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곤의 잡 멘토링

‘티핑 포인트’라는 말이 있다. 어느 순간까지는 변화가 없다가 한 시점에서 폭발적인 변화를 보이며 튀어오르는 순간을 말한다. 취업시장에서도 티핑 포인트를 경험하는 구직자가 꽤 있다. 연이어 50패를 하다가 어느 순간 연승하기 시작하면서 직장을 골라가는 사람들이다.

필자는 다양한 구직자를 만나면서 되는 사람들의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중에 인상 깊었던 친구를 소개하고자 한다.

해외영업직을 목표로 하던 그는 호주에서 대학생활을 했던 덕에 외국어에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으나, 경쟁자들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나이가 많고 학점이 낮아 고민하고 있었다. 이런 점이 자신이 연패하는 이유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필자가 분석한 그의 1차적 문제는 그런 것들에 있지 않았다. 그의 문제점을 3가지로 나눠서 짚어주었다.
[Column] 마인드·전략만 바꿨을 뿐인데?
첫째, 서류의 문제 : 우선 그의 자기소개서는 이력서의 내용을 조금 구체적으로 설명했을 뿐, 자신의 역량을 보여줄 수 있는 경험을 소재로 살리지 못했고, 설득력이 떨어지는 문장으로 구성돼 있었다.

자기소개서를 봐서는 그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알 수가 없었다. 그냥 외국어를 잘하는 사람으로만 보였다. 통역이나 번역은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지만 해외영업직을 잘한다는 근거를 찾기엔 부족했다.

둘째, 면접 준비의 문제 : 그의 화법에 여러 우려사항이 있었다. 해외영업직에는 부적합할지도 모를 투박한 어투와 주제가 명확하지 않은 정보 나열식의 지루한 표현 습관까지 고칠 부분이 한두 곳이 아니었다. 또한 전혀 웃지 않는 얼굴에 지나친 손 제스처는 어색함마저 돌게 했다.

셋째, 취업 마인드의 문제 :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그의 취업 마인드였다. ‘취업은 시험이다’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최적의 인재가 아닌 최고의 인재가 뽑힌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자신이 해외영업직에 적합한 인재란 생각보다는 해외영업직을 할 수 있는 인재란 생각만으로 가득했다.

필자는 그의 가장 큰 오류인 취업 마인드와 전략을 변화시키는 데 집중했다. 첫 번째로 한 작업은 ‘역할극’이었다. 즉 회사 입장에서 구직자를 바라보게 했다. 그가 역할극이 끝날 때마다 반응하기 시작했다. 그의 눈빛이 달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역할극이 끝나고 나서 그가 한 말이 있다.

“알았어요. 제 입장은 두 번째예요. 첫 번째는 회사 입장이네요.”

마인드가 변화되고 나니 자기소개서도 크게 변화됐다. 지원 회사에 따라서 아메바처럼 유연하게 변화시킬 수 있는 설득적 스킬을 가지고 접근했고, 면접에서는 수동적인 질의응답이 아닌 ‘능동적인 대화 스킬’의 모습도 보여주기 시작했다.

어느 날 그에게 기쁜 전화를 받았다. 면접 보는 회사마다 바로 출근해줄 수 없느냐는 러브콜을 해온다는 것이다. 그는 스펙상으로 변화된 것이 아무것도 없다. 모 남자 화장품 광고 문구처럼 마인드와 전략만 바꾸었을 뿐이다. 그러나 결과는 너무나 달랐다. 그는 이제 회사를 골라갈 수 있게 되었다.

취업 전략이란 것은 마치 자전거를 배우는 것과 같다. 처음 자전거를 배울 땐 수없이 넘어지고 비틀거리지만, 어느 순간 자신도 모르게 시원한 바람을 받으면서 힘차게 페달을 돌리는 짜릿한 순간을 맛보게 된다.

인라인스케이트를 배울 때도, 스키를 배울 때도, 자전거를 배울 때도 제일 먼저 하는 것은 바로 안전하게 잘 넘어지는 연습이다. 왜 타는 것보다 넘어지는 것이 더 중요할까? 안전의 문제도 있지만, 넘어지더라도 아프지 않아야 다시 타고 싶다는 의욕이 생기기 때문이다.

취업에서도 실패를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을 때, 비로소 다시 도전하고자 하는 의욕과 자신감을 갖게 된다.

입사 지원에 실패를 반복한다면, 실패의 원인과 방법을 새롭게 찾아야 한다. 망망대해에서 노만 열심히 젓는다고 육지로 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방향을 정확하게 알아야 망망대해를 벗어날 수 있는 것이다.

취업은 전략의 싸움이다. 오늘과 다른 내일이 있으리란 희망을 갖고자 한다면 자신의 생각과 전략을 바꾸면 된다. 기회라는 것은 항상 변화를 통해서만 온다는 것을 명심하자.


[Column] 마인드·전략만 바꿨을 뿐인데?
이우곤 이우곤HR연구소장


취업 전문가. 다양한 미디어에 취업 관련 특강과 기고를 하고 있으며 ‘20대, 취업은 연애다’ 등 7권의 저서를 냈다. 건국대 겸임교수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