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계열 졸업을 앞두고 효성그룹 공채를 준비하는 최민혁(가명) 씨. 개인 사업을 운영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특히 경영지원팀 총무 담당을 노리고 있다. 자신을 팔색조 미남이라고 소개한 그는 자기소개서도 아름답고 완벽하게 꾸몄을까.

임연빈 위너스잡 컨설팅(www.winners-job.com) 대표의 도움으로 꼼꼼하게 살펴보았다.


자기소개서

성장 과정 & 학창시절

갯벌 속에 숨어 있는 진주 찾기

제 기억 속의 첫 저금통은 시커멓게 때 묻은 10원과 50원짜리가 가득한 저금통이었습니다. 어머니와 함께 놀이터에서 주워온 동전들이었기 때문입니다. 시커멓고 냄새 나는 동전들이 저금통에 쌓이는 것이 싫었지만, 어머니께서는 동전의 기적을 보여주겠다고 하셨습니다. 그렇게 가득 찬 저금통의 이 제 인생의 첫 번째 통장이 되었습니다.

작은 것의 소중함을 알면 그것이 모여 더 큰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작은 관심만 보여준다면 동전뿐만 아니라 작은 물품들도 효율적으로 쓰일 수 있고 그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것입니다.

저는 남들이 소홀히 할 수 있는 작은 것들을 볼 줄 아는 넓은 시야를 갖고 있습니다. 사내에서는 불필요한 소비를 막을 수 있고, 그로 인한 부가가치 창출에 큰 기여를 할 수 있습니다. micro화되어 가는 세상에 더 작은 것을 바라볼 줄 아는 nano형 인간의 모습을 보여 드리겠습니다.

▶ 내용과 관련된 소제목을 쓰거나, 소제목과 관련된 내용을 삽입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의미는 이해가 되지만 딱 들어맞는 제목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 내용의 첫 시작 글로 아주 좋은 표현방법을 사용했다. 일반적으로 다른 취업준비생들이 사용하지 않는 글의 패턴이 눈에 띄게 만든다.

▶ ‘잔돈들이’라고 쓰면 더 매끄울 듯하다.

▶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또는 ‘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가 좋은 표현일 것 같다. 앞의 문장과 동일한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에 한 문장으로 묶어주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 갑자기 회사 이야기로 급전환되고 있다.

▶ 너무 큰 표현이다. 총무는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는 있지만 크다고 볼 수 있는 직무는 아니다. 효율화와 세심한 배려를 중심으로 표현해보라.

** Comment

이야기의 시작은 흥미롭지만, 직무관과 연결시키는 작업이 매끄럽지 못한 듯하다. 또한 이야기 소재에 비해 내용이 너무 부족해 보인다.


성격 & 지식·재능

팔색조 미남 최민혁

다방면에 관심이 많고 여러 가지 끼로 똘똘 뭉쳐 있다는 것이 제가 가진 최고의 재능입니다. 주위 사람들로부터 ‘팔방미인’이라는 말을 자주 들을 정도로 다양한 특기를 갖고 있습니다.

농구, 축구, 복싱, 스키, 보드, 패러글라이딩 등의 스포츠 활동과 더불어 바둑, 피아노, 힙합댄스, 난타, 요리 등의 예체능 활동까지 모두 취미이자 특기입니다. 빠른 습득 능력 덕분에 짧은 기간에 다양한 특기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사장의 이름으로 직접 일식당을 운영해보기도 하였고, 난타 배우로 최근까지 공연도 다녔습니다.

활발한 성격으로 각 부서에 효율적인 지원을 해야 하는 경영지원 업무에 적합합니다. 낯선 사람들과의 대화에도 거리낌이 없어 원활한 의사소통으로 조직 간의 유기적인 연결고리를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 앞의 내용과 활발한 성격을 연결하는 문장이 필요하다.

▶ 효율적인 지원과 활발한 성격은 크게 관계가 없다.

▶ 이 문장이 성격을 대변하는 문장으로 쓰이면 좋을 것 같다.

** Comment

성격에 대한 이야기를 너무 간결하게 작성해 아쉬움이 남는다. 취미와 특기 부분을 잘 연결하면 좋은 글이 될 것 같다. 그리고 지식과 재능, 성격을 분리해서 작성하면 더 좋은 글이 될 것 같다. 일식당 운영과 난타 공연은 의미상 이질감이 있어 보인다.


성공경험 & 실패경험

위기극복 능력을 지닌 인재

학창 시절 몸담았던 고깃집은 홍보 부족으로 인해 나날이 적자의 길을 걸었습니다. 저는 사장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마트에서 항상 봐오던 시식 서비스를 모티브로 한 길거리에서의 ‘삼겹살 시식회’를 고안해냈고, 사람들의 시선과 발걸음을 동시에 잡게 되었습니다.

저의 창의성과 추진력은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함에 있어 큰 역할을 할 것입니다. 무모함이 아닌 성공적 사례들을 기반으로 한 전략적인 업무 진행으로 완벽한 결과물을 만들어내겠습니다.

식당을 운영하던 시절 동업자이자 주방장이었던 친구가 가게 명의로 큰돈을 대출받고 사라졌습니다. 물질적인 손해보다는 인간관계의 실패가 더 큰 충격이었습니다. 하지만 제 감각을 믿고 새로운 맛을 찾아내어 식당을 다시 일으킬 수 있었습니다.

위기극복 능력을 배웠고 믿음에 대한 잣대가 생겼습니다. 냉정한 판단을 할 수 있는 효성인이 될 것이며, 믿음으로 이루어진 팀의 화합을 선도하는 신입사원이 되겠습니다.

