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강 시간에 봉사하는 ‘십시일밥’

저마다 공강 시간을 보내는 방법은 다양하다. 카페에 앉아 과제를 하는가 하면 도서관에서 책을 읽는 사람도 있다. 여기, 공강 시간을 조금 더 특별하게 보내는 이들이 있다.

‘당신의 공강 한 시간이 따뜻한 밥 한 끼로’라는 모토로 봉사하는 ‘십시일밥’이다.
[화제의 주인공] 너의 공강 한 시간 따뜻한 밥 한 끼가 된다!
십시일반(十匙一飯). ‘밥 열 숟가락이 한 그릇의 밥이 된다’라는 사자성어로, 여러 사람이 힘을 합치면 한 사람을 도울 수 있다는 뜻이다. 이 사자성어에서 착안한 이름인 ‘십시일밥’은 ‘여러 사람이 공강 한 시간씩을 투자하면 사정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밥 한 끼를 제공할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봉사활동이 진행되는 점심시간, 한양대 학생식당에서 십시일밥의 이호영(한양대 경영 3) 대표와 봉사자 김다예(한양대 경영 3), 노영균(한양대 정책 1), 서현석(한양대 중어중문 3) 씨를 만났다.

십시일밥은 한양대에서 처음 시작되었다. 지금은 한양대 학생식당 두 곳과 건국대 학생식당 한 곳으로 활동 범위가 커졌다. 십시일밥 봉사자들은 학생식당에서 필요로 하는 여러 가지 잡일을 도맡아 한다. 주로 배식, 식권 판매, 식기 세척 등이다. 일을 해서 받는 대가는 돈이 아닌 식권. 바로 이 식권을 기초수급 생활자인 110여 명의 학우들에게 기부한다. ‘공강 한 시간이 따뜻한 밥 한 끼로’ 변신하는 원리다.
[화제의 주인공] 너의 공강 한 시간 따뜻한 밥 한 끼가 된다!
9~10월 식권 1300여 장 모아 전달
지난 9월부터 10월까지 활동한 십시일밥 1기는 식권 1308장을 모아 기초수급 학우들에게 전달했다. 돈으로 따지면 700여만 원가량의 가치다. 이뿐만 아니라 십시일밥의 활동 취지에 동감하는 이들이 기부에 동참하는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이호영 대표는 “84학번 선배들께서 도움이 되고 싶다며 식권 550장을 기부해주셨다”며 기뻐했다.

십시일밥 봉사의 가장 큰 매력은 상대적으로 ‘손쉬운’ 활동에 있다.

“봉사활동을 지속적으로 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대학생이 많아요. 스펙 쌓으랴 공부하랴 이것저것 하다 보면 봉사활동에 투자할 여유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이죠. 하지만 십시일밥은 늘 고정적으로 정해진 공강 시간을 활용해 캠퍼스 내 구내식당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것이라 그리 큰 부담이 되지 않아요. 따로 시간을 내서 먼 걸음을 하지 않아도 되고, 어쩌면 무심코 버릴 수 있는 공강 시간을 보람차게 보낼 수 있어서 더욱 좋죠.”
[화제의 주인공] 너의 공강 한 시간 따뜻한 밥 한 끼가 된다!
7개월 준비 거쳐 한양대에서 시작
그렇다고 십시일밥의 시작 과정까지 손쉬웠던 것은 아니다. 준비 과정에만 약 7개월의 시간이 소요됐다. 우선 봉사활동을 진행할 식당과의 계약을 성사시켜야 했고 식당에서 몇 명이, 어떤 일을 할 것인지 조율해야 했다. 또 봉사자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봉사할 수 있도록 보험에도 가입했다. 모든 과정에 학교 측의 승인을 받아야 함은 말할 것도 없다. 뜻을 함께 할 봉사자를 모으는 일도 처음엔 적지 않은 걱정거리였다.

이 대표는 “준비를 해가면서 정작 봉사 참여자가 안 모이면 어떻게 하나 걱정을 많이 했다”면서 “막상 시작하고 보니 꽤 많은 분들이 선뜻 참여해주셔서 마음을 놓았다”고 말했다. 십시일밥은 한양대에서 1기 39명으로 시작해 11월부터 활동을 이은 2기는 한양대 73명, 건국대 11명으로 늘어났다.

준비하는 과정에서 ‘십시일밥의 정체성’도 화두로 떠올랐다. 오랫동안 뜻을 이을 수 있으려면 명확한 정체성 파악과 함께 미래까지 그릴 수 있어야 하기 때문. 봉사 참여자와 학우들에게 신뢰성을 주고 싶은 마음도 컸다. 이들이 택한 방법은 경연대회에 참가해 평가를 받는 것이었다.

“우연히 사회적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을 겨루는 경연대회인 ‘소셜벤처 경연대회’가 열린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대회 준비를 하면서 십시일밥의 문제점에 대해 생각해보고 피드백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습니다.”

이렇게 참가한 대회에서 기대 밖의 성과를 거뒀다. 일반 아이디어 부문에서 대상을 차지하고,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 AS ONE상까지 수상했다. 사업 모델로서 아이디어 가치와 신뢰도를 인정받은 것은 물론 더 많은 학생들에게 따뜻한 나눔을 실천하는 기반이 되었다.
[화제의 주인공] 너의 공강 한 시간 따뜻한 밥 한 끼가 된다!
“전국 대학생 여러분, 함께해요~”
십시일밥은 학생식당에서의 봉사 외에 다른 방법의 봉사 활동도 구상하고 있다.

“십시일밥의 봉사활동이 반드시 학생식당 내에서만 이루어져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교내 카페나 서점 같은 곳에서도 일을 하고 쿠폰이나 다른 방법으로 대가를 지불받을 수 있으니까요. 그 쿠폰을 경제 환경이 어려운 학우들에게 기부해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고요.”

이들은 ‘십시일밥 효과’가 전국으로 확산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 대표는 “전문대를 포함해 전국에 있는 300여 개 대학에 십시일밥이 확산된다면 연간 약 30억 원의 식권을 기초수급 학우들에게 기부할 수 있다”면서 “그야말로 십시일반의 저력으로 서로가 행복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학생들이 봉사에 입문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크다.

“일주일에 한두 번, 공강 한 시간을 투자해 식판만 닦았을 뿐인데 어느새 많은 양의 식권이 모이더라고요. 작은 행동이 모였을 때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는지 실감하는 계기가 되었어요. 앞으로 사회를 이끌어나갈 학생들이 이런 봉사활동을 꼭 경험해봤으면 좋겠습니다.”

이들이 바라는 십시일밥의 확산을 위해선 우선 참여자가 많아져야 한다. 이 대표와 봉사자들은 “강의 사이 짬짬이 비는 시간을 활용하기 때문에 부담이 크지 않다”, “일이 그리 어렵지 않아서 충분히 할 만하다”, “공강 시간만 맞으면 누구든 십시일밥의 일원이 될 수 있다”며 저마다 홍보와 추천의 한마디를 아끼지 않았다.

“십시일밥에 관심이 있는 다른 대학교 학생들도 언제든 환영입니다! 우리 함께해요~”


글 원지윤 인턴 기자 I 사진 이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