의 석사학위를 소지하고 있거나 공인 영어 성적이 우수한 경우 우대하고 있다. 특별 전형 Ⅱ를 통해 전체 모집 인원의 50% 정도를 선발하고 이어서 일반 전형을 실시한다. 이때 필기시험과 면접, 체력 검정 등을 거친다.

일반 전형 모집에서의 관건은 ‘필기시험’을 통과하는 것이다. 과목은 국사, 인지능력적성검사, 상황판단검사, 직무성격검사 등으로 빠른 시간 내에 많은 문제를 푸는 것이 중요하다. 서류 전형에서 특이한 점은 학점 기입란이 없다는 것이다.

또한 올해부터는 자기소개서 항목을 새롭게 추가했다. 공군 기동모병 홍보팀 관계자는 “국가 안보에 관련된 일이기 때문에 학점이나 외국어 점수가 다소 낮더라도 애국심이 있는 사람을 뽑는다”고 말했다. 특별 전형과 일반 전형에 중복 지원할 수 있다는 점도 기억해두자.
[Special Report] 공무원이자 전문직…‘거 참 매력 있네’
육군의 핵심병과라 하면 ‘보병’을 꼽을 수 있다. 육군의 기본 전투 병과로 병력을 지휘하는 일을 담당한다. 여성들에게 인기 있는 병과는 사무를 보는 경리, 회계 등이다. 그 밖에도 육군엔 총 23개의 병과가 있어 선택의 폭이 다양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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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의 학사 장교는 연 1회 1000여 명 수준으로 모집한다. 연 1회 모집하는 대신 지원서 접수 기간이 8월에서 다음 해 1월까지로 긴 편이다.

4년제 대학 졸업자로 임관일 기준 20~27세에 속하면 지원할 수 있다. 서류 접수와 필기 평가를 거치며, 면접과 체력 검정 등을 실시한다. 가장 많은 탈락자가 생기는 영역은 필기 시험이다. 하지만 여러 부문의 자질을 두루 평가하기 위해 전형별로 비슷하게 점수 배점을 뒀다.

그 밖에 여군 장교를 ‘여군 사관’ 모집으로 200명가량 뽑는다. 또한 간호, 통역, 군악, 경리 등의 특기와 전공이 있는 인력은 ‘특수사관’ 모집을 통해 충원하고 있다.
[Special Report] 공무원이자 전문직…‘거 참 매력 있네’
해군이 되면 배를 탈 일이 많다. 순항 훈련도 잦은 편이다. 배를 타고 해외 일주를 하기도 하고 2년에 한 번꼴로 하와이에서 환태평양 훈련을 하기도 한다. 또한 청해부대와 유엔평화유지군 등으로 해외 근무를 나갈 기회가 있다. 타국 해군과의 연합 훈련 등 외국군과 교류가 많기 때문에 영어를 잘하면 파견이나 업무에 유리하다.
[Special Report] 공무원이자 전문직…‘거 참 매력 있네’
해군 학사 장교 모집은 만 20~27세(예비역은 만 30세, 국가고시 및 박사과정 수료자는 만 29세) 4년제 대학 졸업 또는 졸업 예정자를 대상으로 한다.

지원서 접수 후 필기고사와 실기고사를 거쳐 면접과 신체검사를 실시한다. 텝스 성적 701점 이상 취득자, 석사학위 이상 취득자, 지원병 관련 기사자격증 소지자 등에게는 가산점을 부여하고 있다.

해군에 들어가면 무슨 일을 할까. 해군 장교는 총 13개의 일반 분야(병과)에서 일할 수 있다. 그 중 해군에서 배를 타는 함장이 되기 위해선 ‘항해과’를 나와야 한다. 라인오피서(line officer)라고 부르는 항해과 장교는 해군의 얼굴 격이다. 해군은 기본적으로 배를 타는 곳이지만 항공 조종을 할 수도 있다.

‘항공 조종과’에선 헬기와 여객기를 타는 비행기 조종사를 양성한다. 배를 설계하고 외주를 주는 병과인 ‘조함’은 민간 조선소와도 연계가 잘되는 편이다. 여성 장교들에게 인기 있는 분야는 보급, 경리, 정훈 등이다.

보급에선 군수 분야의 예산 편성과 집행 조정을 담당하고 경리는 일종의 회계 업무를 하며 정훈은 부대의 홍보와 장병들의 정신 교육을 담당한다. 잠수함을 타는 장교는 임관 후 체력 평가, 적성검사를 실시해 성적순으로 다시 선발한다.

삼군의 여성 장교는 현재 법으로 비율이 정해져 있다. 전체 장교 인원 대비 7% 수준이다. 하지만 향후 10%로 비중이 점차 늘어날 전망이다.
[Special Report] 공무원이자 전문직…‘거 참 매력 있네’
[육군 장교 모집] 이것이 궁금하다
김성안 육군 인력획득과 중령

Q 스펙은 어느 정도 갖춰야 하나.

A 학벌이나 학점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서울 소재 대학, 지방 대학 관계없이 평가하고 있다. 영어 점수 또한 필수는 아니다. 흔히 군대 하면 통제를 받는다고 생각하는데 간부 생활은 다르다. 직장인처럼 정상적으로 출퇴근하고 가정생활도 할 수 있다. 특히 육아 여건이 잘돼 있어 여성이 일하기에도 좋다.

