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준영 ‘쿨럭’ 광명 철산점 사장

창업을 계획한다면 지금 바로 체크해볼 게 있다. 당신은 남들과 원만하게 어울리는 성격인가, 창업하려는 분야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가, 부모님께 손 벌리지 않고 창업 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가. 이 세 가지 물음에 ‘예’라고 답한다면 당신은 창업 도전자에게 필요한 ‘기본 조건’ 몇 가지를 갖춘 것이다.
['취업 대신 창업' 케이스 스터디] 내 손으로 일군 내 점포 ‘뿌듯’…“공부·경험 더 쌓아 큰 사업가 될 겁니다”
광명에서 세계맥주할인점을 경영하고 있는 길준영 사장은 이 세 가지 조건을 디딤돌 삼아 창업에 나섰다. 그리고 월 3000만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일찌감치 자신이 샐러리맨보다 사업가가 어울린다는 걸 깨닫고 과감하게 도전한 결과다.
['취업 대신 창업' 케이스 스터디] 내 손으로 일군 내 점포 ‘뿌듯’…“공부·경험 더 쌓아 큰 사업가 될 겁니다”
길 사장은 198㎡(60평)의 대형 매장을 꾸려가고 있다. 오후 4시에 문을 열어 새벽 2~3시까지 항상 웃는 얼굴로 손님을 대한다. 원래 술을 좋아하고 쾌활한 성격인 데다 꿈꿔 왔던 ‘내 사업’을 하는 것이라 늘 즐겁다고.

우연히 하게 된 아르바이트가 그에겐 사업을 일구는 계기가 됐다. 군에 다녀온 후 복학을 기다리면서 시간 활용차 시작한 호프집 아르바이트가 적성에 딱 맞았던 것이다. 졸업 후 직장생활도 1년가량 해봤는데, 이때 조직에서 일하는 것보다 사업이 더 맞다는 것을 알게 됐다.
['취업 대신 창업' 케이스 스터디] 내 손으로 일군 내 점포 ‘뿌듯’…“공부·경험 더 쌓아 큰 사업가 될 겁니다”
창업을 하기로 결정한 다음에는 ‘기초’ 다지기에 나섰다. 바로 자금 마련과 관련 분야에서의 다양한 경험과 공부. 기초가 부족하면 필패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우선 주점 경영에 관한 공부를 시작했다.

아르바이트로 돈을 벌면서, 동시에 조리 등 매장 운영에 필요한 갖가지 요소를 체험했다. 또 시간 날 때마다 창업 관련 책을 읽었고, 다양한 업종의 사업설명회에 참석했다. 직접 몸으로 부딪치며 얻은 경험과 노하우는 실전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도록 매일매일 정리를 했다.

“경험의 폭이 넓어질수록 창업의 세계가 눈에 들어오는 게 느껴졌어요. 유행의 주기, 소비자들의 기호, 나에게 어울리는 창업 아이템이 무엇인지 감이 오더군요. 이 기간을 통해 창업에 대한 전문 지식을 쌓게 되었어요.”

가장 현실적인 문제인 창업 자금은 ‘짠돌이’ 생활 끝에 순전히 혼자 힘으로 해결했다. 직장생활과 아르바이트로 얻은 수입의 90% 이상을 저축하며 미래를 기약했다. 모자라는 돈은 은행 대출을 통해 해결했다.

그는 “젊은 나이에 창업한 걸 보고 열이면 아홉이 부모가 차려준 것 아니냐고 한다”면서 “하지만 처음부터 부모님의 도움은 생각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오로지 ‘내 힘으로 내 앞날을 개척하겠다’는 의지로 한푼 두푼 열심히 모으고 절약했다는 이야기다.
['취업 대신 창업' 케이스 스터디] 내 손으로 일군 내 점포 ‘뿌듯’…“공부·경험 더 쌓아 큰 사업가 될 겁니다”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후에는 초보가 아닌 프로의 자세로 모든 것을 챙기고 있다. 특히 함께 일하는 종업원들에게 남다른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창업에 앞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매니저 자리에까지 올랐던 그는 ‘내 사업을 하게 되면 무엇보다 직원 관리에 신경을 쓰겠다’고 다짐했었다.

“매장 운영은 사장 혼자 잘났다고 잘되는 게 아니거든요. 직원들 한명 한명의 손에 성패가 달려 있어요. 고객을 맞는 태도, 작은 행동 하나가 경영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알 수 있었죠.”

과거 자신이 점원이었을 때의 마음가짐을 기억하기에 종업원을 대하는 태도도 다를 수밖에 없다. 상대방을 먼저 배려하려는 길 사장의 행동은 시간이 지나면서 긍정적인 에너지로 되돌아오고 있다. 고객을 대하는 모습에서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하고, 결국 매출을 끌어올리는 힘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길 사장이 선택한 세계맥주할인점은 요즘 젊은이들의 트렌드를 잘 반영하고 있다. 외국 문화에 익숙한 이들에게 세계 각국의 다양한 맥주와 술을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하는 게 핵심이다. 또 편안한 분위기에서 거리낌 없이 즐길 수 있도록 인테리어 등에도 공을 들였다.

몸으로 직접 체험하고 느낄 수 있는 다양한 놀이 문화도 선보이고 있어서 고객의 재방문율이 높다. 사장과 비슷한 또래의 고객들에게 눈높이 서비스를 실천하고 있는 셈이다.

길 사장의 꿈은 자신만의 아이디어로 프랜차이즈를 만들어 성공하는 것. 그는 “‘가장 낮은 때의 나’를 기억하며 현실에 안주하지 않을 것”이라며 각오를 내비쳤다. 큰 사업가를 향해 성공적인 스타트를 한 지금도 그는 창업 관련 서적 등을 챙겨 읽으며 정보 수집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취업 대신 창업' 케이스 스터디] 내 손으로 일군 내 점포 ‘뿌듯’…“공부·경험 더 쌓아 큰 사업가 될 겁니다”
박수진 기자 sjpark@hankyung.com│사진 김기남 기자 doon1549@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