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의 생생 멘토링 - 최포근히 GS샵 MD

‘젊어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말은 이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이렷다. 최포근히 GS샵 e트렌드팀 사원의 아르바이트 경험담은 기자가 채 따라가기 힘들 정도로 막힘없이 쏟아져 나왔다. ‘얼마나 다양한 것들을 했을까?’라는 물음표는 인터뷰 말미에 ‘어쩌면 이렇게 즐겁고 신나게 할 수 있었을까!’라는 느낌표로 바뀌었다. GS샵에서 ‘최포근히 아르바이트 패키지’를 판다면 ‘완판’은 떼어 놓은 당상이다. 아르바이트로 인생 공부와 취업을 제대로 이뤄냈다는 그녀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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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포근히 사원은 MD(merchandiser·상품기획자)이다. “시장의 트렌드를 읽고 고객의 성향을 파악해 좋은 상품을 기획한 후, 그것을 고객에게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늘 고민해요.” GS샵의 인터넷 몰에서 다양한 브랜드 의류를 판매하는 그녀는 프로다운 느낌을 물씬 풍기며 첫 마디를 뗐다. 또 “고객이 상품을 불편함 없이 잘 받았는지까지 신경을 써야 해요. 최근에는 특정 시간 동안 한 가지 상품을 특가에 판매하는 코너 기획에도 열중이고요”라며 MD 특유의 생동감 넘치는 미소를 보였다.


아르바이트에 일가견 있는 신입사원
그녀도 여느 대학생처럼 진로·취업·미래에 대한 고민이 참 많았다. “저는 법학을 전공했는데 전공을 살린 직업은 ‘내 길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어 고민이 더 컸어요.” 그러다 한 기업의 대학생 마케터 활동을 하게 됐다고. “우리가 흔히 말하는 아르바이트의 개념은 아니었지만,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도 벌 수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던 계기가 됐었어요.” 그 후로는 요거트 전문 매장, 길거리 설문조사, 영어유치원 보조교사, 신용카드 홍보, 연말정산 도우미, 도서관 근로장학생 등의 아르바이트를 했다고 했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현장에서 배우는 것들이 참 좋더라고요. 과외도 했었는데 상대적으로 돈을 편하게 벌 수 있을지는 몰라도 무언가를 배울 수 있는 게 거의 없다고 느껴서 오래 하진 않았어요.”

사실 그녀는 회사 내에서도 다양한 아르바이트 경험을 가진 사원으로 입소문을 탔다. 요즘 많은 대학생들이 이른바 ‘생계형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처럼 그녀도 돈벌이가 주목적이었을까? “저도 물론 돈벌이를 위한 아르바이트도 해봤어요. 하지만 저는 기본적으로 호기심이 충만한 사람이어서 돈을 생각하기 전에 ‘무조건 해보자’라는 생각이 강했어요. 애초부터 많은 아르바이트 경험을 쌓으려던 건 아닌데, 지나고 보니 꽤 많은 경험을 쌓게 되더라고요. 아르바이트를 즐겁고, 신나게 해서 그런지 저를 다른 일자리에 추천해주시는 분들도 있었어요.” 아르바이트를 통해 또래 친구들은 물론 현업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많이 알게 됐고, 그런 ‘인연 만들기’의 매력에 빠져 더 아르바이트에 빠지게 됐다는 그녀다.

인상적이었던 아르바이트 경험을 묻자 그녀는 잠시 머뭇거렸다. 그런 경험이 ‘너무나’ 많았기 때문이다. “독일의 한 항공사에서 일할 때였어요. 지금이야 외국 항공사를 이용하는 손님들이 많지만 그때만 해도 생소한 곳들도 많았거든요. 그래서 그만큼 외국 항공사 입장에서는 국내 홍보가 절실했지요. 제가 한 일은 여행사를 돌아다니면서 그 회사의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깔아주는 것이었어요. 그런데 그냥 깔아달라고 할 수는 없으니 뭔가를 해야 했죠. 콩트! 여행사 직원들 앞에서 미리 짜고 연습한 콩트를 펼쳤답니다. 하루에 15~20개 정도의 여행사를 방문했으니 콩트 순회공연을 하는 기분이었어요.” 처음엔 어색하고 부끄러웠지만, 나중엔 자신감이 붙더라는 그녀의 표정에서 아르바이트에 대한 진지하면서도 유쾌한 마음이 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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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과 회사생활에 도움을 준 아르바이트 경험
기자가 면접관이라면 그녀의 다양한 아르바이트 경험을 어떻게 느낄까. “GS샵에 공식적으로 아르바이트 경험을 우대하는 채용 제도는 없어요. 그런데 MD직군에 지원하면서 자연스럽게 면접에서 대학생 마케터와 기업 프로모터 경험을 얘기하게 됐고 좋은 반응이 나온다는 걸 느낄 수 있었어요. 자신이 지원한 분야와 상관없는 각종 아르바이트 경험을 나열하거나, 없는 경험을 거짓으로 꾸며낸 게 아니라 현장에서의 생생한 에피소드를 바탕으로 면접관들께 어필하니 귀담아 들으시더라고요.” 주변 사람들 얘기로는 ‘최포근히, MD 하려고 아주 전략적으로 아르바이트 잘 했어’라는 농담 반 진담 반의 평가까지 나왔다고 한다. 실제로 그녀는 평일, 주말을 가릴 것 없이 본인에게 가르침을 주는 아르바이트라고 생각되면 촘촘히, 계획적으로 아르바이트 계획을 세워서 했다. “결국 합격해서 지금 이렇게 행복하게 일하고 있으니 그동안의 아르바이트 경험이 제게 큰 복이었음이 분명해요.” 이쯤 되면 아르바이트는 취업 보약이다.

