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과 적성, 잘 맞니?


이 땅의 300만 대학생 가운데 자신의 전공에 만족하며 행복하게 공부하는 이가 얼마나 될까. 수능 점수에 맞춰서, 혹은 부모님이나 담임선생님의 권유로 선택한 탓에 뒤늦게 후회하는 이가 더 많은 것은 아닐까. 좋든 싫든 대학 시절 전공은 평생을 따라다닐 수밖에 없다. 적성에 안 맞는다고, 전공 공부가 싫다고 계속 방황만 할 수는 없는 일. 적성과 전공, 진로 문제로 머리가 아픈 당신을 위해 가장 바람직한 솔루션 4가지를 제시한다.
이 전공이 아닌개벼?!전공에 불만 있는 자를 위한 4가지 스마트 솔루션
솔루션 1
적성·심리 검사를 받아라

대학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이에게 “원하는 게 뭐냐?”고 물으면 “잘 모르겠다”고 답하는 경우가 많다. ‘내 마음 나도 모르는’ 경우라면 적성을 찾는 테스트를 해보자. 자신의 성격을 알아볼 수 있는 MBTI나 표준화성격집단검사, 자신의 능력과 직업 적성을 알아보는 MLST 학습전략검사, 스트롱, 홀랜드 검사 등은 대학 생활 중 꼭 한 번 해볼 만하다.



도움말 정은의 호남대 상담심리학과 교수
“성급한 판단 말고 자기분석부터 해봐”
이 전공이 아닌개벼?!전공에 불만 있는 자를 위한 4가지 스마트 솔루션
“선택이란 그 상황에서 최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고르는 거죠. 대학 입시 때는 많은 이가 자신이 바라는 선(점수)을 충족하지 못해 원치 않은 전공을 선택하곤 해요.

입학한 후에는 ‘점수에 맞춰 온 거니 내 적성과 맞지 않는다’고 성급한 판단을 내리는 경우가 많아요. 반면 진로라는 것은 크게는 태어나서 죽기까지의 삶을 뜻해요. 결국 진로 선택은 끝이 없고 정해진 답도 없어요.

다양한 경험을 통해서 성장해나가고, 자신에게 맞는 길을 찾아갈 수밖에 없죠. 벌써부터 자신의 전공에 대해 섣부른 판단을 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에요. 우선 자신이 선택한 전공을 적극적으로 경험해보는 자세가 필요해요. 관련 공부와 경험을 하면서 기회를 잡고, 자연스럽게 자신의 진로를 찾으려 하다 보면 길이 보일 겁니다. 이 과정에서 심리검사를 해보는 것도 좋아요. 스스로가 자신을 탐색하는 과정이 될 거예요.

막연하게 생각한 진로에 대해 적절한 세부 방향을 잡아주고, 어떤 분야가 더 적성에 맞는지 등 정보를 얻을 수 있거든요. 게다가 자신의 강점이나 약점을 알 수 있어서 보완할 점, 개선할 점도 알 수 있어요. 다만 심리검사 결과는 자기 스스로가 찾은 셀프 리포팅(self-reporting·자기보고)이니 맹신은 금물이에요. 지금 가지고 있는 의문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으로 받아들이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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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루션 2
멘토링을 받아라

멘토링에 대해 어려워할 필요 없다. 대표적인 멘토링 활동은 학교 지도교수와 정기적인 상담이다. 지도교수는 말 그대로 학생을 지도하는 분이므로 언제든 면담을 청할 수 있는 대상이다.

학교 밖에서도 멘토를 찾을 수 있다. 한국장학재단의 경우 매년 명사들이 멘토로 나서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존경할 만한 대상과 터놓고 이야기하는 시간을 갖는 것만으로도 고민의 짐은 한결 가벼워질 것이다.


도움말 정은의 호남대 상담심리학과 교수
“네게 맞는 멘토링 프로그램을 찾아라”

“지도교수 방문을 두드리세요. 전공 분야에서 많은 것을 경험하신 교수님과 이제 막 학문의 길에 들어선 학생은 그 자체만으로도 아름다운 관계입니다. 조언을 구하는 학생에게 지도교수는 자신이 겪은 시행착오나 생각을 자세히 말해줄 거예요. 좀 더 나은 방향으로 학생을 이끌어줄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겁니다. 여러 단체에서도 다양한 멘토링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요. 단 주의할 것은 경직된 멘토·멘티 관계에선 효과적인 멘토링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자신에게 잘 맞는 멘토링 프로그램을 찾아보세요.”



멘토링 받아보니 “지도교수 연구실에 해답이 있더라!”
임대엽 경북대 기계공학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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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한동안 내 전공에 의문이 들었다. 고민 끝에 박태선 지도교수님을 찾아가 상담을 요청했고, 길을 찾을 수 있었다. 교수님은 “전공 공부에 최선을 다해본 적 있나?”라고 물으셨다. 자신 있게 “그렇다”라고 대답할 수가 없었다. 교수님은 “인생에서 학업이란 종류만 다를 뿐 결국 하나로 모이는 것”이라며 “내 길을 찾아가는 방법이 바로 학업이니, 이번 학기 열심히 공부해보고 다음 학기에 또 이야기해보자”고 하셨다.

