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증권

[기업 탐방] ‘1분 1초’ 다투는 숨 가쁜 현장에 가다
한국투자증권은 한국투자금융지주의 주력 자회사로 지난 2005년 6월 동원증권과 합병한 후 종합금융회사로 재탄생했다. 지속적으로 외형 성장에 힘을 기울여 2009년 말 기준 자산 12조1478억 원, 점포망 118개, 종업원 수 2508명의 규모를 자랑한다.
[기업 탐방] ‘1분 1초’ 다투는 숨 가쁜 현장에 가다
날로 인기를 더해가는 CAMPUS Job&Joy의 ‘기업 탐방’, 이번 달은 증권회사를 방문하고 싶다는 대학생 기자들의 요구를 반영, 일찌감치 한국투자증권을 찜했다. 1분에도 수십억 원의 돈이 왔다 갔다 하는 곳인 만큼 보안이 철저한 곳이지만 대학생 기자에게는 문을 활짝 열었다.

신소영, 안준기 대학생 기자와 함께 여의도 한복판에 솟아 있는 한국투자증권 본사를 돌아보고 왔다.

책상 하나에 8대의 모니터가 있는 딜링룸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은 19층에 있는 ‘트레이딩 센터’. 통유리 너머로 보이는 그곳은 멀리서도 긴장감이 전해졌다. 무언가를 골똘히 들여다보는 직원들의 표정이 사뭇 진지했다. 책상에는 적게는 2대, 많게는 8대까지 모니터가 놓여 있었다.

모니터마다 숫자와 그래프가 가득한데, 장이 열리는 동안 국내 시장뿐 아니라 해외 시장까지 봐야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동행한 홍보실 직원은 이곳이 증권회사에서 가장 업무 몰입도가 높은 곳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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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들은 ELS와 같은 파생상품을 직접 운용한다. 근무 시간에는 매매를 하고 새벽에는 외국 시장을 체크하곤 한다. 큰돈을 움직이는 만큼 장중에는 작은 소리에도 민감하게 반응할 정도로 집중하면서 일을 한다. 이날에도 셔터를 누르는 취재진의 움직임에 순간 사무실의 공기가 변했다(?).

트레이딩 센터는 투자공학부에 속한다. 이외에 영업부, PB센터, 기업금융부 등이 본사 내에 있는 영업 부서다. 이곳 직원들은 오전 9시에서 오후 3시까지는 자리를 뜰 새 없이 바쁘지만 대신 장이 끝나면 한숨을 돌릴 수 있다. 이때 많이 찾는 곳이 바로 10층에 있는 직원 휴게실. 커피, 아이스크림 등을 먹으며 하루의 고단함을 잠깐이나마 덜 수 있다.

6층에 있는 ‘야외 공원’도 직원들에게 인기 있는 휴식처다. 6층 복도를 따라가면 옥상처럼 탁 트인 공간이 나온다. 본래 황량하고 삭막한 공간이었지만 소나무를 심고 산책길을 내서 직원들을 위한 쉼터로 만들었다.

지하 1층엔 재미있는 공간이 여러 곳 있다. 직원들의 역량 개발과 정서 함양을 위한 도서관을 지나 복도 끝에 이르면 ‘ON AIR’라는 불빛이 보인다. 바로 방송실이다. 사내 방송을 진행하고 직원, 고객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곳. 두 명의 PD가 취재진을 반겨줬다. 작지만 방송을 위한 시설은 모두 갖추고 있었다.

천장을 장식한 조명 시설, 카메라와 프롬프터 등 여러 방송장비를 풀가동하면 하나의 프로그램이 탄생한다. 제작된 방송은 홈페이지에 올려 누구나 볼 수 있게 한다. 사내 방송을 진행하는 아나운서는 한국투자증권의 직원이라고 한다. 그중 한 명은 실제로 방송을 하던 전직 아나운서다.

