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더라 통신’ 믿어? 말어?

은행 공채 관련 소문과 진실
어느 분야에서나 출처 불명의 루머가 존재하게 마련이다. ‘X파일’이 떠도는 연예계는 물론 직원 수 10명 안팎의 소기업에서도 ‘소문’이라는 게 있다. 채용시장도 마찬가지다. ‘00기업은 00한다더라’라는 식의 ‘카더라 통신’이 셀 수 없이 많다. 특히 인터넷 취업 커뮤니티와 대형 포털사이트를 중심으로 퍼져있는 소문들은 하루하루 증폭 또는 변형되고 있다.

문제는 실체가 없던 소문이 두 세 사람을 거치면서 ‘진실’로 둔갑하기도 한다는 것. 늘 정보에 목마른 취업 준비생들에게 ‘잘못된 진실’은 인생을 바꿔 놓는 독이 될 수도 있다. ‘캠퍼스 Job&Joy’는 인터넷을 중심으로 떠도는 채용 관련 소문들의 진위를 파악, ‘올바른 진실’만을 걸러내는 연재 시리즈를 시작한다. <편집자 주>

k은행은 은행 중에서도 유난히 학벌을 따진다면서요?…” “w은행은 면접에서 검정색 뿔테 안경 쓴 지원자는 전원 떨어뜨렸다고 하던데…” “i은행 텔러 취업 희망자는 자격증 보다 외모에 더 투자해야 한대요…” “s은행은 연수원부터 군대 분위기라던데…”

인터넷 채용 커뮤니티 게시판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은행 채용 관련 ‘카더라 통신’들이다. 금융권 취업 희망자가 늘어나면서 입사 경쟁률이 치솟고 이에 따라 확인 안 된 관련 ‘소문’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금융권 취업 희망자가 많이 찾는 몇몇 커뮤니티에선 게시판 문답을 통해 매일 새로운 소문 또는 정보들이 생산?유통되고 있다.
은행 공채 관련 소문과 진실
예컨대, 어느 한 사람이 “어디서 들은 이야긴데…”라며 글을 올리면, 여러 사람이 댓글을 통해 소문의 진위 가리기에 나서는 식이다. 비슷한 소문을 들었거나 해당 은행을 직접 체험한 사람, 해당 은행에 근무하고 있다는 사람이 댓글을 달면 그 소문은 바로 ‘평정’이 된다. 몇 사람의 검증 또는 첨삭을 거쳐 소문이 곧 진실로 바뀌는 것이다.

이런 소문을 담은 글들은 조회수가 수만 회를 넘을 정도로 주목을 받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구직자들의 관심이 집중돼 있다는 뜻이다. 한 취업 커뮤니티 관계자는 “은행이 발표하는 신입사원 모집요강 만큼이나 떠도는 소문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구직 희망자들이 많은 것 같다”면서 “소문도 양질의 정보가 될 수 있다고 보는 이가 많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소문의 상당수는 말 그대로 ‘소문’인 경우가 많다는 게 문제다. 소문에 불과한 떠도는 이야기를 ‘정보’로 받아들일 경우 해당 기업을 오해하는 것은 물론 스스로 취업의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커뮤니티 게시판에 도는 소문을 믿지 말라”는 글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믿어서 좋을 게 없다’는 뜻이다.

네이버 카페 ‘뱅커스’ 운영자이자 금융권 취업 컨설턴트인 유수환 씨는 “은행 입사를 준비하는 구직자라면 소문에 아예 신경 쓰지 않는 게 유리하다”면서 “루머가 사실로 판명되는 경우가 거의 없는 것은 물론, 취업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확인 1

학벌만 보는 k은행?

“k은행은 시중은행 중에서 학벌을 많이 따져 사람을 뽑는것으로 유명하다더라. 2009년 입사자 중에서 70% 이상이 sky나 외국 대학 출신이었다더라.”

