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백화점

[기업 탐방] ‘쇼핑의 즐거움’을 넘어…‘신세계’를 보고 싶어?
신세계 백화점은 1930년 현재의 본점이 있는 곳에 자리를 잡은 이래 올해로 개점 80주년을 맞았다. 2009년 기준 매출액 3조 6000억 원을 기록했고 현재 8개의 점포와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명품 브랜드를 차별화하는 데 남다른 노력을 보이며 유수의 디자이너 브랜드를 엮은 편집매장 ‘분더샵’ ‘블루핏’을 열기도 했다. 지난해엔 부산 센텀시티점을 개점하며 아시아권 유통업의 강자가 되겠다는 포부를 알렸다.

신세계는 협력 회사와의 투명한 거래를 강조하는 ‘투명경영’ ‘윤리경영’으로 유통업의 이미지를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백화점 내에 있는 여러 예술 작품과 문화 공간은 신세계만의 강점으로 꼽힌다. ‘의식주는 모두 패션이고 문화다’라고 말하는 신세계를 이두섭, 김미향 두 대학생 기자와 함께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왔다.

신세계 백화점에서 일하는 이들은 모두 ‘패셔니스타’로 통한다. ‘한 패션’ 하는 사람들이 백화점에 지원하기도 하지만 첨단 유행을 만들어가는 곳인 만큼 내외적으로 패션 감각을 요구하기도 한다. 이날 취재에 동행한 신세계 인사팀 직원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업무를 할 때 서류에서 통과해도 옷에서 통과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기업 탐방] ‘쇼핑의 즐거움’을 넘어…‘신세계’를 보고 싶어?
이는 백화점에서 일하기 위해선 트렌드에 민감해야 한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직원들은 유행을 선도해야 한다는 사명을 안고 패션뿐 아니라 모든 면에서 ‘얼리어답터’를 지향하고 있다. 누구 하나 강요하지 않았음에도 상당수의 직원이 ‘스마트폰’을 쓰고 있는 것은 그 일환이다.

부사장을 비롯해 임원진, 부장급도 IT에 상당히 밝은 편이다. 이미 트위터를 통해 고객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고 직원 간 소통을 위해서 ‘얌머(Yammer)’라는 커뮤니티를 만들었다.

소위 ‘끼 있는’ 직원도 많다. 유통업의 특성상 사람 간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고, 역동적인 활동이 많기 때문이다. 직원 구성 또한 다양해 직영 사원(신세계 소속), 협력 사원, 용역 사원 등이 한데서 일하고 있다. 입장이 다른 직원들이 함께 있는 만큼 직원 간 화합을 위한 아기자기한 이벤트가 많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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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예로 ‘명랑 운동회’를 꼽을 수 있다. 개점 30~40분 전에 매장 사이 공간이나 건물 옆 거리에 간단한 기구를 놓고 장애물 뛰어넘기, 삼각 달리기 등을 하며 친목을 도모하는 것이다. 오전 10시경 신세계 백화점 앞을 거닐면 이런 진기한 풍경을 볼 수 있다.

분기에 한 번꼴로 권투 대회도 열고, 직원 노래자랑을 펼치기도 한다. 1층에 집결한 본선 진출자들은 발군의 실력을 뽐낸다. 그 밖에 점포 단위로 ‘공연 데이’ ‘호프 데이’ ‘도시락 데이’ 등 다양한 이벤트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주로 개점 전, 마감 후 시간을 활용해 활동을 한다.

백화점 직원은 직원이기 이전에 고객이기도 하다. ‘서비스를 알아야 서비스를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직원 복지에 각별히 신경 쓰고 있다고 한다. 가장 반응이 좋은 것은 올해 새롭게 모습을 바꾼 직원 식당이다. 식당 한쪽에 ‘크라제 버거’가 입점해 2000원에 버거 세트를 제공하고 있다. 또 커피 브랜드 ‘커피 지인’에서는 한 잔에 1만 원이 넘는 드립 커피가 단돈 1000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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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보육 시설과 직원 헬스장도 만드는 중이다. 백화점 직원이기에 누릴 수 있는 10% 상시 할인도 있다. 세일 기간에도 추가 할인이 가능하다. 올해 안에 할인 폭을 더 확대할 계획이라고 한다. 전 사원을 대상으로 하는 경품 축제도 호응이 좋다. 출근하는 직원들에게 번호표를 나눠주고 추후 추첨을 하는 식이다.

유통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한 여러 가지 지원도 눈에 띈다. 직급별로 교육 과정을 따로 마련해 주임, 대리, 팀장, 임원 등에 맞는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또 우수 인재를 선발해 대리급은 ‘사내 유통 아카데미’를, 과장급은 ‘SMBA’에 보내고 있다.

강사진 중에는 부사장 등 임원급 퇴직자들로 구성된 교수단이 있어 생생한 실무 경험을 전한다. 교육을 활성화하기 위해서 교육과정을 이수한 사원에서 ‘교육 마일리지’를 주고 일정 점수가 쌓이면 해외 연수를 다녀올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백화점 업무가 보이는 것처럼 화려하지만은 않다. 일을 잘하기 위해선 커뮤니케이션에 능해야 한다. 이해관계가 다른 여러 사람과 부딪쳐야 할 일이 많기 때문이다. 인사팀 관계자는 “신입사원이 1~2년 안에 적응하지 못하고 나가는 경우가 많다”며 “환상만 가지고 지원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것이 유통에 대한 관심과 자질이 있는 사람을 찾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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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잠시 백화점 업무를 들여다보자. 크게는 본사 근무와 점포 근무로 나눌 수 있다. 본사는 다시 인사·총무·재무·기획 등을 담당하는 지원본부, 상품 구매를 담당하는 상품본부, 마케팅·서비스 영역의 고객전략본부로 세분화된다. 점포는 본사와 영역은 비슷하지만 현장성이 강화된다는 점이 특징이다.

