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인터뷰] ONE FINE MAN
TV 속의 이미지는 허상일 뿐이다.

그간 우리에게 악역을 보여줬던 이이경이 실제론 의리파에 팔랑귀라니 말이다. 누구든 그와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이런 생각이 들 거다. 이 남자, 진국이라고.
[스타 인터뷰] ONE FINE MAN
이이경
1989년생
서울예대 연기과
2012년 영화 ‘백야’ 데뷔, KBS ‘학교2013’ 출연
2013년 tvN ‘나인 : 아홉 번의 시간 여행’, SBS ‘별에서 온 그대’ 출연
2014년 영화 ‘일대일’, ‘해적’, SBS ‘너희들은 포위됐다’, KBS ‘트로트의 연인’, JTBC ‘하녀들’ 출연


올해만 벌써 일곱 번째 작품을 하고 있어요. 드라마 4편, 영화 3편. 힘들지 않았어요? 딱히 힘든 건 없었어요. 영화 ‘일대일’은 김기덕 감독님이 워낙 빨리 찍기로 유명하셔서 촬영이 금방 끝났어요. ‘해적’은 작년에 찍었던 영화고요. 오히려 여행을 많이 다닌 편이었어요. 부산, 속초, 만리포 등 여러 곳을 다녔죠. 혼자 다니기도 하고 친구들에게 연차 내라고 꼬드겨서 같이 간 적도 있고요.


‘학교 2013’이 데뷔작인 줄 알았는데 ‘백야’라는 영화더라고요.
제가 ‘박신양 장학회’ 출신이거든요. 박신양 선배님이 동국대, 서울예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직접 오디션을 보고 장학금을 주는 것이죠. 거기에 선발되고 나서 이송희일 감독님께 연락이 온 거예요. 절 한번 보고 싶다고요. 감독님을 뵙고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이야기를 나눴는데 후에 감독님이 같이 작품을 해보자고 말씀하셨어요. 나중에 들었는데 감독님이 제 눈빛을 마음에 들어 하셨다고 하더라고요.


연기자를 시작하게 된 계기도 궁금해요.
어렸을 때부터 운동을 했어요. 하지만 체대에 입학한 후 무릎을 다치고 군대에 가게 됐어요. 원래 말년에는 ‘전역하고 나서 뭐하지’ 이런 생각을 많이 하잖아요. 고민 끝에 연기를 하기로 결심을 했죠. 연예인이라기보다는 연기하는 배우가 되고 싶었어요. 그리고 전역하고 나서 예대로 편입했고요.


올해의 마지막 작품은 tvN의 ‘하녀들’이더군요.
이성계가 왕위에 있었던 조선시대가 배경인 연애 사극이에요. ‘하녀들’은 신분주의 사회 안에서의 연애 멜로를 그린 작품이고요. 아버지가 누명을 써 천민이 된 국인엽(정유미 분)이 그녀를 질투하는 허윤옥 (이시아 분)의 하녀로 들어가면서 이야기가 시작돼요.


이경 씨가 맡은 역할은 무엇인가요?
윤옥의 오빠인 허윤서 역인데요, 김은기(김동욱 분)의 절친이자 바람둥이예요. 부인이 있는데도 이 여자, 저 여자를 만나고 다니죠. 단지(전소민 분)와 러브라인을 형성하는데, 윤서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이에요. 사실 ‘하녀들’은 연애 사극임에도 분위기가 꽤 무거운 편이에요. 다른 멜로물처럼 주인공들의 로맨스가 가볍게 흘러가진 않죠. 하지만 단지와 윤서의 로맨스는 유머러스한 느낌이에요.


지금까지 맡았던 역할들, 주연의 라이벌이나 악당의 비서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네요.
그래서 드라마 시작 전부터 톤에 대한 걱정을 많이 했어요. 저 혼자만 튀어 보이지 않을까 하고요. 조선시대를 경험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그 시대를 자연스럽게 풀어낼 수 있을지도 걱정이었어요. 하지만 감독님이 방향을 잘 잡아주셔서 극복하고 있죠.