2009년 신입 행원 가운데 3분의 2 가량이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출신 아니면 해외 대학 출신이었다는 소문이 퍼져있는 k은행. 이 학벌이 충족되지 않으면 아예 지원을 하지 말라는 조언 아닌 조언이 있을 정도다.

이에 대해 k은행 인사 담당 부서에 확인을 요청했다. 인사 담당자는 “서류전형이나 필기시험보다 면접의 비중을 높게 두고 있으며, 모든 면접 과정은 지원자의 개인 신상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블라인드 방식으로 진행된다”고 밝혔다. 합격자 선정 과정에서 학벌이 노출될 수가 없다는 대답이다.
은행 공채 관련 소문과 진실
실제로 k은행의 신입행원 전형 과정은 면접 위주로 진행된다. 1차 실무자 면접의 경우 그룹 인터뷰, 프레젠테이션, 찬반토론, 인적성 검사, 영어면접 등 다각적이고 심층적인 전형 단계로 이뤄지고 있다.

또 1박2일~2박3일에 걸쳐 합숙면접을 실시해 상품개발, 협상, 로드미션, Paper Based Interview(특정한 상황을 주고 이에 대한 응대자세를 평가), 도미노 쌓기 등 다양한 평가를 하고 있다는 게 은행 측 설명이다.

k은행 인사 관계자는 “개인의 신상 정보를 가린 채 진행하는 합숙면접을 통해 인재상에 걸맞은 지원자를 선발하고 있다”면서 “지원자 개개인의 품성을 단면적으로 평가하는 면접 방식의 한계를 벗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확인 2

s은행 연수원은 신병교육대?

“s은행은 연수원 합숙 프로그램이 악명 높아서 합격자들이 상당수 이탈한다더라. 지난 2007년에는 신입행원 중 절반이 초반에 사직하는 바람에 이듬해 세 차례나 공채를 해 결원을 메워야 했다더라. 이 때문에 ‘s신병교육대’라는 별명까지 생겼다더라.”

최종 합격자를 대상으로 하는 연수원 합숙 프로그램은 기업마다 천태만상이다. 별별 프로그램을 통해 신입사원의 협동과 단결을 유도하고 창의력을 끄집어내는 노력이 대단하다. 하지만 ‘군대보다 더하다’는 악명까지 듣게 되면 문제가 달라진다. 기업 이미지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뿐더러 시대에 역행한다는 소리를 듣기 십상이다.

이에 대해 s은행 인사 담당 부서는 “해명할 가치도 없다”면서 공식적인 대응을 거부했다. 한마디로 ‘사실무근’이라는 이야기다.

2007년에 입사한 s은행 직원 p씨는 “2008년에 세 번의 공채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연수원과는 관계없는 일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일반적으로 연수원 입소 전후로 30% 가량의 이탈자가 생긴다”면서 “다른 기업에 중복 합격하는 등 일신상의 이유가 대부분이며, 연수원 프로그램의 영향은 미미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여느 해보다 공채가 많았던 것은 인원 필요에 의한 것일 뿐, 연수원 루머와는 관계가 없다는 해명이다.

그는 연수원 프로그램이 ‘군대같다’는 평을 받은 것에 대해서도 ‘오해’라고 밝혔다. “신입사원 연수 과정이 쉬운 것은 아니지만 군대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는 아니다”라는 설명이다. 10시간 행군이나 팀워크 강화 활동 등은 다른 기업에서도 흔히 시행하는 프로그램이라는 것이다.

이밖에 ‘금융권 텔러직은 스펙보다 외모 위주로 뽑는다’ ‘지원자 많은 은행들은 채용담당자들이 서류를 안보고 학교, 사진만 보고 1차 합격자를 가려낸다’ 등의 소문도 설득력이 부족한 낭설인 것으로 확인됐다.

s은행 인사 관계자는 “인터넷 공간에서 수많은 말들이 떠돌면서 확대 재생산되는 것일 뿐, 실제 대부분의 은행은 채용 과정을 철저한 보안 속에 공정하게 진행한다”고 강조했다.

박수진 기자 sjpar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