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씨 고운 선배의 친절한 대답

[새내기에게 절실한 7가지 화두] 입학 3개월차 새내기의 몹시 발칙한 질문
자기들도 새내기 시절이 있었으면서 새내기만 보면 “학교생활 어때?”라고 묻는 선배들. 설마 입학 3개월차의 새내기가 마냥 행복하고 신나기만 할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웃는 낯으로 접대성 인사나 주고받는 ‘학기 초 예절’은 이제 안녕~ 그동안 입이 간질간질해도 다음을 기약하며 삼키곤 했던 새내기들의 궁금증을 한자리에 모아봤어. 맨 정신에 던지기 어려운 발칙한 질문에도 친절하게 대답해준 많은 선배들에게 박수를!
[새내기에게 절실한 7가지 화두] 입학 3개월차 새내기의 몹시 발칙한 질문
[새내기에게 절실한 7가지 화두] 입학 3개월차 새내기의 몹시 발칙한 질문
Q 재수한 신입생은 동갑인 선배들을 어떻게 불러야 해요? 편하게 말 놓자는 선배 앞에서 정말 확 놔도 되는 거예요?
- 인천 송도동 예의남

A 말 놓으라는 동갑 선배의 말, 곧이곧대로 들을 것인가. 수십 년째 풀리지 않는 명제지. 결론부터 말하면, 곧이곧대로 들었다가 화를 입을 수 있으니 조심하라! 말 놓으라 했다고 바로 놓으면 눈살 찌푸릴 선배는 있을지언정, 말 놓으라 했는데도 놓지 않는다고 새내기를 미워하는 선배는 없을 거야. 서두르지 말고 먼저 친해지는 게 중요해. 친해지면 호칭은 자연스럽게 따라올 거니까. 단 주의할 게 있어. 대대로 학번 우선주의를 고집하는 학과가 있거든. 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 뻗으라는 말, 꼭 기억해.


Q 어떤 선배는 저학년일 때 전공을 많이 들어야 편하다 하고, 어떤 선배는 교양을 먼저 많이 들어둬야 한다고 하는데, 도대체 누구 말이 맞는 거예요?
- 와우산로 범생이

A 학교마다 학사 시스템이 달라서 딱 잘라 말하긴 어려워. 1~2학년 때는 전공만 들어야 하는 학과도 있대. 전공과 교양의 자율적 선택이 가능한 것을 전제로 하면, 전공은 제대로 공부해야 하니 어느 정도 학교생활과 전공에 대한 기본 소양을 익힌 후 듣는 게 유리할 것 같아. 2학년 때 재수강을 방지하기 위해선 1학년 때 기초적인 전공과 교양과목을 두루 들어놓는 게 좋지. 2학년 때부터는 본격적인 전공 공부에 박차를 가하고. 고학년이 되기 전에 필수 교양과 기초 전공을 미리미리 들어놓는 게 최고!


Q 과 생활과 동아리 활동, 두 가지 모두 열심히 하고 싶어요. 그런데 한 선배가 그러더라고요. 과 생활이나 열심히 하라고. 해법을 주소서.
- 합정동 욕심쟁이

A 솔직히 말해 과 생활과 동아리 활동 두 마리 토끼를 완벽하게 잡는 것은 어려운 일이야. 그 와중에 학점도 챙겨야 하잖아. 그렇다고 한 가지를 억지로 버리라 할 수는 없고…. 두 가지를 병행하는 ‘괴물’들이 어떻게 하는지 보면 해답이 나오지 않을까? 그들을 보면 큰 행사 위주로 움직이더군. 자잘한 것까지 다 챙기려 하지 말고 주요 행사 위주로 참여해보는 게 어때? 단, 과 행사와 동아리 행사가 겹치는 날도 있을 거야. 두 다리에서 불이 날 만큼 바쁠 각오쯤은 해둬야 하겠지?


Q 고등학교 때 대학교 잠바가 그렇게 멋져 보여서 입학한 뒤로 자주 입고 있어요. 그런데 어떤 선배가 “과잠은 과 활동 할 때나 입는 거야”라고 하는 거예요. 학교 잠바 자주 입으면 이상하게 보이나요?
- 인천 연수구 패션왕

A 그 선배가 누군지 만나보고 싶네. 정답이 없는 문제에 그리 자신 있게 지도를 하다니. 과잠에 대한 원칙은 없어. 전적으로 개인 취향이라는 말이지. 학교 로고와 이름, 학과 이름이 크게 박혀 있어서 평소엔 넣어두었다가 과 행사가 있을 때만 입는 이가 있는가 하면, 입기 편하고 특유의 소속감이 좋아서 자주 입는 이도 있지. 특히 옷 고를 여유가 없는 시험기간엔 과잠만큼 유용한 패션 아이템이 없어. 과잠이 마음에 들면 어깨 쫙 펴고 당당하게 입고 다녀. 사소한 개인 의견 따위는 신경 쓰지 말고. 패션의 완성은 자신감이잖아!