‘명품 복근’으로 유명하더라고요.
촬영을 위해 몸을 만든 건 ‘해적’이라는 영화 때문이었어요. ‘뱃일을 하다 보면 몸이 좋을 거다’는 가정 하에 복근을 만들기 시작했죠. 그때는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와 촬영이 겹쳤었는데 잠을 줄이면서 운동을 해야 했어요. 그야말로 울면서 몸을 만들었죠.
[스타 인터뷰] ONE FINE MAN
실제 성격은 어떤 편이에요?
이중성이 있는 거 같아요. 친구들이랑 있을 땐 흥이 많아져서 이사람 저사람 불러들이곤 하는데 혼자 있을 땐 가만히 음악 들으면서 시간을 보내요. 운동을 오래 했더니 규율에 엄격하고 윗사람을 잘 따르는 편이기도 하고요. (지금까지 맡은 역할 중에 자기를 잘 표현한 게 있어요?) 드라마 ‘나인’의 한영운 역이 비슷할 거 같아요. 친구를 위해서라면 물불 가리지 않는 의리파인데요. 저도 친구들에게는 차라리 손해 보는 게 편해요.


연기자로서 롤모델이 있나요?
조니 뎁은 그만의 색깔이 강하면서 연기의 스펙트럼이 넓어요. 제가 가장 신경 쓰는 게 ‘쟤는 매번 똑같은 연기만 해’라는 소리거든요. 같은 성격의 캐릭터라도 다른 방향으로 구현하는 걸 가장 중점적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그런 면에서 조니 뎁은 톤이며 말투며 굉장히 다양하죠.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은 무엇인가요?
물론 모든 작품이 다 소중하죠. 특히 이번은 장단점이 될 수 있는 변환점이라고 생각해요. 이런 역할을 보여준 적이 없었잖아요. ‘학교 2013’은 기억에 오래 남는 드라마예요. 동료 배우들이 다 또래였고 지금까지도 연락하고 만나며 지내요.


얼마 전 아버지가 기업가로 밝혀졌잖아요. 주변 사람들이 이경 씨를 다르게 보진 않나요?
말장난은 많이 받았지만 주위 분들이 다르게 대하진 않더라고요. 저를 보는 시선이 달라졌 더라도 전 개의치 않았을 거예요. 워낙 아버지 교육철학이 남달랐거든요. 아버지께서 등록금을 내주시긴 하셨지만 성인이 된 이후로 제가 경제적으로 독립하도록 만드셨어요. 게다가 돈을 버는데 왜 부모님 집에 사냐며 혼자 나가서 살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얼마 전에 이사해서 이젠 저 혼자 살아요. 아버지께선 ‘아버지는 아버지, 아들은 아들’ 이런 마인드가 확고하신 편이죠.


이경 씨가 연기자가 된다고 했을 때 아버지께서 반대하셨을 거 같아요.
말년 휴가 때 아버지께 연기하고 싶다고 말씀드렸는데 단칼에 안 된다고 하시더라고요. 결국 전역하고 나서 군대에서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았던, 200만 원 남짓 되는 돈으로 학원비를 충당하고 알바까지 뛰었어요. 그리고 아버지 몰래 ‘백야’를 찍었죠. 나중에 영화 찍은 걸 아셨는데, 아버지가 기절하듯 놀라시면서 제멋대로 할 거면 나가라고 하시더라고요. 지금은 가만히 지켜봐주세요. 요즘은 가끔씩 용돈도 드려요.
[스타 인터뷰] ONE FINE MAN
올해가 얼마 남지 않았어요. 이경 씨의 2014년은 어땠는지 궁금해요.
딴딴한 야구공을 만들고 싶었는데 막상 던지고 보니 그 공이 단단하지 않은 느낌이랄까. 완벽하게 만족스럽진 않은 한 해였던 거 같아요. (연말 계획은 있어요?) 드라마 촬영 중이고 또 독립 후 이사를 하게 돼서 바빠요. 특별한 계획은 없지만 외국 여행을 가보고 싶어요. 정한 곳은 없지만요. 현실적으로 여유가 생긴다면 혼자 떠나고 싶어요.


2015년은 어떻게 되길 바라요? 일이라든가 연애 같은 거요.
2015년은 마음이 더 꽉 찰 수 있는 그런 한 해가 됐으면 좋겠어요. 눈으로 보이는 결과가 전부는 아니니까요. 저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연기를 완성하고 싶어요. 연극도 좋고요. 사실 제가 점을 봤는데 32살 때까지 여자를 만나지 말라고 하더라고요. 귀가 얇아서 그런 거 새겨듣게 돼요. 정말 성공 못할까 싶어서요.(웃음)


글·진행 이동찬 기자 I 사진 신채영(신채영 스튜디오)

모델 이이경 I 헤어·메이크업 장해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