▶ 위의 사례를 볼 때 이 말은 아무나 쉽게 안 믿겠다는 것으로 느껴진다. 조직 구성원으로서 신뢰감이 떨어져 보인다.

▶ 앞의 믿음의 잣대와 연결된 표현으로 보이는데, 어떤 부분에서 냉정한 판단을 하겠다는 것인지 감을 잡을 수가 없다.

▶ 앞의 내용과 일치하지 않으며, 갑자기 ‘팀의 화합을 선도’하겠다는 것 또한 신뢰성이 없어 보인다. 이 뜻은 본인이 ‘팀워크’와 관련되어 판단할 수 있는 내용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 Comment

개인 사업을 운영해본 경험은 기술 분야에서 벤처기업을 잠시 해본 것과는 매우 다른 느낌을 준다. 실제로 회사생활을 할 때 좋은 경험으로 작용할 것은 분명하나, 자신이 오래전부터 해당 직무를 위해서 노력하지 않았다는 것을 방증하기도 한다.

만약 사업에 실패를 하지 않았다면 이 회사에 오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에 사업에 실패한 경험이 좋은 경험으로 비치지는 않을 것 같다. 다행히 그 시련을 극복한 내용이 있어 잘 보완되고 있다.

내용 구성에서 자소서를 기술하는 공식을 잘 사용하고 있으나, 문항이 성공했던 경험과 실패했던 경험이라 하더라도 성공한 경험을 뒤쪽에 배치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읽는 사람은 최근 것에 대해서 가장 많이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왕이면 긍정적인 것을 뒤에 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



지원동기 & 포부

실력과 인성을 겸비한 효성의 경영관리인

경험보다 빠른 배움은 없다고 생각하는 저는 크진 않더라도 경영의 맛을 느껴보고 싶었습니다. 8개월 동안 식당 운영을 직접 하면서, 매출보다는 관리에서 진정한 경영의 매력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작은 식당이지만 모든 운영을 도맡아 하며 세금, 자산, 영업환경, 정보 관리 등을 직접 몸으로 체험하였습니다. 짧은 경험이었지만 적합한 시기와 장소를 결정할 줄 아는 결단력과 사업체를 직접 관리한 운영능력은 실력과 인성을 갖춘 인재로서의 준비과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관련 서적들을 읽으며 경험만으로는 얻을 수 없었던 정형화된 총무 업무의 지식을 습득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효성의 총무인이 되어 귀사의 선진 관리업무를 더 배우고 싶은 열망이 생겼습니다. 총무인이 되길 원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경영관리인이 될 것입니다. 최고의 경영관리자의 꿈을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 ‘실력과 인성’이라는 비교적 큰 개념의 단어보다는 ‘다양한 경험과 실무능력’이라는 표현이 더 현실적으로 보인다. 또한 경영관리인이라는 단어는 ‘CEO’나 ‘경영대리인’을 의미하는 것 같으므로 본인이 의도하는 ‘경영관리 부서의 인재’라는 개념과는 상이하다.

▶ 조금은 거만하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실제 ‘경영의 맛’을 느끼고자 가게를 운영하는 경우가 드물기에 거짓말로 느껴지거나 거만해 보일 수 있다.

** Comment

작은 식당을 운영하면서 세금, 자산, 영업환경, 정보관리 등을 체험한 것보다는 ‘여러 환경의 변화에서 많은 곳에 신경을 써야 했던 자신의 모습’을 이야기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 총무는 하루에도 몇 가지씩 일과 변화가 생기는 매우 다이내믹한 직무다. 그래서 적응하지 못하고 떠나는 사람도 많다. 그런 다양한 변화 속에서 사람들과의 관계와 소통, 그리고 업무 추진력에 대해서 강조할 필요가 있다.

총평

▶ 자신이 지원하는 회사의 특별한 인재상만을 고집하지 말고 직무상의 인재가 어떤 일을 하고, 어떤 스트레스를 받으며, 어떠한 사유로 회사를 떠나는지, 어떤 것에 즐거움을 얻는지, 그들의 상사는 어떤 부하 직원을 선호하는지 등 다양한 연구가 필요하다. 이러한 정보를 대학생은 쉽게 구할 수 없다. 인터넷에서도 구하기 어려울뿐더러 선배들에게 연락해본다 한들 사회 초년생인 그들은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우리를 채용하는 사람들은 그 직무 분야의 베테랑이기 때문에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해볼 필요가 있다. 최근에 인사팀장급, 현업 부서장급을 초빙해 그들의 이야기를 전해주는 경우가 많이 있다. 그 기회를 놓치지 말고 직무상의 인재가 어떤 것인지를 고민해보기 바란다. 그 안에 자소서 작성 전략이 숨어 있다.

▶ 에피소드를 간결하게 쓰는 것은 좋으나 이야기 흐름이 끊길 정도로 줄일 필요는 없다. 간결성을 추구하는 것은 이상적인 현상으로 볼 수 있지만, 갑자기 다른 이야기로 전환될 경우 읽는 사람의 이해 수준도 낮아지기 마련이다. 이야기 흐름을 자연스럽게 전환하는 기술은 체계적으로 스토리 흐름을 통제할 때 가능하다. 어떠한 소재로 자소서 내용을 구성할 것인지 정한 후, 그 소재의 결론부에서 무엇을 강조할 것인지 미리 계획해 작성하기 바란다. 이렇게 스토리 흐름을 통제하지 않으면 결론부의 연결이 매끄럽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한상미 기자 hsm@hankyung.com
[자기소개서 리터치] 단어 선택 잘못하면 ‘신뢰감’ 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