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능 발달 정도를 나타내는 IQ. 감성 지수를 나타내는 EQ. 그리고 꼴통 지수를 나타내는 ‘꼴Q’. 흔히 ‘꼴통’은 머리가 나쁜 사람을 비하하는 말이지만, 이 페이지에서만큼은 ‘평범한 것을 거부하며 자신만의 올곧은 신념으로 살아가는 이들’이라 정의하도록 한다. 용기, 패기, 똘끼로 단단하게 굳어져 남들의 비웃음이나 손가락질에도 흔들림 없는 이 시대의 진정한 ‘꼴Q'를 찾아서…. 당신의 ‘꼴Q’는 얼마인가요?


‘찰나연구소’는 순간순간 스치는 찰나의 순간을 포착하고, 깊이 연구하고자 만들어진 모임이다. 자칭 ‘표현가’ 명태, 흙, 감성부장관 3인이 찰나연구소의 핵심 요원. 이들은 이 시대가 사랑하는, 이 시대가 사랑할 북유럽 감성의 매거진 <실험주의보>를 발간하며 찰나의 순간을 기록하고 있다.
[꼴Q열전] 북유럽에 가본 적은 없어도 북유럽 감성 잡지를 만들 테야, 찰나연구소
명태(최유리, 26)는 <실험주의보> 편집장이다. 어느 날 지하철을 탔다가 오징어처럼 흐물흐물한 직장인들의 모습을 목격했다. 나는 저런 오징어가 되지 않을 테야. 진액을 가득 머금은 명태처럼 살아야지! 그래서 필명을 ‘명태’라고 지었다는 전설이….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했으나 일찍이 전공이 본인과 잘 맞지 않는다는 판단을 했다. 그녀가 하고 싶은 일은 글을 쓰는 것. 잡지사에 들어가 마음껏 글을 쓰겠다는 큰 포부를 안고 여기저기 입사지원서를 넣었지만 돌아온 것은 서류 광탈이었다. 왜 세상은 날 알아보지 않는 것인가! 좌절할 시간도 아깝다. 안 뽑아주면 내가 만들면 되지. 그녀는 회심의 미소를 날리며 교회 동생 감성부장관을 찾아갔다.
[꼴Q열전] 북유럽에 가본 적은 없어도 북유럽 감성 잡지를 만들 테야, 찰나연구소
감성부장관(장현수, 25)은 성균관대 국어국문학과 4학년 재학 중이다. 감성부장관이란 필명답게 시를 쓰는 것이 특기다. 취업 준비? 그게 뭐죠? 먹는 건가요? 취업보다는 좋아하는 일 마음껏 하는 게 지금의 행복이다.

흙(문슬아, 26)은 명태와 친구 사이. 꽃집을 운영하는 어머니 덕에 자연주의적인 삶을 동경하며 흙(?)이 되고 싶어 한다. 다문화 관련 시민연대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투잡으로 극작가 활동도 했다. 하지만 극단이 어려워져 필력을 펼칠 곳이 사라지자 명태를 따라 <실험주의보>에 글을 쓰고 있다.
[꼴Q열전] 북유럽에 가본 적은 없어도 북유럽 감성 잡지를 만들 테야, 찰나연구소
명태, 감성부장관, 흙이 모여 만든 잡지 ‘실험주의보’
지난 1월, ‘우리끼리 마음껏 글을 쓸 수 있는 잡지를 만들어보자’며 ‘찰나연구소’ 라는 이름으로 뭉친 이들. 실험판으로 발행한 0호를 시작으로 꾸준히 웹진 형태의 <실험주의보>를 만들었고, 12월 1일 5호의 발행을 앞두고 있다. <실험주의보>는 찰나연구소 페이스북(www.facebook.com/chalnachamna)에 PDF파일로 업로드 된다.

“감성적이고 문화적인 내용을 다루는 잡지를 만들고 싶었어요. 하지만 전문적인 지식이 있는 상태가 아니다 보니 실험을 하듯 이것저것 도전해보기로 했죠. 그래서 ‘실험’이란 단어에 ‘주의보’라는 말을 붙였죠. 일기예보에 자주 나오는 그 ‘주의보’인데, ‘-ism’처럼 이론이나 학설 같은 의미를 담은 ‘주의’라는 중의적인 뜻을 갖고 있기도 하고요.”

