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두 살 혜린 씨는 전공이 두 개다. 하나는 대학에 들어올 때 선택했던 본 전공이고 또 하나는 대학에 들어온 뒤 선택한 복수전공이다. 늘어난 수업에 맞추기 위해 전보다 두 배로 바쁘지만 졸업 후를 생각하면 후회는 없다. 취업시장에서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방법은 남보다 뛰어난 스펙을 쌓는 것인데, 전공이 둘이라는 것은 스펙이 두 배가 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생각하는 이가 많은지 부쩍 복수전공이나 부전공을 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예전에는 원하던 학과에 진학하지 못했거나 순수한 관심으로 도전하는 이가 많았지만 요즘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진 것이다. 과연 혜린 씨의 이런 생각은 맞는 것일까?
[캠퍼스 궁금증 해결소] 복수전공·부전공 가산점 얼마나 받나
휴일인 11일 서울대 도서관
/김병언 기자 misaeon@ 20100711..
휴일인 11일 서울대 도서관 /김병언 기자 misaeon@ 20100711..
복수전공·부전공 어떻게 달라?

복수전공


본 전공과 다른 전공을 수강하고 학교 기준에 맞게 학점을 이수하면 복수의 학위를 인정해주는 것을 말한다. 쉽게 말해 두 개의 학과에서 졸업을 하고, 두 장의 졸업장을 받는 것. 본 전공의 학점과 거의 동일한 학점을 따야 졸업할 수 있고 특히 필수과목을 수강해야 한다. 학교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면접을 보고 합격해야 복수전공을 할 수 있다.



부전공

복수전공에 비해 강도가 조금 낮다. 학교마다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필수과목을 강제하지 않고 필수 이수 학점도 비교적 적다. 별도의 전형 없이 신청만 하면 바로 이수할 수 있다. 졸업장에는 본 전공 밑에 ‘부전공 ○○○’이라고 명시된다.



연계전공

몇 가지 전공을 연계하여 일정 학점을 이수하는 것이다. 예컨대 경영학과 스포츠 관련 과목을 연계해 스포츠경영학 학위를 따는 경우가 있다. 다시 말해 본 전공이 아닌 2개 이상의 학과 및 학부가 서로 연계하여 만들어낸 전공(기존 학과 중에 없는 전공)을 이수하면 그것이 연계 전공이다.
[캠퍼스 궁금증 해결소] 복수전공·부전공 가산점 얼마나 받나
왜 힘들게 복수전공·부전공을 해?
“시너지 효과 노려 복수전공 선택”

“스포츠레저학 전공에 신문방송학을 복수전공하고 있어요. 스포츠와 미디어는 긴밀한 관계라서 시너지 효과가 날 것이라고 판단했거든요. 앞으로 스포츠 PD나 스포츠 기자 등 두 가지 분야가 접목된 전문직이 많이 창출될 전망이어서 장래가 밝다고 생각해요.”(박지빈)



“경영이나 경제학을 하고 싶었는데 학점이…”

“수능 점수와 학교 간판에 맞춰서 원서를 쓰느라 교육학과에 진학했어요. 원래 공부하고 싶었던 정치외교학을 복수전공으로 선택했죠. 사실 정말 하고 싶었던 것은 경영학이나 경제학이었어요. 취업시장에서 우대한다는 소문이 있어서인지 신청자가 엄청나게 몰렸는데, 학점이 모자라서 그만…”(박성진)


복수전공이나 부전공을 선택하는 경우 단일 전공으로 졸업하는 것보다 두 배의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은 물론 크고 작은 어려움도 넘어야 한다. 국어국문학을 전공하고 영어영문학을 부전공하는 이진서(가명) 씨는 “팀 과제를 할 때 자기들끼리만 연락하고 없는 사람 취급을 해서 무척 속이 상했다”고 말했다. 법학을 전공하고 경영학을 부전공하는 전민훈(가명) 씨는 “부전공 신청을 받는 강의가 적어서 수강신청 때 너무 힘들다”고 토로하며 “권위 있는 교수님의 수업은 애당초 신청할 수 없어서 듣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밝혔다.

이렇게 여러 가지 힘든 점이 있는데도 복수전공·부전공을 하려는 이유는 취업시장에서 가산점을 받기 위해서다. 고생한 만큼 강력한 스펙이 되어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

여기서 짚고 넘어가자. 과연 실제 취업시장에서 복수전공이나 부전공이 ‘스펙’이라는 이름으로 경쟁력을 키워줄까?
한양대 수업./김영우 기자youngwoo@hankyung.com20110512....
한양대 수업./김영우 기자youngwoo@hankyung.com20110512....
인사담당자의 변(辯) “가산점? 글쎄…”

“복수전공이나 부전공을 했다는 사실만으로 가산점을 주지는 않는다. 단일 전공 지원자에 비해 특별한 혜택이 있는 것도 아니다.”(GS숍)

“전공이 하나든 둘이든 지원한 분야와 전공의 연관성이 가장 중요한 요소다. 전공이 하나여도 지원하는 분야에서 자신의 재능을 보인다면 그걸로 충분하다.”(IBK기업은행)

“전공을 거의 보지 않기 때문에 공대 출신도 입사하고 있다. 따라서 전공이 하나 이상이라고 해서 달라질 것은 없다.”(KB국민은행)

“신입사원 채용에서 전공 자체가 무관하기 때문에 복수전공이나 부전공의 여부가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MBC문화방송)

“면접 과정에서 전공 공부를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 체크하는 정도일 뿐 합격 여부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예컨대 미대생이 경영학을 복수전공했다면 ‘아, 그 정도로 관심이 있구나’ 하고 참고한다.”(우리은행)
지난 4월 KT 광화문사옥에서 진행된 인턴사원 채용 면접에서 지원자들이 면접관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KT 제공
지난 4월 KT 광화문사옥에서 진행된 인턴사원 채용 면접에서 지원자들이 면접관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KT 제공
잠정 결론

주요 기업 인사담당자의 코멘트를 종합하면 이런 가설이 만들어진다.

“이력서에 복수전공·부전공을 쓰는 공간이 있으나, 이는 지원자가 어떤 사람인지 참고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 복수전공·부전공을 했다고 해서 합격 여부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가산점이나 특혜를 주지는 않는다.”

늘 남보다 많은 스펙을 쌓는 것이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지원자들에게는 일종의 ‘여백의 공포’가 있다. 이력서를 빈칸 없이 모두 채워야 경쟁력이 생긴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인사담당자들의 말은 이와 정반대다. 취업만을 위한 복수전공·부전공은 헛수고에 가깝다는 의미다.

결론은 명확해진다. 복수전공·부전공을 선택할 때 목적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는 것. 영어교육이 전공이지만 패션디자인 및 머천다이징을 연계 전공한 이호찬(가명) 씨의 사례를 보자.

“패션 분야에 관심이 많아 좋아하는 것을 배우고자 신청했어요. 수업을 들으면서 관심 분야에 대한 애정을 확인하고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 비전을 공유하게 됐죠. 졸업할 무렵 패션 쪽으로 진로를 바꾸었는데, 후회는 없습니다.”

복수전공·부전공의 존재 이유는 진로를 개척하고, 하고 싶은 일을 즐겁게 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함이 아닐까.

글 이시경 인턴 기자 ckyung@kbizweek.com

사진 한국경제신문DB