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아 덤벼라 용감한 녀석들!

‘니 여자친구 못생겼어. 조금 거칠게 말해서 씹다 버린 개껌같이 생겼어….’매우 자극적인데 피식 웃게 만드는 이 묘한 문장은 대학생 유병재를 가수 유병재로 만들어준 노래 ‘니 여자친구’의 가사다. 가수 유병재는 기상천외한 노래로 이목을 끌더니 이내 브라운관에서 코미디언 유병재로 남다른 존재감을 보였다. 그리고 지금은 케이블 채널 tvN ‘SNL코리아’의 방송작가 유병재가 되었다.
[창간 3주년 특집] 재미있는 일 하고 싶은 일 하며 유쾌하게 살 거야!
[창간 3주년 특집] 재미있는 일 하고 싶은 일 하며 유쾌하게 살 거야!
가수·코미디언·방송작가 유병재
1988년생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휴학 중
2011년 싱글 앨범 ‘니 여자친구..’ 발매
2012년 Mnet ‘유세윤의 아트비디오’ 출연
2012년 tvN ‘SNL코리아’ 작가

“코미디를 하고 싶은 평범한 학생이에요.”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그가 가장 많이 한 말이다. 각종 UCC를 통해 웃음을 주던 그는 우연히 찾아온 기회로 Mnet ‘유세윤의 아트비디오’에서 조연출 역할을 맡아 독특한 유머 코드로 짧은 시간에 두터운 마니아 팬을 확보했다.

“사람들이 웃지 않아도 상관없어요. 대신 제 아이디어에 반했으면 좋겠어요. 저를 보면서 ‘쟤는 어떻게 저런 생각을 했지?’라고 생각했으면 해요. 유병재만의 코미디로 새로운 길을 만들어 나가고 싶어요. 가진 재주가 이것밖에 없거든요.”

작가 겸 코미디언이 되고 싶은 그에게 tvN의 ‘SNL코리아’는 목표에 한 발 더 다가갈 수 있는 기회였다. 최근에는 SNS에 그가 올린 글이 화제가 되면서 또 한 번 존재감을 확인시켰다. 장난 섞인 말을 하다가도 코미디 얘기를 할 때면 진지해지는 목소리에 코미디에 대한 열정이 가득하다.
[창간 3주년 특집] 재미있는 일 하고 싶은 일 하며 유쾌하게 살 거야!
오래 기억되는 ‘깊이 있는’ 코미디언 되고파

대학 입시에 관심이 없던 그에게 친누나가 ‘적성에 잘 맞을 것 같다’며 신문방송학과를 추천해 서강대 신문방송학과에 진학했다. 영화감독을 꿈꾸고 있던 터라 전공에 흥미도 있었다. 하지만 자신이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깨달아 꿈을 잠시 접어두고 입대를 했다. 군대에선 실시간으로 반응이 오는 코미디의 매력에 푹 빠져 코미디언이 하고 싶어졌다.

“제대 후 개그맨 공채시험을 준비했는데 떨어졌어요.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라 믿었기에 실망도 컸죠. 3개월을 집에서 폐인처럼 보내다가 평소 메모해놓았던 아이디어를 모아 영상을 만들어보자고 생각했어요. ‘프리스타일 랩배틀’ ‘치킨먹어 형’ ‘니 여자친구’가 그렇게 시작된 UCC예요.”

UCC를 본 어느 제작자의 제안으로 디지털 싱글 앨범까지 발매해 그의 직업란에 ‘가수’가 추가됐다. UCC는 다른 행운도 가져다줬다. Mnet ‘유세윤의 아트비디오’의 조연출 역 제의를 받은 것. 재밌겠다 싶으면 무조건 해보는 성격 탓에 휴학계를 내고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방송 출연 자체도 기뻤지만, 실제 현장에서 할 수 있는 촬영 기법 등을 옆에서 계속 지켜보면서 많이 배웠어요. ‘아트비디오’는 ‘SNL코리아’ 작가로 활동할 기회를 주기도 했어요. 2011년 말쯤 ‘SNL코리아’에 작가로 지원했는데, 담당 PD와 연락할 기회가 없어 아이디어를 모아놓은 포트폴리오만 가지고 있었거든요. 다행히 ‘아트비디오’를 마칠 때쯤 ‘SNL코리아’ PD와 만났고 포트폴리오를 제출해 방송작가를 할 수 있었어요.”

표정과 말투에서 여유가 묻어나지만 사실 그는 또래보다 훨씬 바쁜 생활을 하고 있다. 평일에는 출근하고 토요일에는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SNL코리아’를 준비하느라 분주하다. 방송 뒷정리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새벽 4시. 일요일 하루는 쉬는 날이지만 다음 방송을 위한 아이템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여가는 거의 없다. 쉽게 질려 그만두는 성격임에도 포기하지 않는 걸 보면 그가 좋아하고 잘하는 일임은 틀림없는 것.

하지만 낮은 토익 점수에 자격증 하나 없는 게 걱정되지는 않을까.

“취업 준비하는 친구들을 보면서 조급하거나 불안함을 느낀 적은 한 번도 없어요. 이 분야만큼은 질리지 않고 끝까지 할 수 있는 자신감이 있거든요. 나중에 이 일을 하지 않게 되더라도 하고 싶은 일을 하다 보면 어떻게든 잘 살지 않을까요?”

최고의 코미디언이 되는 것보다 작가 겸 코미디언으로 새로운 길을 만들어 깊은 웃음을 주는 것이 그의 목표다. 왜 웃기는지는 모르지만 웃기는 코미디언. 독특한 색을 지닌 코미디언.

또 하나 특이한 것은 롤모델 하나 없이 자기만의 길을 간다는 점이다.

“의식적으로 롤모델을 두지 않았어요. 롤모델을 바라보며 노력하면 아무리 잘해도 그 사람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힐 것 같았어요. 개인적으로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아요.”

그에게 최종 목표를 묻자 들릴 듯 말 듯한 작은 목소리로 ‘사랑’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의외로(?) 로맨틱한 그에게는 탄탄한 스펙도 없고 보장된 미래도 없지만 하고 싶은 일을 묵직하게, 또 여유롭게 밀고 나가는 뚝심이 있다. 가장 치열하지만 결코 지치지 않는 뜨거운 청춘을 만끽하고 있는 셈.

“20대들은 무엇이든 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잖아요. 한 번 진다고 인생이 바뀌지 않아요. 자괴감이 들고 패배감에 괴로울 수도 있지만 바뀌는 것은 아무것도 없어요. 뭐든지 이겨가며 열심히 산다고 해서 미래가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잖아요. 여유를 즐기면서 하고 싶은 일을 찾았으면 좋겠어요.”


글 김은진 인턴 기자│사진 김기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