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어쩐지 첫 섹스와 어울리는 계절이다. 처음으로 꽃망울을 터뜨리는 것이 첫 섹스를 앞둔 설레는 마음 같고, 그런 몸 같고, 그 후 마치 타는 여름처럼 불타오를 두 사람의 관계를 생각해도 그렇다. 첫 섹스를 앞두고 있을 당신에게, 혹은 첫 섹스의 추억을 아련하게 떠올릴 당신에게 띄우는 이야기.
[LOVE] 첫 섹스, 그 떨리는 순간에 대하여
고단하고 지루하고 언제 끝날지 모를 것처럼 지난했던 10대의 터널을 지나고 나면, 이 땅의 20대들에겐 몇 가지 자유가 주어진다. 시간표를 짤 자유, 밤늦게까지 술을 마실 수 있는 자유 같은 것들, 그리고 마음껏 이성을 사귀고 그 이성과 섹스를 할 자유도 생긴다. 하지만 갑자기 주어진 수업 시간 사이의 공강처럼 갑자기 생겨난 연애와 섹스의 자유 앞에서 어떻게 해야 좋을지, 어떤 생각을 해봐야 하는 건지 우왕좌왕하다 문득 ‘그 순간’을 맞게 되는 사례를 참 많이 보았다.

물론 인생의 모든 순간을 완벽히 준비하고서 맞이할 수는 없는 일이겠지만 첫 섹스의 순간이라도 조금 더 의미 있게, 그리고 행복하게 맞이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우리는 자기 인생의 소중한 순간을 잘 살아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처음’의 기억이 그 후 많은 기억에도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잘 알고 있으니까. 첫 섹스에 대해 당신이 기억해야 할 네 가지를 추려봤다.


TIP 1
‘정말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드는 이와

처음의 기억은 언제나 잘 잊히지 않는다. 기억이 아무리 덧입혀지고 중첩되어도 ‘처음’의 어떤 기억이란 잘 잊히지 않는 법이다. 그래서 첫 섹스를 누구와 할 것인지는 굉장히 중요하다. 한편으로 20대, 참 많은 것이 불안정하고 유동적인 시기다. 아주 극소수의 사람만이 스무 살에 처음 만난 연인과 결혼에 골인한다는 사실만 미루어 봐도 확실한 사실이다.

이 시기에 만나는 남자친구 여자친구와 (아마도) 섹스를 할 테고, 그 기억은 끝까지 남겠지만 많은 경우 그저 추억으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첫 섹스를 한 상대를 인생의 남은 기간 문득문득 떠올릴 때마다 얼굴이 찌푸려진다면 그건 얼마나 슬픈 일일까.

생각이 맞지 않아, 혹은 감정이 다해 언젠가 헤어지게 된다 하더라도 ‘그래도 내가 참 괜찮은 사람과 첫 섹스를 했었지’ 하며 돌아보는 것이 훨씬 낫지 않을까? 그러므로 첫 섹스를 ‘이 사람과 해도 좋을까’에 대한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을 땐 ‘언제든 이 사람과의 시간을 돌아보아도 유쾌할 수 있겠는가’를 생각해보라.


TIP 2
‘나는 정말 원하고 있어’라는 생각이 들 때

첫 섹스를 누구와 할 것인지 못지않게 시기의 문제 역시 중요하다. ‘성적 자기 결정권’이라는 단어를 기억해두길 바란다. 내가 원치 않을 때 거부하고, 내가 진심으로 원할 때 첫 섹스를 하는 것은 진정으로 자기 몸의 주인이 되는 것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다. 자신은 별로 하고 싶지 않고 내키지도 않는데 남자친구가 원하니까 억지로 못 이기는 척 고개를 끄덕이는 여자가 얼마나 많은가.

