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 빠는 군대는 어디?

바람이 선선한 캠퍼스의 밤, 차가운 맥주와 함께 육해공을 대표하는 예비역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과연 육군, 해군, 공군 중 가장 힘든 군 생활을 보낸 사람과 가장 꿀 같은 군 생활을 보낸 사람은 누구일까? 땅, 바다, 하늘을 대표하는 세 남자의 리얼한 군대 이야기를 담았다.
illustration of a Battle tank flying with soldier pointing forw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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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
사나이 울리는 최악의 훈련은?

준성(해) 군대 얘기하다 보면 ‘혹한기 훈련했냐?’, ‘행군했냐?’라고 다들 물어보잖아? 우린 바다에서 근무해서 그런 훈련 안 한다고 하니까 다들 엄청 편한 줄 알더라고. 말을 안 해서 그렇지 해군도 진짜 힘든 훈련 많아. 일단 배를 타는 것 자체가 처음엔 적응이 안 돼. 배 안이 워낙 좁고 작아서 불편하거든. 3층 침대를 썼는데 너무 좁아서 전혀 움직일 수가 없었어. 또 바다에서는 외부에서 내부로 빛이 전혀 안 들어와. 형광등 불빛만으로 생활하는데 불을 끄면 완전 암흑이야. 처음엔 생활리듬이 깨져서 몸이 적응을 못하겠더라고. 형들은 군대에서 뭐가 제일 힘들었어?

모세(육) 포병 훈련은 진짜 다 힘들어. 장비도 엄청 크고 무거우니까. 그중에서 제일 힘들었던 건 대대평가였어. 4박 5일 동안 물을 거의 마시지 않는 훈련이었는데 훈련이 끝나면 애들 몸무게가 10kg이나 빠질 정도로 힘들었어. 기절하는 사람도 있었는데, 난 ‘그냥 쓰러지고 싶다’라는 생각까지 들었어. 밥을 줘도 물이 없으니까 밥이 목구멍 안으로 잘 안 넘어가. 그래서 근처에 있는 냇가에서 물을 퍼마시다 말벌한테 쏘이는 사고도 있었지.

은찬(공) 솔직히 육해공 어딜 가든 힘든 부대가 있고 편한 부대가 있어. 나는 방공포 부대였는데 힘든 걸로는 공군 TOP5 안에 들었어. 시설병이라 전기, 수도, 하수구 등 모든 시설을 다 관리했어. 특히 변기 막힌 거까지 내 손으로 다 뚫었지. 솔직히 훈련보다 평소에 하는 일이 더 힘들었어. 하루는 전기 수리를 하다가 감전돼서 죽을 뻔 했어. 살아있는 게 신기할 정도야.

모세(육) 이런 얘기하다 보면 결국 육군이든, 해군이든, 공군이든 다 힘들어.

은찬(공) 맞아. 결국 다른 군대를 안 겪어봐서 그렇지 자기가 근무했던 곳이 가장 힘든 거야. 따지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지.



PART 2
웃지 못할 사건·사고

준성(해) 다들 군대 있을 때, 천안함 침몰 사건이나 연평도 포격 사건 겪어봤잖아. 어땠어?

은찬(공) 진짜 힘들었지. 연평도 포격 사건 터졌을 때, 우린 거의 전시 상황이었어. 잘 때도 군화 신고 옆에 총을 놔두고 잤어. 진짜 전쟁 나는 줄 알고 모두가 유서 쓰는 분위기였지. 방공포 쏠 준비를 다 해놓고 대기하는데 진짜 떨려서 잠도 안 오더라.

모세(육) 나는 최전방 포병이었잖아. 솔직히 전쟁 나면 가장 먼저 하는 게 포병싸움이거든. 가장 먼저 싸우고 가장 먼저 죽는 게 최전방 포병이야. 연평도 사건 때는 포 발사 직전이었어. 다들 심각했지.

애국심도 강해지고 집에 전화도 돌리고 그랬어.

준성(해) 나는 가끔 평택으로 출동하면 천안함이 인양되어 있는 걸 보곤 해. 엄청 큰 군함이 종이마냥 찢어져서 휘어 있는데 정말 참담하더라고. 남 일 같지도 않고.



PART 3
군필자가 미필자에게

은찬(공) 공군은 24개월이니까 3군 중 복무 기간이 가장 길어. 빨리 전역하고 싶으면 육군이나 의경을 하는 것이 제일 좋지. 하지만 공군은 그만큼 여유도 많고 똑똑한 사람도 많아. 공부도 많이 할 수 있고 책도 많이 읽을 수 있지.

모세(육) 육군은 복무 기간이 가장 짧고 무난하지만 그만큼 힘들어. 워낙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다 보니 이상한 사람도 만나게 되고 어떻게 보면 너무 평범해. 근데 공군보다 3개월 일찍 전역하는 건 메리트라고 할 수 있지. 일찍 사회에 나오면 그만큼 복학을 준비할 시간도 많고 여행도 갈 수 있으니까.

준성(해) 해군에 대해선 사람들이 많이 모르더라. 사회에서는 배 타는 경험을 하기 힘들잖아. 해군을 하면서 독도도 가보고 운 좋으면 해외도 가니까 진짜 특별한 경험이었어. 군대에 다시 가라고 한다면 또 해군을 하고 싶어.
illustration of a battleship with big guns
illustration of a battleship with big guns
함께한 육해공 3군 대표
[군필자들의 수다] 육해공 3군 대표 리얼 토크
[군필자들의 수다] 육해공 3군 대표 리얼 토크
[군필자들의 수다] 육해공 3군 대표 리얼 토크
글 김창선 대학생 기자(인천대 신문방송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