그런데 아르바이트 경험이 실제 업무를 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는지는 의심스러웠다. 하지만 그녀는 오른손 검지를 좌우로 흔들어대며 “정말 도움이 돼요. 크게 두 가지인데요, 첫째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만들어갔던 인맥이 큰 도움이 되고 있어요. 저와 같은 분야뿐만 아니라 전혀 다른 분야에 계신 분들도 그때의 친분으로 지금까지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도와주고 있거든요. 사람은 절대 혼자 큰일을 이룰 수 없고, 함께할 때 성공할 수 있다는 걸 뼈저리게 느껴요. 두 번째로는 직무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이에요. 저 같은 경우에 아르바이트는 제가 관심 있고, 배울 점이 있다고 판단되는 것들을 했는데, 그러다 보니 실제 현장에서 일어나는 각양각색의 일들을 보게 되고 겪게 돼요. 이보다 더 좋은 직무 이해 기회가 어디에 있겠어요”라고 아르바이트 유용론을 펼쳤다. 갑자기 ‘그녀가 사내외적으로 인정받는 MD로 성장하고 있다’는 입사 동기의 귀띔이 떠올랐다.


‘그때’ 아니면 할 수 없는 소중한 경험, 아르바이트
그녀에게 아르바이트는 어떤 의미일까. 대체 무엇이기에 그리도 열심히 했던 것일까. 그녀는 아르바이트를 ‘사회를 미리 경험하는 최고의 방법’으로 정의했다. “자신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생생한 기회이기도 해요. 영국에서 잠시 생활했던 적이 있어요. 막상 지내보니 조금이라도 더 거기에 체류하고 싶었는데, 생활비가 없었지요. 부모님은 어서 빨리 귀국하라고 하시며 생활비를 안 보내주셨고요. 그래서 샌드위치 가게에서 일을 하며 돈을 벌었어요. 거기엔 다른 나라에서 온 청년들이 꽤 있었어요. 단지 아르바이트를 하기 위해서였지요. 일 자체가 쉬운 것은 아니었는데도 그들은 하루 종일 웃고, 노래를 흥얼거리며 일을 하더군요. 그때 깨달았어요. 아르바이트이든, 인턴이든, 정사원이든 일을 즐길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요.” 아르바이트는 그녀에게 직업관도 심어주었다는 얘기다. 일을 즐길 수 있어야 능률도 오르고 자기 자신도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을 그녀는 시급을 받으며 깨달은 것이다.

아르바이트를 하고 싶은, 또 할 수밖에 없는 우리 대학생들에게 그녀는 “어떤 아르바이트를 해도 괜찮아요. 어떻게든 본인에게 소중한 경험이 될 테니까요. 그런데 아르바이트를 할 때 앞으로 어떤 일을 할지 혹은 어느 회사에 가고 싶은지에 대한 고민을 먼저 해봤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나에게 ‘꿀경력’이 되어줄 아르바이트들이 눈에 들어올 거예요. 그리고 무조건 편한 것만 찾지 말았으면 해요. 몸으로 배운 것이 진짜 내 것이라는 걸 저는 이제 알아요.” ‘그때’가 아니면 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그녀에게는 아르바이트가 그런 존재였던 듯하다. “하고 싶다면 꼭 해보고, 한 번 부딪혀 보고 싶다면 반드시 부딪혀 보세요. 저처럼 아르바이트가 취업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해줄 수 있을 거예요.” 누군가에겐 그냥 ‘파트타임’에 불과한 아르바이트이지만, 다른 누군가에겐 ‘금쪽같은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최포근히’ 이름 넉자가 방증하고 있다.


글 박상훈 기자 | 사진 이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