“사랑하면서 왜 이런 부탁 하나 못 들어줘?”라고 은근슬쩍 강요의 메시지를 보내는 남자는 또 얼마나 많은가. 섹스는 두 사람이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날것의 육체끼리 만나는 대화다. 살이 섞이고 호흡이 교차하고 두 사람의 체액이 교환되는 이 동물적 순간은 단지 몇십 분의 뜨거운 기억으로 끝나지 않는다. 뇌가 자극되고 호르몬이 분비되고, 결국 두 사람을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엮어놓는 작용을 한다.

몸의 대화가 위력적이고 결코 그 무게가 가볍지 않다는 것을 기억하자. 그러면 단지 상대방이 원한다는 이유만으로 자기 몸을 상대방에게 맡겨버리는 일 같은 건 하지 않을 테니까. “너를 간절히 원한다는 생각이 들 때까지 기다려줘”라는 말을 하더라도 떠나거나 비난하지 않을 사람이라야, 정말로 그런 친밀하고 위력적인 대화를 나눌 가치가 있지 않겠는가?




TIP 3
성급함보다는 배려하는 자세로

첫 섹스는 서툴 수밖에 없다. 아직 서로에 대해 데이터라 할 만한 것이 별로 없는 상태이니까. 오랫동안 서로의 몸을 만지고, 그 반응을 기억하고, 상대방의 취향을 존중하며 지내온 커플들이 서로에 대해 서툴지 않고 꽤 안정적인 섹스를 하는 것과는 반대일 것이다. 바로 그래서 첫 섹스에 대해서는 서로 배려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나는 처음이라 하나도 모르니까 무조건 네가 리드해’라는 자세도 상대방에게 난감함을 불러일으키고, ‘어떻게 이렇게 했는데 가만히 있어?’라며 상대방의 경험 부족에 대해 불만을 가지는 것도 좋지 않은 건 마찬가지다.

처음이니까 서로 몸의 반응에 낯설 수밖에 없고, 이런 시간들이 지나가면서 두 사람의 몸이 점점 서로에게 열린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첫술에 배부르랴 라는 속담은 섹스에 적용했을 때 꽤나 잘 들어맞는 말이라는 얘기다. 첫 섹스의 순간은 누구에게나 긴장되는 법. 이때 상대방을 배려하는 사람이야말로 멋진 섹스를 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은 사람이다. 성급함으로 침대 위 로맨스를 그르칠 것인가? 아니면 느긋한 배려심으로 침대 위 로맨스를 쌓아나갈 것인가? 좋은 섹스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첫 섹스의 서투름마저 즐겁게 돌아보기 위해서는 당신의 마음가짐이 달라져야 한다.



TIP 4
원나잇 스탠드? 적어도 안전하게

첫 섹스라는 상황이 꽤 의미 있는 기간 동안 신뢰를 다져온 연인 사이에서 벌어지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기야 하겠지만 인생이란 것이 어디 ‘이상적’으로만 흘러가던가. 하지만 이상적이지는 않아도 적어도 후회할 상황은 만들지 말아야 하지 않을까. 갑작스럽게, 예기치 않게 만난 누군가와 첫 섹스를 하게 되었다면 당신이 기억해야 할 점은 스스로의 몸을 최대한 안전하게 보호하는 것이다.

신뢰로 이루어진 관계라면야 섹스 후에 어떤 돌발 상황이 생기더라도 함께 고민하고 대처할 수 있겠지만 원나잇 스탠드를 통해 만난 관계라면 그것이 가능하지 않을 확률이 너무나 높기 때문이다. 당신이 기억해야 할 건 딱 하나. 원나잇 스탠드의 필수품은 콘돔이라는 것. 원치 않는 임신을 막고, 대부분의 성병에서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이 정도는 스스로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당신이 남자든 여자든 말이다.
[LOVE] 첫 섹스, 그 떨리는 순간에 대하여
곽정은 ‘코스모폴리탄’ 피처 디렉터이자 연애·성 칼럼니스트. ‘내 사람이다’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