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식당에서 알바하니? 난 기업에서 한다”

스펙을 쌓기 위한 대학생들의 열망은 아르바이트에도 반영되고 있다. 특히 아르바이트를 기업에서 하겠다는 학생들이 늘고 있는 추세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얻은 경험 자체가 또 하나의 스펙이 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자신이 취업을 희망하는 분야에서 쌓은 경험은 자기소개서 작성과 면접 시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기업에서 하는 아르바이트는 무엇이 다를까. '기업 알바'의 세계로 들어가 보자.


아르바이트로 스펙 쌓기

‘돈 벌고, 일 배우며 기업 문화 경험’ 1석 3조 효과
기업 업무 보조 아르바이트 ‘인기 폭발’
대학 3학년에 재학 중인 김승회(23) 씨는 한 외국계 제약회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방학을 맞아 일자리를 찾던 중 학교 게시판에 걸린 모집 공고를 보고 원서를 넣었다. 아르바이트가 취업 5종 세트 중 하나로 불리는 만큼 같은 아르바이트라도 기업에서 일하는 것이 스펙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처음에는 자료 정리 같은 단순 업무를 했어요. 하나가 주어지면 두 개를 한다는 생각으로 꼼꼼히 일하고, 또 모두가 선배라는 생각으로 잘 어울리려고 노력했더니 점차 중요한 일을 주시더라고요.”

방학이 끝났지만 그는 휴학을 하고 마케팅 부서에서 4개월째 일하고 있다. 김 씨는“취업에 앞서 회사 내부를 들여다 볼 수 있고 업무 프로세스를 파악할 수 있어 좋다”며 “앞으로 제약 분야에 취업하고 싶다”고 밝혔다.

기업에서 하는 아르바이트는 돈을 벌면서 일을 배울 수 있는 점에서 차별점이 있다. 무엇보다 조직 문화를 체험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1석 3조의 효과가 있다.

지난해 한국신용평가정보에서 책자를 만드는 아르바이트를 한 장재영(24) 씨는 “기업에 관한 개략적인 정보를 알고 또 공동작업을 하면서 사람들이 어떻게 생활하는 지를 경험하는 것이 최고 장점이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회계사 자격 시험에 합격, 삼정회계법인에서 일하고 있다. 장씨는“책자를 만들며 상장사들의 현황을 파악한 것이 현재 업무를 하는 데 있어서도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며 “모든 자료와 정보는 내 것이라고 생각하며 적극적으로 일 하는 것 또한 성공적인 기업 아르바이트의 요건”이라고 강조했다. 또 관심 분야의 인맥을 넓힐 수 있다는 점도 기업 아르바이트가 지닌 매력으로 꼽힌다.

기업도 알바생이 필요해

자격요건 까다롭게 요구하는 곳도 있어

기업 입장에서도 아르바이트생은 필수불가결한 존재다. 자료 입력, 문서 정리 등에 정직원이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없고 단기 프로젝트나 일시적으로 몰리는 업무를 회사인원이 모두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단기간 원하는 만큼의 인원을 보충하면서 비교적 적은 비용이 든다는 점에서 효율적이다.

경우에 따라 중요한 업무를 맡겨야 하기 때문에 모집 공고를 낼 때 자격 요건을 분명히 밝히는 곳도 많다. 최근 아르바이트생을 모집한 LG경제연구원은 모집 공고에 일본어 능통자를 우대한다고 밝혔다. 한국상장사협의회도 재무회계 전공자를 뽑고 있다.

따라서 관련분야의 전문 지식이 있다면 아르바이트가 경력이 되기도 하고 채용으로 직결되기도 한다. 글락소스미스클라인의 채용 담당자는 “발표 자료를 만드는 일을 시키기도 하고 영어 또는 오피스 실력이 뛰어나면 추가 업무를 주기도 한다”며 “아르바이트생이 계약직으로 전환된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기업 아르바이트가 인기 아르바이트로 떠오르면서 경쟁률도 높아지고 있다. 한국신용평가정보 관계자는 “과거에는 경쟁률이 5 대 1 정도였지만 최근에는 학기 중임에도 경쟁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기업에 따라서는 관련 아르바이트 경력, 자격증, 영어 점수, 해외 연수 경험 등을 요구하기도 한다.

자신의 관심분야, 전공 지식 살리는 것이 중요

기업에서 아르바이트 할 때 중요한 것은, 지원하는 회사가 향후 취업 희망 분야인가 하는 점이다. 만약 언론사를 희망하는 학생이라면 대학생 기자단, 방송국 행사 도우미 등이 적절한 아르바이트가 될 수 있다.

행정 업무를 경험하고 싶다면 관공서나 정부 산하 기관 등에 지원하는 것이 적절하다. 대기업의 경우, 프로젝트나 부서에 따라 수시로 아르바이트생을 모집하기도 한다. LG전자 관계자는 “부서별로 결원이 생길 때마다 인원을 보충한다”며 “인턴과 같이 프로젝트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일을 맡긴다”고 했다.

외국계 기업은 공채보다는 수시로 직원을 채용하는 경우가 많다. 본인 노력과 시기에 따라 채용으로 연결될 수 있는 셈이다.