Q 미팅, 소개팅이 몹시 하고 싶어요. 하지만 숫기가 없어서 누구에게 부탁할 자신은 없고… 오다가다(?) 여친을 만들 자신은 더더욱 없네요. - 신림동 매력남

A 순백색 새내기를 위한 친절한 서비스가 있어. 요즘은 각 학교 단과대나 총학생회, 대학 커뮤니티에서 미팅과 소개팅 자리를 주선해주기도 하거든! 총학생회 홈페이지나 벽보, 커뮤니티 홈페이지에서 신청할 수 있고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신청할 수 있어. 소개팅 자리가 부끄러운 이들을 위해 번호 교환만 주선해주고 나머지는 당사자들끼리 자유롭게 만나게 하는 ‘시크릿 소개팅’이 꽤 많아. 마음만 먹으면 소개팅과 미팅은 질릴 때까지 할 수 있다는 거야. 포털사이트 미팅 카페도 한번 들러봐. 학교와 과 미팅 가능 멤버 수를 올려놓고 연결 성사를 기다리는 미팅족이 많거든. 자, 이제 부끄러움만 극복하면 돼!
[새내기에게 절실한 7가지 화두] 입학 3개월차 새내기의 몹시 발칙한 질문
Q 입학한 후로 “밥 사줄게, 연락해!”라고 말하는 선배들이 무척 많아요. 어떤 친구가 그러던데, 그 말은 ‘그냥 하는 말’이라면서요? ‘밥 사줄게’라는 말, 진짜 뜻이 뭔가요?
- 홍대역 9번 출구 식신녀

A 음… 인사말이면서 진짜로 밥을 먹자는 의미가 담긴, 상당히 함축적인 의미의 문장이라고 할 수 있어. 선배에게 밥을 꼭 얻어먹고 싶다면 몇 가지 팁을 줄게. 첫째, ‘밥 사달라고 메시지를 보내도 되나’를 고민할 필요 없이 밥 사준다는 말이 나온 순간 바로 약속을 잡기. “언제 시간이 괜찮으시냐”고 묻는 말에 당황하며 어영부영 넘기려고 한다면 정말로 밥을 사줄 생각이 없다는 거지. 둘째, 선배는 ‘너’만 사준다고 했지 ‘네 친구들 싹 다’ 사준다고는 안 했다? 친구 한 명 정도 살짝 데려가는 건 좋지만 둘셋 데리고 가는 것은 정말 몰지각한 행동이야. ‘무개념 꼴통’으로 소문나는 건 시간문제야. 셋째, 절대 선배를 ‘지갑’으로 생각하면 안 돼. 장기적으로 밥도 먹고 좋은 관계가 되기 위해서는 후식 캔커피 정도는 후배가 사는 센스~


Q 선배들이 “나 몇 살로 보여?”라고 묻는 거, 너무나 부담스러워요. ‘예상 나이보다 두 살 낮춰 말해라’고들 하던데, 정녕 현명한 대처법이 이것뿐인가요?
- 신촌동 꼬마요정

A 학교에서, 졸업 후 사회에서 수없이 듣게 될 그 말. “나 몇 살인 거 같아?” 지금부터 노선을 정해놓으면 고민할 필요 없겠지? 첫째, 피하려고 하지 마. 그 질문을 하는 이는 답을 들을 때까지 포기하지 않을 거야. 상대방 배려한다고 나이를 깎아줄 생각이 없다면 미리 조치를 해두면 돼. “하하하, 상처받으실 수도 있을 텐데요”라며 미리 경고를 하는 것이지. 단, 진실을 말하는 대가로 찍힐 수도 있으니 상대를 봐가며 할 것!

둘째, 대답하면서 시간을 끌지 마. “음…” 하고 관찰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질문할 때의 장난기는 사라지고 진지함만 남거든. 셋째, 학교 선배들의 나이는 잠정적으로 22세로 통일해주는 건 어때? 그들은 자신의 나이를 정확하게 맞혀도 전혀 기뻐하지 않아. 보통 최소 두 살 위인 선배가 이런 질문을 던진다고 가정하고 22세로 통일하면 무난하지 않을까 싶어. 상대방의 반응과 실제 나이에 따라 “어머! 정말 동안이세요” “정말요? 사실 더 어리게 봤는데”라는 멘트를 섞어주면 금상첨화겠지?


글 정지나 대학생 기자(인천대 일어일문 2)·안주영 대학생 기자(홍익대 독어독문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