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하랴, 친구들과 낭만을 즐기랴, 스펙을 쌓으랴 정신없이 치열하게 보낸 4년. 그 다음에 오는 것은 취업 걱정과 그에 따른 압박이 아닐까. 졸업예정자 신분일 때 단번에 뽑힌다면 아무 걱정 없겠지만, 그런 행운은 아무나 가지는 게 아니니 문제다. 취업 예정자보다 취업준비생이 더 많은 현실에서 한 살 한 살 자꾸 나이 먹는 것도 서러운데 주변에서 들리는 얘기는 그야말로 청천벽력. 기업들이 졸업생보다 ‘졸업예정자’를 더 선호한다는 풍문이다. 노력한다고 나이를 안 먹을 수도 없고, 그 얘기가 정말일까? 또 하나, ‘취업재수생’에겐 불이익을 준다는데 정말 그럴까?
[궁금해?궁금해!] 기업은 졸업예정자를 더 선호하는가?
졸업 예정자

말 그대로 아직 졸업을 하지 않은, 졸업이 예정되어 있는 사람. 4학년 2학기 재학생의 다른 말인 셈이다. 나이나 재학 연수와 관계없이 졸업 조건과 졸업 학점을 다 채워 다음 학기에 졸업이 가능한 경우 졸업예정자라고 통칭한다.



취업 준비생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을 이르는 말. 크게 보면 졸업예정자도 이 범위에 해당하지만 보통은 졸업생이지만 취업을 하지 못한 사람을 지칭한다. 늘 취업 정보를 가까이하고 이력서 쓰기를 생활화하는 이들이다.



취업 재수생

일반 ‘재수생’의 개념에 취업이라는 단어가 붙은 것. 취업문을 두드렸다가 낙방한 사람이 전에 도전했던 기업에 다시 도전하는 경우를 말한다. 목표로 하는 특정 기업에 꼭 입사하고자 하는 열망이 커 도전을 반복하는 경우가 많다.


곧 4학년이 되는 정미림(가명) 씨는 요즘 걱정이 많다. 취업이 점점 현실로 다가오는 게 두렵다. 졸업을 하기 전에 먼저 합격해 직장이 보장된 상태에서 졸업장을 받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현실적으로 생각해봤을 때 졸업 전 취업은커녕 졸업한 뒤에도 ‘백수’라는 이름의 취업준비생이 될 확률이 높다. 마음은 불편한데 시간은 자꾸만 간다. 대학에 입학했을 때 까마득한 먼 미래 같던 4학년이 어느새 코앞이다. 불안한 마음에 주위 사람들을 붙잡고 이것저것 물어보는데, 귀에 와서 걸리는 말이 하나 있다. “기업들은 졸업생보다 졸업예정자를 우대한대.” 두려움과 우울함을 더하는 한마디. 진정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단 말인가.



인사담당자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졸업예정자 우대? 풍문일 뿐!”

“직무 능력과 전공의 관련 여부, 학점이나 어학 성적 등 종합적으로 볼 것이 아주 많다. 졸업예정자라고 해서 이득을 줄 이유가 없다. 취업재수생의 경우 공백 기간 동안 무엇을 했는지, 어떤 준비를 해왔는지가 중요하다.” (동부)

“가산점을 주거나 우대하는 일은 전혀 없다. 취업재수생이라면 면접 시 공백 기간에 대해 물을 것이다. 그 기간 중 얻은 것이 많고 그러한 사실이 충분히 설명된다면 긍정적으로 평가될 것이다. 그러나 만약 공백기 동안 목적이 없거나 딱히 얻은 게 없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 (두산 인프라코어)

“졸업예정자라고 해서 특별히 우대하지 않는다. 졸업생이라도 졸업 후 시간을 허비한 것이 아니라 다른 공부나 꿈과 관련한 활동을 했다는 것을 보인다면 불이익을 받을 이유가 없다.” (신영증권)

“애초에 졸업예정자와 졸업생을 구분하지 않고 필수 조건도 아니다. 혜택도 없고 동시에 불이익도 없다.” (이베이코리아)

“다르게 대하지 않는다. 게다가 우리 회사는 학력에 대한 제한이 특별히 없기 때문에 전혀 상관이 없다고 볼 수 있다.” (한국석유공사)


결론

‘졸업예정자를 우대한다더라’는 말은 일종의 루머라고 할 수 있다. 아마도 심화되어 가는 취업난 속에서 얼굴조차 모르는 수많은 경쟁자와 싸우느라 지친 이들이 푸념하듯 내뱉는 말일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이런 말이 스스로에게 ‘제한 시간’을 설정해버리고,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 흐르는 시간은 어떻게 해도 막을 수 없기 때문에 ‘졸업예정자 우대=졸업 전에 취업해야 한다’는 공식이 싱숭생숭한 졸업반 대학생들의 마음을 들쑤셔 놓는 것이다. 초조하게 달려들면 될 일도 안 되는 법. 코앞의 상황에 정신이 팔려 조바심 내기보다는 자신의 진로 문제를 보다 멀리, 길게 보고 계획을 세워두는 게 더 이롭다.

졸업 후 지원한 은행에 한 번에 입사한 김아현(가명) 씨는 그런 말에 귀 기울이지 않은 덕에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말한다. 그는 “졸업한 후 처음으로 도전해보았기 때문에 당당함과 패기를 오롯이 가지고 있었다”면서 “진로에 대해 길게 보고 바로 눈앞의 면접에 목매지 않은 게 오히려 좋은 결과를 가져온 것 같다”고 말했다.



글 이시경 인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