꽤 느낌 있는 작명 센스가 돋보이는 <실험주의보>는 북유럽 감성 잡지를 지향한다. 북유럽 근처에도 가본 적 없는 3인이지만 말이다. 이들은 적다면 적고, 많다면 많을 열여섯 페이지에 소소한 주변의 풍경과 이야기를 따듯한 시선으로 담아내는 데 집중한다.

“매 호 주제를 하나씩 정해서 진행하고 있어요. 0호 ‘아주 긴 찰나’, 1호 ‘여전히 여전한’, 2호 ‘스르륵 문득’, 3호 ‘오, 사랑’, 4호 ‘힘껏 멈추다’, 5호 ‘마음껏 스미다’예요.”
[꼴Q열전] 북유럽에 가본 적은 없어도 북유럽 감성 잡지를 만들 테야, 찰나연구소
다소 추상적이고 모호해 보이는 주제(궁금증을 유발하기 위한 고도의 전략)에 따라 각 고정 꼭지에 맞는 콘텐츠를 만들고 인터뷰이를 섭외한다. 메인 인터뷰 코너는 ‘정체성감대’. 이름부터 므흣한 이 코너에는 철저히 편집자 취향의 인디 뮤지션이나 셀럽 등의 인터뷰를 담는다. 또 다른 인터뷰 코너 ‘평비사(평범과 비범 사이)’에는 평범한 주변 인물들의 소소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찰나의 순간이 길게 머무는 듯, 시간이 멈춘 풍경을 보여주는 다양한 장소를 소개하는 ‘뚜비뚜발바닥’도 인기코너였다. 문래동 예술촌, 아현동 뒷골목 등의 풍경을 담아냈는데 장소 취재라는 것이 워낙 발품이 많이 드는 일이다 보니 시간을 내기가 힘들어 어느 순간 코너가 막을 내리게 됐다.

“장소를 보여주는 것은 어느 매체나 다 들어가잖아요. 더 잘할 수 있는 분들에게 양보한 거죠.”(웃음)

대신 찰나연구소가 더 잘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기로 했다. 명태는 좋아하는 음악과 뮤지션을 소개하는 ‘명태가 되는 노래’를 연재하고, 흙은 극작가의 특기를 살려 희곡을 쓰는 ‘달마다극’을 진행한다. 감성부장관은 북유럽 국가와 책을 연관 지어 소개하는 북칼럼 ‘Book you luv’를 연재했는데, 생각보다 북유럽 국가가 많지 않아 이것 역시도 잠시 휴식기를 갖고 있다.


댓글 태그, 다 걸어버리겠다!
〈실험주의보〉는 많은 이들의 재능기부가 더해져 만들어지고 있다. 겨우 한글 문서만 만질 수 있는 표현가 3인을 대신해 직접 디자인을 해주고 있는 북디자이너도 있고, 사진을 찍어주거나, 영화 칼럼을 연재하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힘써주는 사람들이 있는 것.

“저희 매체가 글을 쓰고 싶어 하는 분들에게 마음껏 활동할 수 있는 장이 된 것 같아요. 모르는 분들도 많이 연락을 주시고, 댓글 달아주고, 홍보도 해주시고요.”

최근 찰나연구소의 페이스북 ‘좋아요’ 숫자가 300을 돌파했다.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어쨌든 힘내요”라던 독자들도 이제는 “와, 이번 호 대박”, “사진, 글 정말 좋아요”라며 <실험주의보>의 매력에 푹 빠졌다. 좋아요 숫자는 300이지만 숨은 독자들의 숫자가 상당할 것으로 이들은 예상한다.

“페이스북은 ‘좋아요’를 누르면 자신의 친구들 타임라인에도 뜨잖아요. 기사를 공유하는 분들도 많고요. 그렇게 지인들을 통해 보고 있는 독자들도 많을 것 같아요. 그래서 ‘평비사’를 시작할 때 페이스북 인맥을 넓히려는 숨은 뜻도 있었어요.(웃음) 댓글로 인터뷰이 태그하고 그러면 그분의 지인들이 ‘좋아요’ 눌러주고 그렇잖아요. 소심해서 대 놓고 홍보하지는 못하고 태그를 걸면서 널리 퍼지길 바라는 거죠. 연말에는 ‘Thanks to’ 하나 만들어서 지금까지 인터뷰했던 사람들 다 태그 걸어봐야겠어요. 지금은 비주류지만 이렇게 주류로 나가는 거죠, 뭐.”


글 박해나 기자 | 사진 김기남 기자·찰나연구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