매장의 인사, 관리, 교육, 서비스 등을 담당한다. 신입사원은 무조건 1년 동안 점포에서 근무해야 한다. 사무실은 매장 한쪽에 작은 크기로 마련돼 있다. 층마다 돌아다니면서 관리할 수 있도록 안내데스크 쪽에 노트북을 설치해둔 점이 인상적이다.

유통인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올 10월에 예정된 인턴십 모집을 노려볼 만하다. 신세계 인사팀에서는 “무엇보다 올해부터는 ‘창의성’을 높이 평가한다”고 귀띔했다. 예를 들어 ‘의상과 배경을 자유롭게 선택해 셀카를 찍은 후 콘셉트를 설명하라’는 문제가 나올 수 있다. 스펙은 중요한 사항이 아니다.

서류를 통과한다면 대부분 면접에서는 지원자의 기본 정보를 가린 채 블라인드 평가를 한다. 대신 면접을 세분화해 직접 지켜보면서 인재를 채용할 예정이다. 면접에선 단계마다 하나의 역량만 확인한다. PT 면접에선 ‘논리력’을, 심층 면접에선 ‘인성’을 평가할 계획이다.
[기업 탐방] ‘쇼핑의 즐거움’을 넘어…‘신세계’를 보고 싶어?
1 ‘퍼스트 라운지’는 VIP 고객을 위한 공간이다. 카페처럼 조성돼 있어 차를 마실 수 있고 테이크아웃도 가능하다. 이곳을 계속 사용하기 위해 구매를 하는 고객도 있다고.

2 문화홀에선 각종 문화 행사와 직원 특강 등을 연다. 버튼을 누르면 벽에서 의자가 하나씩 펼쳐진다. 이날은 영화 시사회가 진행됐다.

3 VVIP 고객을 위한 ‘트리니티 라운지’는 야외 공원과 연결된다. 이곳엔 ‘퍼스널 쇼퍼’가 있어 고객에게 맞는 옷을 직접 추천하기도 한다.

4 백화점 안에 ‘갤러리’가 있다. 작품 선정은 전통과 현대를 모두 아우르고 있다고. 9월 한 달간은 ‘자수전’이 열렸다.

5 지하 2층 주차장 한쪽에 온갖 종류의 박스가 즐비하다. 매장으로 가는 모든 물건은 이곳 검품장을 거쳐야 한다. 상품이 많이 들어오는 목요일 밤에는 밤을 잊을 정도라고 한다.

기업 탐방 후기


이두섭 대학생 기자 ­_ 한국외대 이탈리아어통번역학과 3

한국 대표 유통기업인 신세계 백화점을 고객으로서가 아니라 동행 취재를 하며 직접 체험을 통해 알게 되어 더욱 가까워진 느낌이다. 인사부서 직원들에게 취업이나 회사 생활에 대한 궁금증을 질문하며 많은 것을 배웠다.

트렌드를 앞서는 감각뿐 아니라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일인 만큼 신뢰와 믿음을 바탕으로 한 경영과 정직, 창의, 도전의 중요함을 신세계 정신을 통해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고객 만족 차원을 뛰어넘어 직원들이 즐겁고 행복한 환경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고민한 부분들이 인상적이었다. 그곳에서 만나본 직원들의 만족도 역시 높아서 즐겁게 일하는 회사 분위기를 읽을 수 있었다. 이처럼 직원들의 밝은 미소와 친절 덕분인지 지나다니는 고객들 역시 유쾌해 보였다. 이번 탐방을 계기로 유통업계에 더욱 취업하고 싶어졌고, 그곳이 신세계였으면 한다.

김미향 대학생 기자 ­_ 국민대 국제통상학과 3

백화점 입사에 관심을 갖고 있었던 나에게 꿈만 같은 기회가 찾아왔다. 바로 신세계 백화점 기업 탐방! 직원들을 위한 공간, 문화시설, 고객들을 위한 공간 등 평소에는 쉽게 볼 수 없었던 백화점 내부를 샅샅이 살펴볼 수 있었다. 나에게는 사소한 부분 하나하나도 놓칠 수 없는 것들이었다.

신세계 백화점을 둘러보면서 들었던 생각은 ‘직원들을 위한 배려와 유연한 조직 문화’다. 신세계 백화점은 내부 고객인 사원을 제일 우선시한다는 생각으로 직원들의 복지 향상에 힘쓰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움직임은 건물 내부에 새로 마련된 카페테리아나 건립 예정인 헬스장과 보육시설만 봐도 알 수 있다. 유통업계에서 리더인 만큼 직원들에게도 그에 상응하는 보답을 하고자 하는 회사의 따뜻한 마음이 느껴지는 부분이 많았다.

기업 탐방을 하기 전에는 백화점에 대해 막연한 동경과 관심만 있었는데, 직접 탐방하고 나니 다양한 직무와 역할이 존재하는 백화점의 매력에 더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기업 탐방을 하면서 눈에 띄었던 점은, 학생 기자를 친절하게 안내해주던 대리님과 주임님을 비롯한 직원들의 밝고 에너지 넘치는 모습이다. 훗날 다시 이곳에 오기 위해, 오늘 느꼈던 설렘을 기억하며 남은 시간 동안 열심히 노력할 것이다.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사진 김기남 기자 kn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