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에 대해 알고 싶어? 그럼 500원~.”

‘개콘’을 유난히 좋아하는 재미교포가 있다고 쳐봐. 미쿡 친구들에게 ‘five hundred won(원)’이라며 능글능글한 웃음을 흘린다면 반응이 어떨까? 십중팔구 ‘What?’이나 ‘Are you crazy?’ 같은 대답이 돌아오겠지. 왜? 미쿡 애들이 five hundred는 알아도 won을 알겠어? 직업이 외환 딜러가 아닌 담에야, 가보지도 않은 아시아 어떤 나라의 화폐단위를 알 리가 없잖아. 미쿡 애들은 ‘달러’밖에 모르니깐.

500원, 500달러처럼 각국은 저마다의 화폐단위를 가지고 있어. 원, 달러를 비롯해 유럽의 유로(EUR), 일본의 엔(JPY), 중국의 위안(CNY), 영국의 파운드(GBP) 같은 거 말이야. 미국에 배낭여행 가려면 원화를 달러로 바꿔 가잖아. 유럽이라면 유로화로 바꾸고. 미국 돈 1달러면 2012년 12월 13일 현재 한국 돈으로 1071원쯤이야. 바로 이렇게 자기 나라 돈을 외화로 바꾸는 비율을 환율이라고 해.
[입사 시험에 나와! 족집게 경제 상식] 환율 글로벌 ‘쩐의 전쟁’
환율에 울고 웃는 국가 경제

환율은 대개 미국 달러(USD)가 기준이야. 국가 간 무역이나 금융 거래에서 달러가 기축통화(거래의 기본이 되는 중심 통화)로 쓰이기 때문이지. 하필 왜 달러냐고? 뭐 특별한 이윤 없어. 2차대전 전엔 영국의 파운드였고, 그 이후 달러로 옮겨갔지.

환율은 24시간 열려 있는 국제 외환시장을 통해 수시로 바뀌어. 1달러가 1년 내내 1000원에 고정돼 있는 게 아니란 뜻이야. 예를 들어 1달러당 1500원에 육박하는 ‘고환율’일 경우를 ‘원화 가치가 떨어졌다(원화 약세)’ 혹은 ‘평가 절하’라고 말하지. 반대로 1달러로 1000원밖에 못 바꾸는 상황을 생각해봐. 이런 ‘저환율’ 상태를 다른 말로 ‘원화 가치가 올랐다(원화 강세)’ 혹은 ‘평가 절상’이라고 하는 거야.

‘1달러=1500원’같이 환율이 높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1만 달러어치 물건을 미국에 수출하는 기업이 있어. 그럼 우리 돈으론 1500만 원을 버는 거야. 하지만 ‘1달러=1000원’으로 환율이 떨어지면 1000만 원밖에 안 되지. 환율 500원 때문에 앉은 자리에서 500만 원 수익이 왔다갔다 한다는 뜻이야.

미국은 지난해 9월 단행한 3차 양적완화에 이어 올 1월부터 매달 450억 달러 규모의 국채를 사들이기로 결정했어. 이 말은 뭐냐. 매달 50조 원에 가까운 돈을 시중에 풀겠다는 뜻이야. 달러가 시중에 넘쳐나니 자연히 달러의 가치는 떨어지지. 문제는 달러 가치 하락이 미국에만 국한된 게 아니란 말씀! 미국 돈의 가치가 떨어졌을 때 한국 돈의 가치는 어떻게 될까? 당근 오르겠지. 즉 환율이 떨어진다는 뜻이야. 미국의 수출 기업은 웃겠지만 한국의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전자 같은 대기업을 비롯해 수출 위주의 국내 기업들은 당장 몇 억에서 몇천 억의 손실을 감수해야 해. 나라마다 환율 방어에 사활을 걸며 ‘환율 전쟁’을 벌이는 이유야.

그렇다고 무조건 높은 환율이 좋은 것만도 아냐. 고환율이 지속되면 수출업체야 좋겠지만, 반대로 수입업체는 외국에서 더 많은 돈을 주고 물건을 들여오게 되잖아. 그럼 국내 물가가 오르는 부작용이 따라오겠지.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기름, 즉 유가야.

또 환율이 높아 수출업체의 가격 경쟁력이 확보된다 하더라도 유럽 재정위기처럼 글로벌 경기가 침체에 빠지면 수출 물량을 받아줄 곳이 사라지게 돼. 그러면 수출로 보는 이득도 없으면서 국내 물가만 오르는 거지. 교과서적인 환율 이론만 따르기보다 국내외 경제 여건을 감안한 환율정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뜻이야.

아 참, 환율 전쟁을 치른다고 해서 국가가 대놓고 환율을 조작할 순 없어. 국제사회에서 ‘환율조작국’으로 낙인찍히기 때문이지. 대신 한국은행 총재나 기획재정부장관 같은 사람들이 “외환시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거나 “쏠림 현상에 단호히 대처하겠다”는 식으로 외환시장에 시그널을 주곤 해. 일종의 간접 개입인 셈이야.

위기가 심각해지면 정부가 직접 나서기도 해. 대표적인 경우가 2008년 미국 금융위기 때였지. 우리 정부가 그해 한 해에만 외환시장에 풀어놓은 금액이 600억 달러 이상이야. 당시 기획재정부장관을 맡았던 어떤 분은 퇴임 후 “원 없이 돈을 써봤다”고 말해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지. 주구장창 고환율 정책만 추구했다가, 위기가 닥치자 적절히 대응할 수단을 잃어버렸다는 비판을 받던 터에 대놓고 달러를 펑펑 썼다 자랑하니 욕을 먹을 수밖에….


글 장진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