돌아보면 나는 전공에 불만을 토로할 만큼 열심히 해보지도 않았으면서 투정만 했던 것이다. 상담 후 열심히 공부했고, 지금은 내 전공에 만족하고 있다. 그리고 조금 더 성장한 시야로 세상을 보고 있다. 지금 ‘이곳’보다 더 나은 ‘그곳’은 없다는 말을 되새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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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루션 3
대외활동에서 길 찾아라

이렇게 저렇게 해봐도 개운치 않다면 직접 몸으로 뛰어보고 판단해보는 건 어떨까. 전공 공부가 실무에서 어떻게 활용되는지, 어떤 진로로 나갈 수 있는지 알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대외활동에 참여하는 것.

게다가 활동비, 장학금, 인턴십 기회, 해외탐방 등 혜택이 넘쳐나는 활동이 많으니 일석이조다. 무엇보다 대외활동을 통해 쌓은 네트워크는 진로 설계나 실제 사회생활에도 큰 도움이 된다. 대외활동 관련 사이트에 회원으로 가입하고 수시로 정보를 확인하자.


대외활동 직접 해보니 “캄보디아 시골마을에서 내 꿈을 확인!”
심한나 충북대 산림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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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 쪽으로 진로를 잡고 싶었는데 확신이 없었다. 내 전공과도 동떨어져 있고 경험도 없으니 소극적일 수밖에. 하지만 지난 겨울방학에 대학사회봉사협의회에서 주최한 해외봉사를 다녀온 후로 명쾌한 답을 얻었다. 2주 동안 캄보디아 외곽 시골마을에서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마을 주민들의 일손을 도왔다. 처음엔 낯을 가리는 아이들의 마음을 얻기가 힘들었지만 며칠 지나지 않아 정이 푹 들어버렸다. 아이들이 다가와 자신의 꿈을 서툰 영어로 이야기하며 꼭 다시 만나자고, 성공해서 한국에 가겠다고 말하는 모습이 대견했다. 이 경험을 통해 나는 해외봉사 관련 직업을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었다. 앞으로 계속 이 일을 하고 싶다고 느꼈다.”



솔루션 4
전과, 부·복수 전공, 반수·재수, 편입 자, 골라봐!


앞의 방법들이 모두 별 소용없다? 그렇다면 정말 ‘최후의 선택’을 할 차례다. 바로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바꾸기. 전공을 바꾸는 전과를 하거나 부전공이나 복수전공에 도전하거나, 이도 저도 아니면 다시 수능에 도전하거나 편입으로 학교 바꾸기.

이 가운데 가장 보편적인 방법은 부전공·복수전공. 보통 1년에 2번, 한 학기 초와 방학 때 선발하는데 지원 자격이 과마다 다르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기존 학점을 중요하게 반영한다. 정원의 10% 정도를 특정 자격시험을 통해 선발하기도 하니 늘 안테나를 세워 공지를 살필 것.


복수전공 해보니 “꿈 위한 투자… 공부 힘들어도 보람 있어”
박상재 한남대 국어국문 3(정치언론국제학 복수전공)
이 전공이 아닌개벼?!전공에 불만 있는 자를 위한 4가지 스마트 솔루션
“기자가 꿈이었지만 국어국문학 공부만으로는 제대로 준비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언론, 정치를 공부하기 위해 학과 공부의 심화과정으로 복수전공을 선택했다. 내가 배우고 싶었던 과목을 연륜 깊으신 교수님들에게 들을 수 있어서 매우 좋다. 비슷한 진로를 생각하는 친구들과 함께 공부하는 것도 장점이다.

하지만 아무래도 다른 과의 수업을 듣는 것이라 처음에는 소외감과 불편함을 피할 수 없었다. 남들보다 2배 많은 전공을 들어야 하니 공부 양이 상당하다. 이런 점 때문에 적응이 힘들 수도 있지만, 이 과정을 통해 전공이 내 적성에 잘 맞는지 확실하게 알 수 있다.”



전과 해보니 “적성 확인한 후 과감하게 전과… 딱 내 스타일이야!”
박수연 전남대 경영학부(간호학과에서 전과)
이 전공이 아닌개벼?!전공에 불만 있는 자를 위한 4가지 스마트 솔루션
“취업을 염두에 두고 간호학과를 선택했는데, 막상 입학하니 암기 위주 공부나 분위기 등이 적성에 맞지 않았다. 흥미가 없어지니 공부도 소홀해지고 결국 생활 모든 것에 악영향을 미쳤다. 주변 사람들과 의논을 많이 했는데, 그중 같은 학교에 다니는 친척 언니의 조언으로 회계사라는 직업에 대해 알게 되었다. 독립적으로 자신의 일을 해나가는 점이 마음에 들고 적성에 맞다는 것도 알게 되어 회계사 공부를 하기에 가장 적합한 경영학과를 선택해 전과를 했다. 처음엔 적응하기 힘들기도 했지만 계속 공부를 하다 보니 내 적성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글 한희라 대학생 기자(전남대 경영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