‘펀 제도’는 직원들의 야외 활동을 지원하는 제도다. 이를 위해 서바이벌 게임, 수상스키, 래프팅, 바다낚시, 산악자전거 등 다양한 분야의 업체와 협약을 맺고 있고, 그 이외의 활동은 현금으로 지원한다. 직원들은 부서끼리 친목을 도모하고 싶을 때 이 제도를 활용한다.

비교적 부서 간 교류가 활발한 본사보다 지점에서 더 좋아한다고 한다. 타 지점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장이기 때문. 또 2년에 한 번씩 국내 계열사, 해외 법인의 전 직원이 무주리조트에 모이는 ‘true friends festival’도 직원들의 소속감을 높이고 있다.

개인의 취향에 따라 동호회 활동도 할 수 있다. 한국투자증권에는 50여 개의 동호회가 있다. 회사에서 동호회 지원금이 나온다. 여기서 잠깐 문제 하나. ‘울퉁불퉁’은 어떤 동호회일까? 바로 헬스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바쁜 증권회사에서 휴가를 맘껏 쓴다는 것은 언감생심이었지만 요즘에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회사에서 전자 게시를 통해 휴가에 연차까지 쓰도록 공문을 보내는 등 자연스럽게 휴가를 쓰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2008년 한국투자증권은 노동부에서 주는 ‘남녀고용평등우수기업’에 선정됐다. 실력만 있다면 성별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회사의 생각. 현재 영업부 상무와 8명의 지점장이 여성 리더로 맹활약하고 있다. 참고로 국내 증권사는 여성이 임원이 되면 신문에 나올 정도로 보수적인 편이다. 전체 직원 2500명 중 여직원의 숫자는 1100명으로 44% 정도다.
[기업 탐방] ‘1분 1초’ 다투는 숨 가쁜 현장에 가다
보통 금융지주회사들이 은행을 기반으로 한다면 한국투자금융지주는 유일하게 증권 중심의 지주회사다. 따라서 증권 관련 사업의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하다. 오너도 증권업 출신이다. 홍보실 직원이 꼽은 한국투자증권의 강점도 빠른 의사결정이었다.

직원들은 본인의 노력과 도전에 따라 기업 금융, 지점 영업, 금융 상품 등 여러 분야에서 능력을 펼칠 수 있다. ‘사내공모제’를 통해 가고 싶은 분야에 직접 지원할 수 있다. 인사평가 때 희망 부서와 가고 싶은 시기까지 적어 내는 ‘자기 신고서’도 있다.

회사에서는 온라인 교육을 통해 직원들의 역량 개발을 지원한다. 교육 내용은 어학, 마케팅, 화술, 자격증 등이다. 가장 규모가 큰 것은 MBA 지원이다. 매해 가을마다 직원을 선발해 MBA 학비 전액을 준다. 해외 MBA의 경우 생활비까지 지원하고 카이스트 MBA와 같이 주간 수업일 경우 2년간 학비에 휴직 기간 동안의 급여도 제공한다. 공부에 뜻이 있는 직원이라면 대환영이다.


**[인터뷰] 김태훈 인사부 차장과의 대화

Q 입사하기 위해서 갖춰야 할 기본 자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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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꼭 상경계열을 졸업할 필요는 없습니다. 전공 상관없이 열정을 가지고 열심히 할 수 있는지를 많이 봅니다. 뜬구름 잡는 얘기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그만큼 뜻이 있다면 필요한 준비를 한다는 말입니다.

신문을 보면서 경제 전반에 관한 이해가 있는 사람이라면 면접 볼 때 표현 자체가 다릅니다. 장기간 관심을 두고 준비했느냐 급조했느냐는 심화 질문을 하면 드러나죠. 또 자격증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본인이 증권업에 관심이 있고 적성에 맞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 올해 채용 계획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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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하반기 공채는 9월부터 접수를 시작합니다. 아직 확정은 안 됐지만 채용 규모는 100명 이상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저희도 인턴제도를 운영하고 있는데 올해 인턴십은 여름방학 때 시작해서 이미 끝이 났습니다.

