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즈 오브 실스마리아

[영화] ‘되돌릴 수 없는 젊음’에 대하여
[영화] ‘되돌릴 수 없는 젊음’에 대하여
감독 올리비에 아사야스
출연 줄리엣 비노쉬, 크리스틴 스튜어트, 클로이 모레츠, 라스 에이딘거

상사 ‘헬레나’를 유혹해 파멸로 이끄는 젊고 아름다운 여자 ‘시그리드’ 역을 맡아 18세 무명의 여배우에서 세계적인 스타가 된 여배우 마리아 엔더스(줄리엣 비노쉬). 그녀는 20년이 흘러 자신을 스타로 만들어준 연극 ‘말로야 스네이크’의 리메이크작 출연을 제안 받지만, 시그리드 역이 아닌 헬레나 역을 맡아 달라는 새로운 감독의 제안을 망설임 끝에 수락한다. 작고한 원작 감독의 저택이 있는 알프스의 외딴 지역 실스마리아에서 대본 연습을 하던 마리아는, 전성기를 지나 버린 자신의 현재를 떠올리게 만드는 초라한 중년 헬레나의 역할을 받아들이지 못해 괴로워한다. 마리아의 매니저로 매사에 의욕적이고 유능한 젊은 여성 발렌틴(크리스틴 스튜어트)은 과거에 집착하는 마리아의 모습에 회의를 느낀다. 한편 새롭게 시그리드 역을 맡게 된 할리우드의 떠오르는 별이자 스캔들 메이커인 조앤(클로이 모레츠)이 등장하며 영화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다.

모든 사람들에게 유일하게 공평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시간이다.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시간의 흐름은 그러나 찬란한 젊은 시절을 보낸 여배우에게는 무엇보다 가혹한 현재로 다가온다. 극 중 여주인공 마리아 엔더스는 모두로부터 존경받는 최상의 커리어를 이어온 배우이지만 더 이상 자신의 것이 될 수 없는 젊음에 대한 욕망으로 인해 서서히 무너져 내린다. 그녀의 곁을 그림자처럼 지키는 매니저 발렌틴은 마리아의 연륜과 재능을 존경하지만 현재를 무시한 채 과거에만 매달리는 마리아의 투정과 히스테리를 견디지 못하고 갈등을 빚는다. 영화는 극 중 연극 ‘말로야 스네이크’의 설정을 현재 발렌틴과 마리아의 관계에 연결시키며, 발렌틴에 대한 애정과 질투심이 혼합된 복잡한 마리아의 마음을 따라간다. 영화의 제목으로도 쓰인 ‘실스마리아의 구름’은 실스마리아에서 볼 수 있는 아름다운 알프스 산을 휘감는 기이한 모양의 구름을 가리키는 동시에, 마리아가 집착하는 젊음과 아름다움이라는 신기루를 뜻하기도 한다. 아름답고 신비하지만 결코 손에 잡히지 않는 실스마리아의 구름은 마리아의 헛된 욕망이 불러오는 절망의 기운을 예견하는 것처럼 보인다. 마지막 연극 리허설 무대에서 조앤은 마리아를 철저히 무시하고, 마리아는 비로소 자신의 위치를 제대로 깨닫는다. 되돌릴 수 없는 젊음에 대한 회한과 잔인한 시간의 규칙을 영화의 안과 밖을 넘나들며 몸소 보여주는 줄리엣 비노쉬의 놀라운 연기가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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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최은영 영화 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