Q 무슨 준비를 해야 하나.

A 면접과 필기 전형 모두 중요한 평가요소다. 필기 전형에선 언어 능력이나 공간 능력 등을 검사한다. 삼성그룹의 사트(SSAT)와 유사한 거라고 보면 된다. 시중에 문제집이 있으니 유형을 익혀두면 도움이 될 것이다.

면접에서는 반듯한 외모와 태도를 보이는 것이 좋다. 장교가 되고 싶은 의지를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고, 기본적으로 군이 왜 있어야 하는지 당위성을 생각하고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정도는 알고 왔으면 좋겠다.

Q 군인으로 일하기 위해 갖춰야 할 자질은.

A 사교적인 성격이 유리하다. 장교는 주로 사람을 관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사명감이 있어야 하고 희생정신도 필요하다. 이런 것들이 몸에 배어 있는 사람은 임관 후 적응이 빠르고 다른 직원들과도 잘 지낸다.

Q 체력은 어느 정도 갖춰야 하는가.

A 시험 전형 중 체력 검정이 있다. 그중 윗몸일으키기는 기초 근력을 측정하는 것이다. 오래달리기는 체력보다도 개인의 의지를 보는 평가다. 완주만 하면 거의 합격인데 의외로 많은 인원이 중간에 걷다가 탈락한다. 한 번에 하려면 안 되니까 꾸준히 연습하면 좋다. 2~3개월 동안 하루에 한 시간씩만 투자해도 효과를 볼 수 있다.

[인터뷰] 대한민국 여성 군인을 말하다
김연미
해군교육사령부 중위

여성 군인은 흔치 않은 직업이다. 정부가 여성 장교 인원 비중을 확대할 예정이지만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그 가운데 여성으로서 당당히 능력을 발휘하고 있는 대한민국 해군 장교가 있다. 1998년 해군에 여군 학사 장교 제도가 만들어진 이후 처음으로 남군을 제치고 1등으로 교육과정을 수료한 김연미 중위다.

그는 “‘이상’을 꿈꾸며 ‘도전’하기를 원하는 대학생들에게 장교라는 직업이 매력적일 것이다”고 조언했다. 특히 여성에게 ‘가능성’ 있는 직업이라고 강조했다. 김 중위가 말하는 여성 군인의 세계를 들어보자.

Q 군인이 된 동기는.

A 평소 “도전하지 않음은 젊음에 대한 죄”라는 좌우명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졸업 후 저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직업을 찾기 위해 고민하던 중 해군 장교라는 직업을 발견했고 해군 학사 장교 106기로 지원했습니다. 국방의 의무는 남성에게만 주어진 것이라 여기지만, 여성이기 이전에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의무를 다하고 당당하게 권리를 주장하고 싶었습니다.

Q 면접 때 어필했던 점은.

A 실제 군인인 친구 아버지께 많은 조언을 얻었고, 가상 면접을 통해 적응력을 길렀습니다. 아무리 당황스러운 질문이라도 침착하고 당당한 태도와 적극적인 자세로 임해야 면접관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습니다.

면접과 관련해 한 가지 팁은 ‘면접관이 나의 존재를 궁금하게 하라’는 것입니다. 저의 경우 면접관들에게 제 존재를 부각시키기 위해 수원에서 부산까지 무전여행을 했던 특별한 경험을 말했습니다.

Q 여군으로 일하기 불편한 점은 없나.

A 군대가 아직도 금녀의 공간이며 남성의 전유물이라는 사회 인식이 강한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군대는 여성들에게 자아실현을 위한 새로운 도전의 장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여성만의 섬세함과 유연함 그리고 부드러운 리더십은 군대라는 조직에서 여성의 입지를 확고하게 다질 수 있는 무기가 될 수 있습니다.

또한 군대는 철저한 계급사회이기 때문에 남녀 차별이나 편견이 없습니다. 계급과 직책에 따라 임무와 책임이 부여되는 군대에서는 오히려 성별에 관계없이 자신의 능력을 자유롭게 발휘할 수 있습니다.

Q 여성 장교가 되기를 희망하는 대학생에게 한마디.

A 많은 사람이 ‘여군은 남성과 같이 말해야 하고 거칠고 화끈한 성격을 가져야 한다’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군대에서 원하는 이상적인 여군상은 남군의 모습과는 다른 것입니다. 때로는 부드럽게 부하 장병들에게 다가가고, 경직된 조직문화를 유연하게 만들 수 있는 여성성이야말로 여군을 군대라는 조직 속에서 빛나게 한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군대에서 여군의 역할은 더욱 커질 것입니다.

매일 아침 화장을 하고 정장을 입고 지하철에 몸을 싣고 출근하는 평범한 인생을 선택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눈을 뜨면 운동복을 입고, 자전거에 몸을 실어 부대로 출근하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그리고 전투복을 입고 전우들의 힘찬 구호 소리를 들으며 저만의 이상을 실현해가고 있습니다.

치열한 취업난 속에서 힘들어하는 대학생들에게 좀 더 특별하고 보람 있는 인생이 있다는 사실을 전하고 싶습니다. 고정관념을 깨면 새로운 길이 보입니다. 도전 정신과 열정이 있다면 도전해보세요!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사진 육·해·공군 제공, 한국경제신문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