인턴십은 공채의 한 과정이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인턴십을 통해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은 아니지만, 같이 일하고 지켜보면서 가능성이 있는 학생들은 공채 때 바로 최종 면접을 볼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Q 어떤 인재를 원하나.

A 고스펙자보다 정말 증권회사와 금융업에 관심이 있는 사람을 원합니다. 관심이 있다고 해도 일하면서 도망가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면접을 볼 때 열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지를 체크하려고 합니다.

그렇다고 정신 자세만 보는 것은 아니고요. 어학, 자격증, 상식 등은 관심이 있는 만큼 준비를 해야 하겠죠. 한 가지 팁을 주자면 면접관들은 면접 때 떨지 않고 잘 얘기하는 사람은 그만큼 준비가 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단지 스펙에 매여서 판단하지는 않습니다. 지역에도 지점이 많이 있는데, 지방 출신에게 지역 어드밴티지를 주기도 하고요.


**기업 탐방 후기

안준기 대학생 기자 _ 동의대 경영학과 3
[기업 탐방] ‘1분 1초’ 다투는 숨 가쁜 현장에 가다
여의도에 도착하자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true友riend’ 로고가 새겨진 조형물과 한국투자증권 본사였다. 특히 회사 측의 허가 없이 방문하기 힘든 ‘딜링룸’이 인상적이었다.

실제 주식 매매가 실시간으로 이뤄지는 곳으로 각자 자리 앞에 모니터가 여러 대 놓여 있었다. 당시 방문 시간대가 장중이라 트레이더들의 엄청난 집중력을 직접 느낄 수 있었다.

건물 내에 있는 ‘사내 방송국’은 실제 방송국과 똑같은 시설과 장비를 가지고 있었다. 여기서는 직원들을 위한 동영상을 제작, 금융 신상품에 대한 교육 정보를 지속적으로 제공하고 있었다. ‘교육 세미나실’에서는 고객 또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주기적으로 교육 세미나를 열기도 했다. 또 사내 카페, 여성 전용 휴게실, 헬스장 등 직원들을 위한 복지 시설을 충분히 갖추고 있었다.

이번 기업 탐방을 하면서 증권회사 취업을 위해서는 ‘스펙’에 치중하기보다는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시시각각 변하는 금융 관련 지식을 습득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금도 증권사를 목표로 준비를 하고 있지만, 이번 기업 탐방을 계기로 나의 꿈은 더욱 명확하고 간절해졌다. 준비에 더욱 박차를 가해 내년 공채 때 꼭 지원할 것이다.


신소영 대학생 기자 ­_ 건국대 경제학과 3

한국투자증권 정문에 들어서자마자 주가지수를 알려주는 전광판이 나를 설레게 했다. 로비 한가운데에는 고객과의 상담을 위해 유리벽으로 된 공간이 자리 잡고 있었다. 엘리베이터는 이동시간을 줄일 수 있도록 현재 위치에 제일 빨리 오는 엘리베이터를 알려주는 최신식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촌각을 다투는 증권회사인 만큼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세심함을 느낄 수 있었다.

야외 공원과 헬스장은 일에만 매여 있던 직원들이 사무실에서 벗어나 편안하게 쉬고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었다. 이곳에는 방송실도 따로 있다. 잠깐이지만 마치 촬영하는 것처럼 그 자리에 앉아보기도 했다.

2층에는 고객자산관리를 담당하는 PB센터도 보였다. 제일 흥미로웠던 장소는 외환과 자금이 거래되는 장소인 딜링룸이다. 이곳은 장이 마감되는 오후 3시까지는 모두가 신경이 예민해 있다고 한다.

클릭 하나만으로 수십 억이 오고 가는 일인 만큼 직원들의 눈빛이 날카로웠다. 그만큼 들어가기 힘든 장소였지만 우리를 위해 일부분 개방해주었다. 매 순간 집중하며 열정을 가지고 임하는 직원들을 보면서 언젠가 그 틈에 끼어 주식시장을 주무르고 있을 나를 꿈꿔봤다.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사진 김기남 기자 kn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