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스 오브 모나코
Grace of Monaco
press film still
STILL FROM 'GRACE OF MONACO'  DOWNLOADED FROM THE WARNER BROS MEDIA SITE
Nicole Kidman
Grace of Monaco press film still STILL FROM 'GRACE OF MONACO' DOWNLOADED FROM THE WARNER BROS MEDIA SITE Nicole Kidman
다이애나 왕세자비 이전에 ‘그녀’가 있었다
감독 올리비에 다한 출연 니콜 키드먼, 팀 로스, 프랭크 란젤라

실화 영화를 만드는 데 있어 가장 핵심은 무엇보다 그 실제 인물의 극적인 변화 지점이 얼마나 설득력 있게 전달되느냐가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할리우드의 여신으로 불리던 배우 그레이스 켈리가 결국 배우로서의 명성을 포기하고 모나코 왕비의 삶을 선택하게 된 문제적 시기, 1962년을 스크린에 담은 ‘그레이스 오브 모나코’는 사실 굉장한 흥행 요소를 처음부터 갖추고 있었다. 문제는 그것이 잘 구현되었느냐다.

영화는 “내 삶이 동화 같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동화다”라는 그레이스 켈리의 말을 인용하며 시작한다. 대스타 그레이스 켈리(니콜 키드먼)는 모나코의 국왕 레니에 3세(팀 로스)와 결혼식을 올린 뒤 스크린을 떠난다. 하지만 미국 여배우 출신이라는 꼬리표 때문에 모나코 왕실과 국민은 그녀를 쉽게 왕비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답답한 왕실 생활에 지친 그녀는 히치콕 감독의 복귀 제안에 흔들린다. 한편 모나코와의 합병을 노리는 프랑스가 이 순간을 놓치지 않고 레니에 3세를 위협한다.

그레이스 켈리는 실제로 필라델피아 백만장자의 딸이었지만 유럽의 시선에서 평가하자면 귀족의 피를 갖추지 못한 철부지이자, 예술가라기보단 엔터테이너에 지나지 않았다. 1956년 레니에 3세와 세기의 결혼식을 올린 뒤 5년의 세월이 흐른 다음에도, 그레이스 켈리는 왕실과 국민 양쪽 모두에게 의혹 내지는 은근한 멸시의 시선을 받아야 했다. 하지만 그녀는 프랑스의 전쟁 협박에 맞닥뜨리자, 결국 애국심에 불타는 왕비라는 일생일대의 배역을 진심으로 받아들이기로 결심하고 스크린을 영원히 포기한다(고 영화는 설명한다).

왕실의 스캔들은, 아예 작정하고 대단히 호화롭고 육감적으로 다룰 수도 있었을 소재임에 틀림없었다. 하지만 올리비에 다한 감독은 전작 ‘라 비 앙 로즈’와 달리, 아무래도 할리우드의 전설적인 스타와 유럽 왕실이라는 양쪽 모두의 무게에 짓눌린 듯 밋밋하게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레이스 오브 모나코’에서 그레이스 켈리는 현실적인 욕망을 지닌 인물이라기보다 거의 성녀에 가깝게, 역사 속 팩트들마저 지워진 상태의 공백 속에 외롭게 존재한다. 오프닝에도 인용됐던 켈리 자신의 냉정한 자기 평가와 달리, 영화 ‘그레이스 오브 모나코’는 그녀의 삶을 대단히 교훈적인 아동용 전기처럼, 결국엔 달착지근한 동화로 결론지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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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용언 영화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