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시절부터 고3까지 학교에는 ‘선생님’이 계셨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가족보다 더 오랜 시간 함께하며 수업은 기본, 자잘한 고민 상담까지 해주셨다.

그런데 이게 웬일, 대학에 올라와보니 선생님이 아닌 ‘교수님’이, 교무실이 아닌 ‘연구실’에 앉아 계신 게 아닌가. ‘교수님’이라는 존칭에서부터 왠지 모르게 느껴지는 거리감. 게다가 나를 더 이상 아이가 아닌 하나의 인격체로 봐주시니 좋기도 하고 부담스럽기도 하고.

그러나 우리가 깜박 잊고 있는 사실이 있다. 알고 보면 교수님만한 황금 동아줄이 없다는 것. 교수님과 올바른 관계 맺기 사례를 보며 스스로를 돌아보자. 부디 새해에는 교수님과 친해지기를~
Teacher in Class
Teacher in Class
교수님은 내 앞길의 등불

김진빈(한동대 경영·시각디자인 연계전공 2) 씨가 다니는 학교는 전공 없이 입학해서 2학년에 올라갈 때 전공을 결정하게 한다. 게다가 반드시 두 개의 전공을 선택해야 하는 연계전공 제도다. 하나는 경영학과로 이미 선택을 끝냈지만 나머지 하나를 무엇으로 해야 하나 한참을 고민했다고. 그 해답은 학교에서 진행하는 몽골 선교활동에서 만난 교수님 덕분에 찾을 수 있었다. 자주 찾아뵙고 대화를 나누다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았는데, 뜻밖에 시각디자인을 추천하신 것. “PPT 만드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던데 시각디자인 분야는 어때?” 교수님의 조언대로 연계전공을 선택한 김 씨는 요즘 더욱 완벽한 PPT 실력을 갖추게 되었다.



나와 꼭 맞는 대외활동, 교수님 덕분이야!

대학에서 마지막 학기를 맞이한 김무영(홍익대 국어국문 4) 씨는 졸업하기 전에 전공을 활용할 수 있는 대외활동을 하나쯤 해두고 싶었다. 단지 스펙 쌓기 차원이 아니라 사회생활을 미리 체험해보고 싶었다. 그러나 국어국문학과라는 전공을 확실히 살릴 만한 대외활동을 찾기란 생각보다 어려웠다. 바로 그때, 그의 고민을 읽으신 국어국문학과 교수님이 “국립국어원에서 인턴십을 해보는 건 어떨까”라며 먼저 제안을 하셨다. 교수님의 추천으로 시작한 일이니 더 열심히 하는 것은 당연지사. 결국 원래 활동기간은 2개월이었으나 우수 인턴으로 뽑혀 2개월을 더 하게 되었다고.



교수님과 나는 창업 동반자

이은지(서울여대 산업디자인 3) 씨는 뛰어난 실기 실력으로 교수님에게 늘 칭찬받는 학생이다. 학기 내내 학교에서 살다시피 하며 과제에 매달리니 좋은 결과가 있을 수밖에. 그러던 어느 날 교수님이 이 씨를 호출했다. 그리고 이어진 놀라운 제안. “브랜드를 하나 론칭할 계획인데 나를 도와줄 수 있겠어?” 게다가 갑과 을의 관계가 아닌 창업 동반자 관계라니! 도전을 결정한 이 씨는 잠까지 줄여가며 교수님 곁에서 도왔고, 교수+제자의 합작 브랜드는 당당하게 정식 론칭에 성공했다.

이 씨는 “돈 주고도 할 수 없는, 대외활동으로도 체험할 수 없는 값진 경험을 했다”면서 “많은 것을 배우는 소중한 기회를 주신 교수님께 감사한 마음”이라며 밝게 웃었다.



교수님은 나의 전담 컨설턴트&카운슬러

온라인 상거래를 즐기는 홍나래(가명) 씨는 인터넷 쇼핑몰에서 사기를 당한 후 교수님과 ‘절친’이 된 특이한 케이스. 처음 당한 일이라 당황스러웠지만 막상 신고하자니 그리 큰 액수가 아니어서 혼란스럽기만 했던 그는 무작정 법학과 교수님의 연구실 문을 두드렸다. 자신의 전공도 아니고 지극히 개인적인 상담이라 걱정이 앞섰지만 그나마 가장 가까이 있는 전문가라는 생각에 용기를 낸 것.

홍 씨의 갑작스러운 방문에 놀라신 듯 보였던 교수님은 이내 진지한 카운슬러로 변신하셨다고. 사정을 꼼꼼하게 들으신 후 경찰서 신고를 권했고, 일반 소비자가 막연하게 두려워하는 점까지 설명해주셨다. “경찰서를 겁낼 필요 없다. 생각보다 아주 친절한 곳이니 소액이라도 신고부터 하는 게 우선이다.” 이후에도 이것저것 도와주신 덕분에 홍 씨는 피해를 슬기롭게 이길 수 있었다. 사기당한 금액에 피해 보상금까지 얹어서 돌려받았다고.



글 이시경 인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