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윤구의 추잡(追job)한 책 이야기

애플사의 최고경영자인 스티브 잡스는 2005년 6월 12일 스탠포드 대학 졸업식 연사로 참석해 명연설을 남겼다. 필자는 그중에서 이 부분을 가장 좋아한다. “평범한 노동자였던 부모님이 힘들게 모아두신 돈이 모두 제 학비로 들어갔습니다.

6개월 후 저는 대학 공부가 그만한 가치가 없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내가 진정으로 인생에서 원하는 게 무엇인지, 그리고 대학 교육이 그것에 얼마나 어떻게 도움이 될지 판단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모든 것이 잘될 거라 믿고 자퇴를 결심했습니다. 당시에는 두려웠지만, 뒤돌아보았을 때 제 인생 최고의 결정 중 하나였던 것 같습니다.
[Book] “니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뭐야?”
진위 여부에 대한 논란이 있기는 하지만 오라클의 최고경영자인 래리 앨리슨의 예일대 졸업식 축사 역시 ‘대학 졸업까지 기다렸다가는 시멘트처럼 굳어진 지식으로 머리를 가득 채우고선 많이 알고 있다고 착각하는 루저밖에 되지 못하니 당장 학부생들은 짐 싸서 대학을 떠나라’는 신랄한 내용이었다.

가장 성공한 최고경영자라고 평가받는 이 두 사람은 왜 대학 중퇴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결정이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먼저 학자금 상환 부담으로 궁지에 몰리면 올바른 결정을 하기 힘들다는 것을 들 수 있겠다. 취업 사이트 커리어가 신입 구직자를 상대로 한 최근 설문조사를 보니 응답자의 51%가 평균 부채액이 974만 원이며, 빨리 취업해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묻지 마 취업을 하게 된다고 대답했다.

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매달 갚아야 할 빚이 있다면 정기적으로 월급을 받는 샐러리맨 외에 다른 선택의 여지는 별로 없다. 만약 일찌감치 ‘진정으로 인생에서 원하는 게 무엇인지’ 찾았고, ‘대학 교육이 그것에 얼마나 어떻게 도움이 될지’ 확신할 수 없다면 그 시간과 노력, 그리고 자금을 다른 선택을 하는 데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Book] “니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뭐야?”
두 번째는 그 ‘다른 선택’에 관한 문제다.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를 쓴 로버트 기요사키는 현금 흐름 사분면이라고 하여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을 버는 4가지 방법을 설명한 바 있다. 샐러리맨(E), 자영업자(S), 사업가(B), 투자가(I)가 그것이다.

여기서 잠깐 생각해보자.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배우는 모든 과정은 이 4가지 유형 중 무엇이 되는 데 가장 필요한 교육일까.

당신도 알고 있듯이 바로 일 잘하고 말 잘 듣는 샐러리맨을 양성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교육의 큰 틀은 자본주의가 존재하는 한 계속 유지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그게 바로 자본주의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사업가와 투자가가 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어느 쪽을 선택하든 성공할 수도, 실패할 수도 있다. 문제는 선택을 하기 전에 충분히 정보가 제공되고 생각할 시간이 주어졌는지다. 샐러리맨으로 사는 것이 가장 적성에 맞다고 판단해서 선택한 것과 샐러리맨 말고는 선택의 여지가 없어서 떠밀리다시피 선택한 것은 천지 차이다.

대학 생활은 그런 면에서 아주 중요하다. 가뜩이나 빈곤한 직업 교육을 감안한다면 시야를 넓혀 샐러리맨 외에 다른 가능성을 모색할 수 있는 시간은 대학교 1, 2학년이 유일하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쯤에서 추천하는 책은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1, 2권(로버트 기요사키·샤론 레흐트 지음, 형선호 옮김, 황금가지)’ ‘자본주의 사용설명서: 일하는 사람이 알아야 할 경제의 모든 것(짐 스탠포드 지음, 안세민 옮김, 부키)’이다.

창업이나 투자 교육은 거의 전무한데 취업(재고용)이 안 돼서 자영업자로 등 떠밀려 뼈아픈 실패를 겪고 있는 사람이 OECD평균의 2배나 되는 서글픈 현실, 고졸과 대졸 간의 소득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는 팍팍한 대한민국의 현실 앞에서 이런 조언이 배부른 소리로 들릴 게 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어른들의 섬세한 지도를 전제로 고등학교에 막 올라가는 학생들에게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지만 그들 역시 시간과 여유가 없다.

[Book] “니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뭐야?”
권윤구


좋은 책과 독자 사이를 이어주는 북코치. 인터넷 북카페(www.bookcoach.kr)를 운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