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도락에 일가견 있는 파워블로거 김삿갓(김필범)과 호텔 식음료팀장 출신의 유선비(유병석). 조선시대 스타일 닉네임이 인상적인 두 사람은 쿵짝이 잘 맞는 동갑내기 친구이면서 ‘최고의 제철식품’이란 슬로건을 내건 온라인 쇼핑몰 삿갓유통(www.sgmarket.kr)의 공동대표다. 지난해 11월 반건조 오징어 딱 한 가지로 사업을 시작할 때 주변에선 ‘얼마나 갈까’ 큰 걱정을 했다. 하지만 반년이 지난 지금, 우려는 탄성으로 바뀌었다.
[창간 3주년 특집] 최고의 제철식품 찾아 전국을 유랑하는 ‘환상의 짝꿍’
삿갓유통 공동대표 김필범 유병석
김필범(왼쪽)
1985년생
2012년 8월 단국대 언론정보학과 졸업
2010~2011년 네이트(싸이월드) 파워블로거(김삿갓의 행운유수)

유병석(오른쪽)
1985년생
2011년 백석예술대 교회실용음악과 졸업
2011~2012년 커피전문점 운영, J호텔 식음료팀장


삿갓유통 김필범 대표는 인터넷에서 꽤 많은 팬을 거느린 파워블로거다. 본명보다 ‘김삿갓’이라는 닉네임으로 더 유명한 그는 현재 캠퍼스 잡앤조이의 고정 코너 ‘마싣구론’을 연재하고 있는 맛 칼럼니스트이기도 하다. 지난해 8월 졸업장을 받은 그는 마케팅 전문가가 되고 싶었다. 그러나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경험이 짧은 그에겐 어려운 문제였다.

비슷한 시기, 유병석 대표는 경기도 부평에서 로스팅을 직접 하는 커피전문점을 운영하다 접고 한 호텔의 식음료팀장으로 일하고 있었다. 음악을 전공했지만 요리와 커피를 더 사랑한 그는 친구의 소개로 김삿갓과 알게 됐다. 서로의 장기를 한눈에 알아본 두 사람은 곧 ‘환상의 짝꿍’이 되었다.

“처음엔 둘이서 사업할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죠. 농담 삼아 이런 아이템 어때, 저런 아이템 어때 하며 이야기만 했어요. 어느 날 유선비의 이모님이 포항에서 반건조 오징어를 생산한다는 얘기를 하는데, 반짝 하더라고요. 인터넷으로 팔아볼까?”

때마침 유선비의 호텔에서 인사 발령이 났다. 식음료 부문을 맡았던 그가 다른 부서로 가게 된 것. ‘진로’라는 공통의 화두에 맞닥뜨린 두 사람은 고심 끝에 의기투합하기로 했다. 친구 사이에서 동업자로 관계를 재설정한 것이다.

말이 씨 된다는 속담이 두 사람에게 딱 들어맞았다. 2012년 11월 1일, 삿갓유통이 세상에 나왔다. 동시에 ‘최고의 농수산물’을 찾아 전국 유랑을 시작했다. 김삿갓과 유선비라는 기막힌 콤비가 탄생한 순간이었다.
[창간 3주년 특집] 최고의 제철식품 찾아 전국을 유랑하는 ‘환상의 짝꿍’
“이렇게 잘할 줄이야, 내가 자네들을 얕봤구먼!”

삿갓유통에선 쌈채소, 파프리카, 토마토, 청국장 등 10여 가지 먹을거리를 팔고 있다. 제철 농수산물 위주라 판매 품목은 시즌에 따라 바뀐다. 그때그때 최고의 맛을 내는 먹을거리만 파는 게 원칙이다. 이를 위해 두 사람은 1주일에 2~3차례 출장을 떠난다. 생산자를 직접 만나지 않거나, 보고 듣고 만지고 먹어보지 않고 파는 상품은 하나도 없다.

“최고의 생산자를 찾는 미션이지요. 지난겨울엔 최고로 맛있는 한라봉을 찾느라 1주일 동안 제주도 농장을 뒤졌어요. 문전박대도 많이 당했죠. 처음 보는 젊은이가 와서 거래를 하자고 하니, 손사래부터 치는 분이 많거든요.”

대형마트나 백화점을 상대하는 생산자들 눈에 별 경험 없어 보이는 청년들이 못 미더운 건 당연지사. 하지만 이들의 열정에 감복해 계약서를 쓰는 이가 많다. 친환경·유기농 파프리카의 대부로 불리는 문성근 사장의 경우 김삿갓 유선비의 삼고초려 끝에 거래를 튼 케이스.

“대형 농장주 입장에선 ‘너희가 팔아봐야 얼마나 팔겠느냐’라는 생각이 드는 게 당연해요. 계속 찾아가서 진심을 보여야 마음을 움직이시죠. 계약 후 파프리카 매출이 쭉 오르는 걸 보고 그러시더군요. ‘내가 자네들을 얕봤다. 이렇게 잘할 줄은 몰랐다’라고.”

스마트한 소비자는 어떻게든 최고의 상품을 찾아낸다. 그리고 자연스레 입소문이 나는 법. 삿갓유통의 진열장에 ‘명품’ 농수산물이 차곡차곡 쌓이면서 소비자 파워가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오픈 2개월이 지나면서 좋은 상품을 알아본 소비자가 몰려들었다. 당연히 폭발적인 매출 상승이 뒤따랐다. 처음에 반신반의했던 생산자들이 깜짝 놀랄 수밖에.

삿갓유통이 가진 또 하나의 강점은 스토리텔링에 있다. 각 품목의 판매 페이지에는 파워블로거의 노하우가 그대로 담긴 한편의 이야기가 있다. 모든 상품은 스토리를 다 읽어본 다음 결제를 하게 돼 있다. 결제창이 가장 아래편에 있기 때문에 읽어보지 않고는 주문을 할 수가 없다. 그만큼 자신 있게 판다는 의미다.

두 사람이 같이 손잡고 뛰는 이유는 하나다.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애초에 이 일을 시작한 것도 먹을거리라는 공통의 관심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들의 단기 목표는 올 연말쯤 오프라인 매장을 내는 것이다. 이 공간을 중심으로 고객과 생산자가 만나고, 좋은 재료로 요리해서 나눠먹는 다용도 사랑방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뜻을 같이하는 청년들과 함께 삿갓유통을 어엿한 기업으로 키울 꿈도 갖고 있다.

“아직 큰 수익을 내진 못하지만 손익분기점을 향해 달려가는 이 순간이 아주 재미있어요. 단가만 맞추는 거대 유통사 대신 삿갓유통을 선택하는 생산자들이 쑥쑥 늘어날 거예요. 젊음과 배짱을 무기로 계속 도전할 겁니다!”


글 박수진 기자│사진 서범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