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없는의사회(Medecins Sans Frontieres)’로 신창범 씨를 이끈 것은 다름 아닌 붉은 로고가 새겨진 구호용 하얀색 조끼였습니다.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대기업 직원으로 그저 평범하게 살고 있던 신 씨. 국경없는의사회 소속 의사로 봉사활동을 마친 선배의 환영식 자리에서 선배가 들고 온 사진 속 하얀 조끼는 숭고하고 헌신적인 느낌이라기보다 섹시하고 터프했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란 어떤 조직이냐. 분쟁이 벌어지고 있는 위험한 지역, 가난해서 의료 체계가 낙후된 지역에 들어가 의술을 펼치는, 프랑스를 기반으로 한 유명한 구호 단체가 아니겠습니까. 그는 단체의 박애 정신에 공감했다기보다 단지 섹시한 조끼를 입고 싶었습니다. 무턱대고 이력서를 보냈습니다. 놀랍게도 서류 전형에 합격했습니다.

사실 면접부터 국경없는의사회의 일이 황당한 시추에이션 코미디가 될 것이란 걸 예감했어야 할지 모릅니다. 면접에 대비해 “국경없는의사회는 세계 평화를 위해서 인본주의에 입각해 아픈 사람을 치료하는 좋은 기관이죠. 어려서부터 착한 일을 하고 싶었습니다”라는 모범 답안을 준비했습니다. 하지만 그에게 던져진 질문은 “당신의 냉장고에는 지금 무엇이 들어 있죠?” “낙후된 아프리카에서 그 나라 화폐로 꽉꽉 채워진 세 자루로 월급을 받는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요?” 등 황당한 것 일색이었습니다.

신창범 씨의 책 ‘국경 없는 괴짜들’은 이렇게 지난 3년간의 국경없는의사회 생활을 솔직 담백 그리고 충격(?)적으로 그리고 있습니다. 이거야 원, 평화주의자에 박애주의자, 인도주의자들의 이상적 공동체이어야 할 것 같은 국경없는의사회가 너무나도 인간적이고 흥미로운 공간인 겁니다.

추운 겨울 날씨가 싫어서 왔다는 오스트리아의 루드빅은 오히려 평범할 지경입니다. 그저 남자친구를 좇아온 동료도 있습니다. 어떤 여자 동료는 겨드랑이 털을 기른다고 지적한 남자 상사와 싸우고 열린 조직을 찾아서 왔다고 합니다.

물론 그를 비롯한 동료들이 농땡이나 치고 농담 따먹기나 하며 생활하지는 않습니다. 말 그대로 피와 살이 튀기는 구호의 최전선에서 사람들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일합니다. 과연 숭고함과 이상만을 동기로 가진 사람들이 구호의 최전선에서 버텨낼 수 있을까요? 책을 읽다 보니 그건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섹시한 동기가 진정성과 열정을 만들어내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당신을 움직이는 동기는 과연 섹시한가요?



국경 없는 괴짜들
신창범 | 한겨레출판
[Book] 당신의 동기는 ‘섹시’한가요?
대기업에 취직해 일할 만큼 스펙을 쌓았던 저자. 하얀색의 조끼가 멋있어 보여 무턱대고 지원했던 국경없는의사회의 지난 3년간 활동을 책으로 엮었다. 너무나도 인간적이어서 오히려 생동감 넘치는 NGO의 속살과 맨얼굴을 보여준다. 낭만적이고 피상적으로 보일 수 있는 국제구호기구의 진면목을 볼 수 있어 국제기구에서 일하고 싶은 독자라면 꼭 읽어볼 것!



이브의 발칙한 해외봉사 분투기
이브 브라운 웨이트 | RHK
[Book] 당신의 동기는 ‘섹시’한가요?
막연히 박애주의자가 되고 싶었던 뉴요커 이브. 평화봉사단 면접에서 만난 면접관 존에게 첫눈에 반하면서 임도 보고 뽕도 따는 유쾌한 이야기다. 결국 존과 결혼하고 국제구호단체의 일원으로 우간다에서 3년을 보낸다. ‘여자 빌 브라이슨’이란 평가를 받기도 한 그녀의 모습은 ‘유쾌·상쾌·통쾌’하지만 제3세계 문제와 가난한 이들에 대한 문제의식은 날카롭다.





눈에 띄는 책
스피릿 로드
탁재형 | 시공사
[Book] 당신의 동기는 ‘섹시’한가요?
EBS ‘세계테마기행’ PD 탁재형이 세계를 누비며 발견한 ‘술’에 대한 재미있는 기억들을 풀어놓은 여행서. 뒤통수를 가격당한 것 같은 알싸한 느낌을 줬던 술의 맛과 향기, 황당무계하고 눈물 나는 각종 ‘술’에 대한 에피소드가 즐비하다. 재료, 주조 과정, 술에 담긴 의미와 술과 얽힌 나라의 역사와 문화 등 해박한 지식도 곁들인 유쾌한 주당의 여행기다.



더티 라이프
크리스틴 킴볼 | 올
[Book] 당신의 동기는 ‘섹시’한가요?
뉴욕에서 프리랜서 작가로 활동하던 30대 여성 크리스틴 킴볼이 유기농을 하는 젊은 농부 마크를 취재하던 중 농사일에 매료되고 또 그와 사랑에 빠진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사랑을 좇아 농부의 아내가 된 차도녀의 좌충우돌 농촌 생활이 흥미롭게 펼쳐진다. 저자는 전쟁과도 같던 농사일에서 행복을 느끼고 땅에 마음을 쏟으며 평화를 얻어간다.



당신은 전략가입니까
신시아 A. 몽고메리 | 리더스북
[Book] 당신의 동기는 ‘섹시’한가요?
신시아 몽고메리 교수의 하버드경영대학원 전략 강의를 엮은 책이다. 몽고메리 교수의 독특한 교수 방법을 그대로 책으로 구성해냈다. 이케아, 구찌, 애플 등에 대한 케이스 스터디를 중심으로 리더를 최고의 전략가로 이끄는 8개의 결정적 질문과,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질의응답 방식을 통해 전략의 실체를 드러낸다.
[Book] 당신의 동기는 ‘섹시’한가요?
허영진 교보문고 북뉴스(news.kyobobook.co.kr)에서 책을 소개하고 추천하고 있는 북 리포터. 삶을 위로(慰勞)하고, 삶의 위(高)로 갈 수 있는 책에 관심이 많다.

제공 : 교보문고 북뉴스 (news.kyobob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