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학교에서 반대할 것 같은데?” “그래도 시도는 해봐야지.” “학교는 내가 설득할게.”

10월 9일 오후 3시 30분. 청계천이 마주 보이는 한 커피 전문점에서 8명의 선남선녀가 모여 밀담(?)을 나누고 있었다. 그들은 진지한 표정으로 수첩에 서로의 생각을 정리하며 열띤 토론을 벌였다. 강사 섭외, 행사장소와 일정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오갔다. 참석자는 전국대학생홍보대사연합 ‘아삭’의 대학 홍보대사들. 이 날의 회의는 2시간이 지나도 끝나지 않았다.
[대학생 이색모임 탐방_아삭(ASA-K)] 대학 홍보대사의 모임…외모보다 '열정' 중시
“끝을 봐야겠다는 도전 정신이 우리의 장점”
[대학생 이색모임 탐방_아삭(ASA-K)] 대학 홍보대사의 모임…외모보다 '열정' 중시
올해로 4년째를 맞는 ‘아삭(ASA-K : Association of Student Ambassador-Korea)’은 전국 25개 대학의 학생 홍보대사로 구성된 연합단체다.

4년 전 소수의 대학 홍보대사가 친목을 다지기 위해 모인 것이 시초. 지금은 매 기수 100명이 넘는 대학 홍보대사들의 모임으로 성장했다.

짧은 역사임에도 아삭의 조직 구성은 탄탄하다. 임원을 주축으로 한 총무팀, 미디어팀, 인사·조직팀, 기획 1·2팀은 일반 기업 못지않은 업무 수행력을 갖고 있다.

이들은 매년 전국 대학 홍보대사를 대상으로 심포지엄과 사회공헌 활동을 기획·실행한다. 별도의 TF팀을 꾸려 프로젝트 사업을 진행하기도 한다.

아삭은 학기마다 전국 단위의 홍보대사 심포지엄을 열어 홍보 전략과 문제점에 대해 머리를 맞대고 있다. 각 대학의 홍보대사들은 서로를 벤치마킹하고 학교 홍보에 필요한 자료를 수집한다. ‘홍보대사배’ 체육대회, 정기 MT 등으로 친목을 다지기도 한다.

사회공헌 활동도 꾸준히 벌이고 있다. 2008년에는 대입 수능을 앞둔 고등학생을 위해 리더십 캠프를 열었다. 태안반도에 기름이 유출됐을 당시 해안가 기름 제거 작업에도 참여했다. 2009년 1월에는 명동으로 나가 모금 행사를 벌였다.

‘500원 허그’라는 피켓을 들고 사람들에게 따뜻한 포옹을 선물하고 기부금을 받았다. 약 70만 원의 후원금은 서울대 어린이병원에 기부했다. 홍나경 부의장(덕성여대 스페인어과 3)은 “지렁이 분변토를 포장하는 봉사활동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대학생 이색모임 탐방_아삭(ASA-K)] 대학 홍보대사의 모임…외모보다 '열정' 중시
“혹시 지렁이가 몇 년 사는지 아세요? 15년을 산대요. 250종이 넘고요. 지난해 여름 경기도 광명에 있는 한 사회적 기업으로 봉사활동을 가서 알게 됐어요. 딱딱하게 뭉친 분변토를 잘게 부숴 1kg 포대에 담는 일이었죠.

분변토는 비료로 친환경농업교육장, 일반농가, 화원 등에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돼요. 수익금으로는 쌀을 구입해서 어려운 사람들에게 나눠주죠. 힘들었지만 기억에 많이 남는 봉사활동이었어요.”

양숭석 의장(명지대 패션디자인학과 2)은 “누가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힘으로 해냈다는 기쁨이 크다”며 “11월에는 수능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보탬이 되고자 고3 수험생들을 위한 캠프를 계획 중에 있다”고 말했다.

아삭 임원들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기쁨이 가장 크다”고 입을 모았다. 모든 일을 스스로 기획하고 실천하면서 얻은 도전 정신과 추진력이 그들의 진정한 스펙. 작은 것이든 서로 나누겠다는 마음가짐도 그들의 경쟁력이다.

한재준 기획2팀 팀장(카이스트 기계공학과 3)은 “아삭은 대학이라는 좁은 울타리를 넘어 사회에 따뜻한 온기를 심어주는 모임”이라며 “한국을 대표하는 대학생 모임으로 성장하고 싶다”고 말했다.
[대학생 이색모임 탐방_아삭(ASA-K)] 대학 홍보대사의 모임…외모보다 '열정' 중시
얼굴만 잘나면 대학 홍보대사가 될 수 있다?

대학에서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는 아삭 회원들은 ‘홍보대사’에 대해 할 말이 많다고 한다. 대학에 다니는 연예인 홍보대사가 늘어나면서 대학 홍보대사는 ‘외모’로 뽑는다는 편견이 생긴 것이 가장 큰 문제.

“쟤가 학교 홍보대사야? 얼굴이 왜 저래”라는 말을 듣고 남몰래 상처를 받기도 한다. 실제로 KBS드라마 ‘성균관 스캔들’에서 ‘구용하’ 역을 맡은 배우 송중기는 데뷔 전부터 성균관대 홍보대사로 활동했다. ‘제빵왕 김탁구’에서 ‘양미순’ 역을 맡은 배우 이영아도 한양대 명예 홍보대사 출신. 이민기, 엄태웅, 왕지혜, 이민호는 건국대 명예 홍보대사로 활동 중이다.

하지만 대다수의 대학에선 연예인이 아닌 일반 대학생이 홍보대사로 활동한다. 대학의 홍보대사로 위촉된 대학생은 학교 유니폼을 입고 행사에 참여한다. 시급 5000원가량의 근로수당을 받기도 한다.

아삭 회원들은 “홍보대사로 뽑혔지만 학교의 근로 장학생처럼 정해진 커리큘럼대로 일하는 경우가 많다”며 “학교 행사에 불려가 음식을 서빙하고 유니폼을 입은 채 근로 장학생과 함께 허드렛일을 해야 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대학 홍보대사의 가장 중요한 자격 요건은 학교를 위해 얼마나 적극적으로 일할 수 있는가다. 한재준 팀장은 “중간고사 기간임에도 늦게까지 면접장에 남아 고3 수험생의 면접 도우미로 활약하는 홍보대사 선배들에게 감동을 받았다”며 “모교에 대한 강한 애착이 없다면 대학 홍보대사는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재훈 인턴기자 hymogood@hankyung.com│사진제공 전국대학생홍보연합 아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