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ll me about yourself a little bit please.”

“Okay. Hi. Nice to meet you everyone. My name is Chul-soo Kim. I am 26 years old. I have a big family.”


기업체 면접에서 만난 지원자들 혹은 학원 수강생들이 준비해온 가장 보편적인 영어 자기소개 내용이다. 초등학교 영어 말하기 대회 수준이지만 십중팔구는 이런 식으로 영어 면접을 시작한다. 도대체 대학 4년, 심지어 어학연수 1년이라고 자소서에 적은 사람들까지 이런 빤한 뻐꾸기를 날리는 이유가 뭘까?

이유야 간단하다. 우리말 면접도 긴장의 도가니탕을 끓여먹을 판에 평생 나를 괴롭혀온 영어로 내 장래를 판가름하겠다니, 그 심정 십분 이해한다. 그런데 미안하다. 탈락이다.

영어 면접 문제만은 아니다. 우리말 면접에서도 탈락의 고배를 선사하고 싶은 지원자의 유형이 ‘개성 없고, 창의성 없고, 답지 못한 사람’들이다. 이런 친구들이 들어오면 가르치고 뜯어 고칠 게 어디 한둘이겠나. 자기소개 하나 남들하고 다른 것 전혀 없고, 심지어 초딩 영어와 차별성이 1그램도 없다면 대체 뽑을 이유가 뭐란 말인가. 회사는 불쌍한 사람 뽑아서 국가의 저고용 문제 해결에 일조하는 곳이 아니다. 새로운 뉴커머들의 능력을 벗 삼아 돈 벌어먹겠다는 곳이 바로 기업이다.
[심진섭의 '영어 면접 필살기'] 빤한 자기소개는 탈락의 지름길
‘Hi. Nice to meet you’는 영어 못하는 사람들이 하는 인사다. 이럴 땐 자신의 이미지와 맞는 형용사가 들어간 인사를 찾아라. 오디션 프로그램에 참가한 천재 소녀가 첫 발성만으로 심사위원들의 고개를 들게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름이나 나이, 가족 이야기는 필요 없다. 자기소개서에 고스란히 적은 내용일뿐더러 한정된 시간에 면접관에게 감동과 웃음 어린 이야기를 해줄 시간도 태부족인데….

차라리 “I was a good student”나 “I am a person who gets up early” 같은 시선을 끌 만한 문장이 백배 낫다. 자기소개는 가족, 취미, 전공 등 신변잡기를 나열하는 암기쇼가 아니다. 하루 수십, 수백 명을 만나는 면접관에게 자기 주변 이야기를 주절주절 펼치는 친구들은 지겹다.

자신을 표현하는 에지 있는 포인트를 몇 개 잡아 깊이 있게 들어가야 그들의 뇌리에 강하게 박힌다. 나중에 면접관들끼리 이런 말을 하게 마련.

“아, 그 아침에 일찍 일어난다는 애 말이야.”


칼럼 첫 회 기념으로 간단한 자기소개 하나 선물한다.
잘 외워 쓰시라. 그러나 실전에서는 외운 거 들키지 마라. 완벽하게 외우란 말씀!

I am a good student. Everybody loves me. hahaha. Sorry. I am always trying to be honest, open-minded and competitive and have a strong sense of responsibility. I maintained good relations with my professors and classmates during my college years, and graduated with a degree in Business Administration with an average GPA of 3.7. I always wake up early and complete all assignments on time. My dream is to be in the middle of a growing industry, like where your company is now.


저는 훌륭한 학생입니다. 모든 이들이 저를 좋아하죠. 하하하. 죄송합니다. 저는 언제나 정직하고, 편견이 없고, 경쟁력을 갖추려고 노력합니다. 저는 학창 시절 교수님들, 학우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했고, 3.7의 평점으로 경영학 학사를 졸업했습니다. 저는 언제나 일찍 일어나고 모든 과제를 시간 내에 끝냅니다. 제 꿈은 귀사가 현재 처한 것처럼 성장하는 산업의 중심에 서는 것입니다.
[심진섭의 '영어 면접 필살기'] 빤한 자기소개는 탈락의 지름길
온갖 알바 끝에 10년 만에 미국 미네소타대 국제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다. 해외 영업사원으로 6년간 세계를 누비다 카드값 때문에 시작한 영어학원 몰래바이트가 정원 마감, 스피킹 수업 최초로 누적 학생 9000명, 한 반 100명, 전국 순회강연 등의 기록을 세웠다. 현재 YBM어학원 강남센터 ‘심진섭스팩토리’ 대표강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