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진의 빵 굽는 인문학] <공부논쟁>은 사실 ‘공부법’이다!
허영진(교보문고 리딩트리)

책이 피가 되고 살이 된다는 걸 아직도 믿는 서점 직원. 인문학이 우리를 구원의 언저리쯤엔 데려다 주리란 희망을 품고 있다.


지난번 ‘스터디의 존재론을 바꿔보라’는 얘기, 기억하시나요? ‘스터디’ 말고 진짜 공부, 즉 스펙을 위한 공부 말고 삶을 위한 공부 말이죠. 얼마 전 한 대기업에서 대학가 인문학 페스티벌을 열었죠. 다른 대기업은 대규모 인문학 강연을 지원하기도 했고요. 기업에서 원하는 인재의 기준이 조금씩이나마 달라지고 있다는 방증 아닐까요?

최근에 공부에 관한 문제작이 또 하나 나왔습니다. 김대식 교수와 김두식 교수가 공저한 <공부논쟁>이라는 책입니다. 김대식 교수는 서울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UC 버클리에서 박사학위를 받아 31살에 모교 교수가 됐습니다. 고려대 법학과를 나와 사시에 합격하고, 검사와 변호사를 거쳐 코넬대 로스쿨에서 공부한 김두식 교수는 현재 경북대 법학대학원에 적을 두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헐’ 소리와 ‘쩐다’는 감탄이 절로 나올 정도의 스펙을 자랑하는 두 사람은 형제 사이입니다.

책을 읽다 보면 다른 의미에서 ‘헐’ 소리를 내게 됩니다. 두 사람이 쓴 책은 제목 그대로 한국의 공부 문화를 제대로 ‘까는’ 책입니다. 스스로를 ‘봉천우파’로 지칭하는 형 김대식 교수와 ‘사당좌파’ 김두식 교수는 이견을 보이기도 하고 한목소리를 내기도 하며 한국 교육계의 논쟁적 이슈들을 파고듭니다. 고등학교 시절 인생의 모든 게 결정되어 버리는 조기교육 과열 문제, 노벨상 수상자가 나오지 않는 학계의 문제, 생산적인 학문성과가 나오지 않는 대학과 교수사회의 문제, 가진 사람들에게 유리한 입시 제도와 서울대 개혁의 문제 등입니다. 한 꼭지 한 꼭지가 무척이나 첨예한 논쟁거리들이죠.

이 책은 대담 형식의 구성입니다. 서로의 생각에 공감도 하지만 반감도 갖고 붙었다가 떨어졌다가를 반복합니다. 발전적인 논쟁만큼 사고를 단단하게 확장시키는 것이 없겠죠. 더군다나 논쟁을 벌이는 사람들이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확장 폭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공부에 대한 이슈를 다룬 논쟁적인 책입니다만, 저는 오히려 이 책이 ‘진짜 공부법’에 관한 책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혈육 공동체인 두 사람이 서로가 가진 생각을 나누고 그 속에서 다른 점과 같은 점을 찾으며 대한민국 교육현실에 대해 공부한 과정을 담은 책인 것입니다. 이전 칼럼에서 제가 이야기했던 ‘함께 나누며 즐겁게, 때때로 논쟁적으로 생각의 날을 벼릴 수 있는 (공부)공동체’가 떠오르시지 않나요? 지금까지의 공부를 좀 바꿔 보세요!



공부논쟁

[허영진의 빵 굽는 인문학] <공부논쟁>은 사실 ‘공부법’이다!
김대식, 김두식 | 창비

김대식 서울대 물리학과 교수와 김두식 경북대 로스쿨 교수가 우리 사회 공부에 대해 나눈 대담을 정리한 책. 이름으로 눈치챘을 수도 있지만 둘은 형제다. 공부를 잘했고 현재도 공부 중인 두 사람이 현재 우리 사회의 공부가 ‘문제’라는 사실을 조목조목 짚어낸다. 한 이슈에 대해 다른 생각과 같은 생각을 나누며 공감의 폭을 넓혀가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왜 나는 법을 공부하는가
[허영진의 빵 굽는 인문학] <공부논쟁>은 사실 ‘공부법’이다!
조국 | 다산북스

‘국보법 전과자’에서 서울대 교수가 된 사람.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다. 26세에 최연소 교수가 되었지만 즉시 감옥에 끌려가야 했던 그가 왜 끊임없이 ‘공부’하고 사회에 ‘참여’하는지를 밝힌 책이다. 무엇을 위해, 무엇이 하고 싶어서 법학을 공부하는지, 그의 공부 철학을 듣고 있노라면 방향성 없는 ‘공부를 위한 공부’에 회의가 든다.



리더는 마지막에 먹는다
[허영진의 빵 굽는 인문학] <공부논쟁>은 사실 ‘공부법’이다!
사이먼 사이넥 | 36.5

<나는 왜 이 일을 하는가>의 저자이자 테드(TED) 강연자로 유명한 사이먼 사이넥의 새 책. ‘어떤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고 성장하는 조직’의 조건으로 리더십의 중요성을 말한다. 미 해병대는 후임부터 시작해 선임병의 순으로 배식을 받는다고 한다. 제목이 의미하는 바다. 조직이 위기를 극복하고 성장하려면 안전감과 신뢰를 주는 ‘마지막에 먹는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낯선 바람을 따라 떠나다
[허영진의 빵 굽는 인문학] <공부논쟁>은 사실 ‘공부법’이다!
신혜은 | 교보문고

교보문고 북뉴스 인기 칼럼이었던 ‘신혜은의 Fly in the heaven’를 책으로 엮었다. 낯선 땅 두바이에서 가장 빛나는 청춘을 보낸 스튜어디스가 6년 6개월간 8257시간 하늘을 날고 59개 국가와 121개 도시를 둘러 본 경험을 담아냈다. 저자가 털어놓는 외항 스튜어디스의 일상과 직업적 체험으로 얻는 소소한 재미와 정보는 덤.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
[허영진의 빵 굽는 인문학] <공부논쟁>은 사실 ‘공부법’이다!
와타나베 이타루 | 더숲

일본 마을 작은 빵집에서 소리 없는 경제혁명이 일어나고 있다. 저자 와타나베 이타루 오카야마가 바로 시골 마을 빵집의 주인장. 자본의 논리에 따라 부정이 판치는 세상이 싫어 빵집 ‘다루마리’를 탄생시켰다. 이윤을 남기지 않고 지역농산품만을 쓰며, 일 년에 한 달이 휴가 중인, 그럼에도 성업 중인 신기한 빵집 이야기를 통해 자본주의적 삶의 대안을 본다.


제공 : 교보문고 리딩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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