한 외국계 화장품 인사담당자는 “아르바이트생을 뽑을 때 중요한 것은 학벌이 아니라 일의 수행 능력”이라고 말했다.


아웃백 입사 6년차. 레스토랑 매니저 김기범 씨.

알바에서 정규직으로

“영어공부보다 경험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기업 업무 보조 아르바이트 ‘인기 폭발’
김기범(27)씨는 외식업에 잘 어울린다는 주변 사람들의 권유로 2004년 1월 아웃백 스테이크 하우스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주유소, 개인 레스토랑, 신문 배달 등 여러 아르바이트를 해본 경험을 바탕으로 평소 관심 분야였던 외식업체에 문을 두드렸다.

처음 그가 받은 시급은 3700원. 하지만 1년 6개월 동안 시급제 월급을 받으며 일하는 것은 고생이 아니었다. 학업과 병행하며 평일 4~5시간, 주말 종일 근무를 하는 동안 끼니를 거르는 일도 여러 번이었다. 몸이 고되니 급격히 살이 빠져 부모님의 반대에 부딪혔다.

그는 “몸은 힘들었지만 이곳에 오면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서 자유롭게 일할 수 있어서 활력이 넘쳤다”고 말했다. 과제가 많을 때는 스케줄을 바꿔가며 근무했고 수업 외 시간은 대부분 레스토랑에서 보냈다. 그렇게 6년 2개월, 그는 홀 매니저와 주방 매니저를 거쳐 현재 아웃백 양재점에서 정규 사원으로 레스토랑 매니저 일을 맡고 있다.

“평소 외식업체에 관심이 있었지만 직접 현장에서 부딪혀보니 확신이 들었습니다. 여기가 내 직장이다라는 생각으로 군대에 다시 온 것처럼 일했더니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아요.”

평생 직업을 갖게 된 김기범 씨는 “소속감과 책임감이 기본이지만 결국 일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 끝까지 가는 것 같다”며 “당시 호주 등으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나는 친구들이 많았지만, 영어를 특별히 잘하는 것보다 관련 경력을 쌓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취업을 앞둔 대학생들에게 관련 분야에서 일하는 경험을 꼭 해볼 것을 강조했다. 외식업체가 다른 업종에 비해 아르바이트 경력을 중요하게 보는 것은 뒤로 하고서라도, 직접 부딪혀보면서 자신의 적성과 자질을 발견할 수 있고, 그렇게 긍정적으로 일하다 보면 좋은 기회도 찾아온다는 것이다.

이색 알바 페이지 터너

“돈 벌면서 좋은 공연도 보는 특별한 아르바이트”
기업 업무 보조 아르바이트 ‘인기 폭발’
아르바이트라고 다 같은 아르바이트가 아니다. 아무나 할 수 없는, 쉽게 경험할 수 없는 이색 아르바이트의 인기가 날로 더해가고 있다. ‘페이지 터너’는 음악을 알아야 할 수 있는 특별한 아르바이트다. 예술의 전당에서 이색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악보 넘겨주는 남자’, 정연호 씨를 만나보자.

자기소개를 부탁합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대학교 작곡과 3학년에 재학 중인 정연호라고 합니다.

특별한 아르바이트를 하시는 걸로 아는데, 소개해주세요.

학교 선배의 소개로 예술의 전당에서 페이지 터너를 하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악보 넘겨주는 사람인데요. 최근에는 밸런타인데이 콘서트에서 피아니스트가 연주할 때 옆에서 악보 넘기는 일을 했습니다.

전공지식이 필요한 아르바이트인 것 같은데요.

아무래도 음악을 알아야 할 수 있는 일인 것 같아요. 기본적으로 악보를 볼 줄 알아야 하고, 연주자의 감정이나 호흡을 이해해야 적정한 타이밍에 악보를 넘길 수 있거든요. 학교에서 교수님들이 연주할 때도 악보를 많이 넘기곤 했는데, 그런 것들이 경력으로 인정된 것 같아요.

전공에 어떤 도움이 되나요.

무엇보다 무대 경험이 쌓이죠. 음악은 무대에서 하는 활동이기 때문에 많은 관중들 앞에 서보는 것만으로도 좋은 훈련이 됩니다. 평소 하는 공부 이외에 더욱 다양한 악보를 접할 수 있다는 점도 좋아요.

특히 이번 콘서트는 대중적인 곡들을 많이 다뤄서 레퍼토리가 보다 확장된 느낌입니다. 또 유명한 사람의 연주를 바로 옆에서 볼 수 있다는 점도 좋고요. 돈을 벌면서 공연을 볼 수 있는 사람이 많지는 않잖아요?

보수는 어떤가요.

아무래도 전공 지식이 필요한 일이기 때문에 다른 아르바이트에 비해 좀 많이 받는 편인 것 같아요. 하루 저녁 공연에 10만 원 정도 받습니다.

졸업하고 어떤 일을 하고 싶으세요?

클래식을 전공하니까 현대 음악을 작곡하면서 지휘도 하고 싶어요. 연주자들을 보면서 무대에서 지휘자로 활약하는 저의 모습을 미리 상상해보기도 합니다.

이현주 한경비즈니스기자 charis@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